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唐詩)로 대륙 중국을 헤아려보자(21)

차동영 이태백시

당시(唐詩)로 대륙 중국을 헤아려보자(21)

중국 李白 詩 해설집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발간

獨坐敬亭山

홀로 경정산에 앉아서

중국 초등학교 교과서 수록

무리 새가 높이 날아 사라지고

외로운 구름은 홀로 가는 게 한가롭구나

서로 쳐다보아도 둘이 싫증나지 않는 것은

단지 경정산뿐인가 하노라

衆鳥高飛盡

孤雲獨去閒

相看兩不厭

只有敬亭山

배경 이백이 753년 가을 소인배들의 배척을 받아 장안을 떠나 경정산에 혼자 앉아 감회를 읊은 것이다.
어휘

敬亭山(경정산):안휘성 선성현 북쪽에 있는 명산.

衆鳥(중조):무리 새. 많은 새. 자신을 배척한 사람, 즉 명리(名利)를 좇아 흩어져가는 속인(俗人)을 지칭.

孤雲(고운):외로이 떠도는 구름. 홀로 떠가는 구름. 고독한 자신을 지칭하여 ‘세속을 벗어나 은거하는 고고한 인사’로 비유.

厭(염):싫어할 염. 물리다. 싫증나다.

해설 표면적인 시상으로는 경정산에 혼자 앉은 감상을 읊었다. 온갖 새들이 낮에는 지저귀며 놀다가 저녁이 되면 높이 날아가 보금자리로 돌아가고 하늘에는 외로운 구름만이 한가롭게 홀로 떠다니는구나. 이와 같이 새들도 구름도 때가 되면 사라져버리는데, 아무리 바라보아도 물리지 않는 것은 그냥 그 자리에 버티고 서있는 경정산뿐이로구나 하여 산이 있기에 오른다는 말과 같이 언제나 묵묵히 마주하고 있는 경정산을 찬미했다. 다시 말하면 무리지어 높이 나는 새들이 있고 외로운 구름이 높이 떠다니는 산속에 홀로 지내는 한가로움을 언제나 변함없는 경정산과 더불어 노래했다.

그러나 시인의 내면은 비할 바 없는 고독감을 함의하고 있다. 시인의 기발한 상상력과 기교가 자연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경정산을 의인화하여 생동감 있게 묘사했다. 장안에서 간신배들의 모함으로 자신의 재능을 펼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쫓겨나다시피 했지만 더욱 결연한 자세로 대자연 속에서 안식을 맞으며 대붕(大鵬)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결국 자신의 정신세계의 고결함을 나타냈다.

명구(名句)

相看兩不厭 只有敬亭山

越女詞

월나라 여인을 그린 노래

야계에서 연꽃을 따는 여인

나그네 보면 뱃노래 부르며 배를 돌리네

웃으며 연꽃 속으로 들어가

부끄러운 양 나오지를 않네

耶溪採蓮女

見客棹歌回

笑入荷花去

佯羞不出來

배경 중국의 강남땅인 옛날의 오와 월나라 지방은 오희(吳姬)나 월녀제희(越女齊姬)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미인이 많이 태어나 색향으로 명성을 떨쳤다.
어휘

越女詞(월녀사):옛 월나라 지방(현재 절강성) 처녀들을 그린 노래.

耶溪(야계):약야계(若耶溪)를 줄여 부름. 회계(현재의 절강성 소흥시) 땅의 시내로 미녀 서시가 연밥을 따던 곳으로 유명함.

棹歌(도가):노 도. 뱃노래. 배를 저으면서 부르는 노래.

佯(양):가장할 양. 거짓.

해설 월녀사 4수 중 제3수이다. 회계산 부근 약야계에서 연꽃 열매를 따는 처녀들은 손님이 나타나면 배를 되돌려 가면서, 뱃노래를 부르며 웃으면서 연꽃 속으로 숨고는 부끄러운 체하며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구나. 나머지 3수에서도 월나라 처녀들의 일상사를 통해 발랄한 성격을 엿볼 수가 있다.

첫 번째 수는 오 땅의 처녀들은 별과 달같이 예쁜데, 발까지 하얘 일부러 버선도 신지 않는다 했고, 두 번째 수는 그런 처녀들은 배를 타면 배를 뒤흔드는 장난을 즐기고 눈웃음으로 춘정을 보이면서 길 가는 총각들을 유혹한다 했으며, 마지막 수는 동양 땅의 맨발 처녀와 회계 땅의 뱃사공 총각은 밀회를 하면서 왜 아직 달은 지지 않는가 하며 애간장만 태우고 있다고 했다.

이와 같이 고운 처녀들의 일상을 해학적으로 읊어 읽는 이로 하여금 미소 짓게 하는 소품들이다.

早發白帝城

아침 일찍 백제성을 떠나며

아침에 오색구름이 자욱한 백제성을 떠나니

강릉 천 리는 하루 만에 돌아갈 수 있으리

양쪽 강가에는 원숭이 소리 아직 그치질 않으나

작은 배는 이미 만 가지 산을 지나가는구나

朝辭白帝彩雲間

千里江陵一日還

兩岸猿聲啼不住

輕舟已過萬重山

배경 이백 나이 57세 때 영왕의 사건에 연루되어 야랑으로 유배되어 가던 도중에 사면을 받아 자유의 몸이 되어 머물던 백제성을 떠나 강릉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은 시이다.
어휘

白帝城(백제성):쓰촨 성 봉절현 기주 동쪽의 구당협이 눈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높은 산 위의 성으로, 전한 말기에 공손술이 쌓았고 촉의 유비가 최후를 맞이했던 곳.

辭(사):고별. 떠나다.

輕舟(경주):빠르게 갈 수 있는 작은 배.

해설 사면령을 받고 미친 듯이 기쁜 나머지 한달음에 천 리 길이나 되는 강릉으로 쏜살같이 내딛는 상황을 묘사하였다. 이백이 탄 일엽편주(一葉片舟) 는 백제성을 박차고 힘껏 고향을 향해 튀어나간다. 급기야 배는 물결이 급격히 휘몰아치는 천하의 절경 삼협(三峽)을 뚫고 미친 듯이 내달린다. 그러다 보니 강릉까지는 거리가 무려 천 리나 되는데도, 걸린 시간이 고작 단 하루에 불과하다. 내용과 함께 리듬의 흐름도 일사천리에다 일필휘지다.

예로부터 삼협에는 원숭이가 많이 있어 애달프게 울어대기로 유명하다. 이러한 원숭이의 애달픈 메아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백이 탄 날렵한 배는 이미 만만겹겹의 산을 냅다 통과했다는 것이다. 너무 기뻐하는 모습을 속도감으로 생생하게 표현하는 이백 특유의 필치다.

명구(名句)

千里江陵一日還

차동영의 학력및 경력:▴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중어중문학과▴서강대학교 대학원 중국어과▴삼성 배우기 최고가상품 개발▴DMZ종주상품 및 태권도방한관광상품 개발▴CITM(중국국제여유대전)한국관 최우수관 선정 및 수상

*편집자주:본지는 저자의 양해를 받아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중에서 술과 직접 관련이 있는 대표시를 연제한다. 삽화및 관련 사진은 청어사가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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