<권/두/칼/럼>
영혼을 따뜻하게 해주는 술 이야기
최 창 일 시인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1억 번의 성관계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의 심장을 움직인다는 술의 소비는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몇 잔이나 소비될까?
바닷물은 컵으로 퍼낸다면 몇 번을 퍼내야 할까?
우리 주변에는 통계적으로 궁금한 것들이 많다.
바닷물의 경우는 어느 정도 계산이 나온다. 우선 지구 바닷물의 부피를 추정해야 한다. 지구의 표면적은 4곱하기 원주율 3.14 곱하기 지구 반지름의 제곱이다. 지구의 반지름은 6400Km다. 지구 표면적의 70%는 바다다. 이것을 알기 위한 공식은 ‘부피×깊이’이다. 바다의 평균 깊이만 알면 전체 부피가 구해진다. 이것은 물리학에서 구해낸 이론이다. 물론 이론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이지 실지의 바닷물의 컵으로 환산한 단체와 사람은 없다.
오늘도 수백만 쌍의 남녀에게 성은 즐거움을 준다.
성의 문제도 다양한 방법으로 추정치가 나와 있다. 하루에 사용되는 콘돔의 숫자도 통계는 없다. 다만 미국인이 소비하는 콘돔은 1년에 4억 5000만 개다. 그리고 미국은 년 간 4억 5000만개가 넘는 콘돔을 수출하고 있다.
전 세계 189개국 국민들이 한 해 동안 마신 술의 양은 얼마나 될까? 다국적 연구팀이 의학전문지 랫신에 발표한 자료는 2017년 기준 총356억 7600리터인 것으로 집계된다. 통계를 즐기는 학자라면 세계인이 하루에 마시는 술의 잔도 계산이 가능할 것이다. 전 세계인의 절반이상이(77%) 술을 즐긴다고 한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서 2억3700만 명의 남성과 4600만 명의 여성이 알코올 관련 질병을 않고 있다는 우려의 통계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1990년 이전까지만 해도 고소득의 국가가 술을 즐겼다. 지금은 저소득국이 술 소비가 많고 고소득 국가는 점차 술 소비량이 줄어든다고 한다. 하나의 사례로 몰도바가 1인당 연간 15리터를 마셔 세계 술 소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몰도바는 GNP 135위 국으로 그리 넉넉한 국가는 아니다.
술은 풍류와 대화의 열정을 준다. 그리고 많은 정상들의 회담장에는 술은 상식처럼 등장한다. 하나의 사례로 2004년 부산 해운대 누리마루 동백섬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단체(APEC)정상들이 마셨던 술들은 한동안 애주가의 사랑의 대상이 되었다. 한국의 다양한 술이 선을 보이는 기회가 됐다. 대표적인 술은 문배주와 보해에서 특별하게 만든 매실주는 각국의 정상들에게 술맛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대표적으로 세 가지 물질이 있다(*물론 세 가지 물질만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전제). 세 가지 물질은 공통점은 인간 가까이에 사랑을 받는다. 하루라도 곁에 있지 않으면 아쉽고 서운하다. 그것은 술, 향수(장미), 커피이다.
술과 향수, 그리고 커피의 탄생은 모두 목동과 연관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술의 탄생은 목동으로부터 시작된다. 목동이 양떼를 몰고 산기슭을 내려오는 중이었다. 그런데 큰 바위에 원숭이와 새들이 죽어 있는 것이 아닌가. 목동은 기이하고 놀라 다가갔다. 놀랍게도 원숭이와 새들은 죽은 것이 아니라 잠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새와 원숭이는 목동과 양들의 소란에 깨어났다. 그리고 후다닥 현장을 벗어났다.
목동은 궁금했다. 기이한 현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다음날도 목동은 같은 위치에서 새와 원숭이들이 잠들어 있는 것을 목격했다. 잠들지 않는 한 마리의 원숭이는 바위에 고인 물을 마시는 순간이었다. 그리고는 눈 커플이 풀리며 금세 잠들어버렸다. 평평하고 푸른 이끼가 잔뜩 낀 바위에 취하여 잠든 모습이 마치 마법의 동산과 같다.
목동은 너무나 신기했다. 돌아오는 길, 바위에 잠든 새와 원숭이의 모습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목동은 주인에게 목격담을 이야기 했다. 주인은 다음날 병을 주면서 바위웅덩이 물을 떠 오게 한다. 물맛을 보았다. 기분이 좋아졌다. 온몸이 나른하면서도 의욕이 생겼다. 주변의 사람과 말을 나누고 싶어지기도 했고 성욕이 발동되기 했다. 주인은 그 같은 일을 임금에게 고하게 된다. 당시는 경이롭고 새로운 일들이 생기면 임금에게 알리는 제도가 있었다. 임금은 백성의 소소한 일들을 살펴야 하다는 전제와 같은 시절이다. 임금은 주인이 올린 성수와 같은 물을 한 모금씩 조심스럽게 마셨다. 임금도 목장의 주인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임금은 식품 담당 내신(內臣)을 화급히 불렀다. 드라마에 나오는 ‘대장금’ 쯤으로 생각하여 보자. 양치기를 앞세워 원숭이와 새들이 잠든 환경을 면밀하게 조사토록 했다. 바위웅덩이 주변에는 과일이 풍성했다. 과일은 자연낙과로 웅덩이에 떨어졌다. 햇빛은 바위를 적당하게 온도를 높여주었다. 웅덩이 물과 과일은 자연 발효에 좋은 여건이다. 내신은 상세하게 과정을 임금에게 보고했다. 임금은 나라의 과일을 수확 후, 발효라는 과정을 거쳐 술을 만들게 했다. 당시로는 보관이 어려운 과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효과도 됐다. 술은 온 나라에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세계의 모든 나라는 목동이 발견한 술을 즐기게 되었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에티오피아’의 ‘칼디‘라는 목동이 양떼를 몰고 오는 도중 양들이 나무열매를 먹었다. 양들은 검붉은 열매가 있는 나무에서 정신을 놓고 허겁지겁 먹어댔다. 목장으로 돌아온 양들은 기분이 좋아서 우리를 날뛰며 잠을 자지 않았다. 양치기는 겁이 났다. 목동은 신부에게 사실을 알렸다. 신부는 목동 ’칼디‘가 말한 나무 열매를 따와서 사제들과 나누어 먹었다. 웬 걸 밤이면 꾸벅 꾸벅 졸던 사제들이 기분이 좋아져 기도를 열심히 했다. 신부는 커피를 좀 더 연구하고 많은 신도들에게 권해 주었다.
커피를 발견한 목동의 이름은 지금까지 전해진다. 여러 나라에서 ‘칼디’라는 이름으로 커피 점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 그러나 술을 발견한 목동의 이름은 전해지지 않았다.
향수의 어머니는 장미이다. 장미에서 향수를 추출하기 때문이다. 향수의 역사도 예외는 아니다. 목동에 의해 오늘의 향수가 탄생되었다.
어느 날처럼 목동은 장미 밭을 지나 양떼를 몰고 집으로 돌아온다. 양들을 우리에 넣고 식탁에 앉으면 어디선가 향기가 났다. 주인은 기분 좋은 향기를 맡으며 목동의 바지통을 살피곤 했다. 그리고는 장미 밭을 지나온 목동의 바지의 물을 받아서 옹기에 담기도 한다.
그것이 오늘의 향수로 거듭나게 된다.
장미는 한국의 찔레가 어머니이다. 찔레와 장미가 접을 붙여서 아름다운 장미가 탄생 되었다. 장미의 종은 처음 200종에 불과 했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장미는 꾸준한 계발을 통하여 오늘날 5천종에 이르고 있다. 장미의 종류만큼 향수의 종류도 다양하다. 이렇듯 술과 커피, 향수의 종류는 끝없이 계발을 멈추지 않는다는 공통점도 있다.
프랑스 샤넬 향수가 거두어 드리는 경제적인 세수는 한국의 삼성이 만드는 휴대폰의 세수와 같다. 프랑스의 에펠탑은 샤넬이 낸 세금의 결과물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아니다.
물론 향수를 탄생케 한 목동의 이름도 전해지지 않는다. 커피를 발견한 ‘칼디’만이 신부에 의해 오늘 까지 그 이름의 기록은 전해진다. 이런 경우를 봐도 사람은 누구와 무슨 일을 하고 무슨 대화를 하는 가에 따라서 미래가 결정된다.
술은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말이 넘치며 마음을 적시게 한다. 생각보다 말을 부름이 문제다. 자신의 화를 부르고 때론 용기를 일으키는 기사도의 위력을 가지기도 한다.
강진에는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가 있다. 다산이 기거하던 마당에는 풍류에 술을 나누기 좋은 넓은 바위가 있다. 유배지의 다산이 되어본다. 풍경 좋은 곳에서 모든 시름을 한양으로 보내고 함께 취하노니 꽃잎이 날려 술잔에 떨어진다. 남은 봄은 가고 있다. 해가 진다고 재촉하지 말게나. 술은 다행히도 해마다 있고 꽃은 다행히 해마다 핀다.
산이 무너져도 취하지는 말게나. 좋은 시절에 꽃과 술은 이보다 좋을 수는 없으리라.
필자:최창일/시인. 문화이미지심리학자. 광운대학교 비서실장과 총무처장과 교직 생활 30년을 지냈다. 기독교문화신문 사장 겸 발행인 엮임. 서울신문 오피니언과 여러 신문에 칼럼을 쓰고 있다. 시집으로『시화무』등 일곱 권이 있다. 산문집『아름다운 사람은 향기가 있다』 등 다수와 5년 연속 스테디셀러『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101지』가 있다. 가곡 『행복한 산책』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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