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거 그거 별거 아녀?

제주시 건입동 김만덕 기념관 주변 산지천 인생의 부침은 늘 음영이 있는 추억의 그림자가 아닐지….

『빈 술병』

사는 거 그거 별거 아녀?

                       육 정 균 (전국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시인/부동산학박사)

 

“세월은 유수와 같다. 일장춘몽이다. 인생은 덧없다. 사는 거 별거 아니다.” 조금이라도 연식이 된 사람들은 혼자서건 여럿이건 이런 말과 생각을 하며 살게 된다. 별 거 아닌 것 같은 말에 의미와 철학이 있다. 그냥 사는 것보다 한 번쯤 태어난 소중한 인생, 아무 생각 없이 열대우림의 벌레나 날짐승보다도 덧없이 산다면, 사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허나, 나의 의식과 생각을 고품격으로 다듬고 남에게 사랑을 베풀며, 내가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타인과 나누려는 보람된 생각으로 평생을 사회에 봉사하고, 인고의 삶을 사는 이들도 많다.

반면 오직 나만 생각하고, 어찌하든 내 소유의 재물을 모으고, 권력을 탐하고, 나의 무리한 욕심을 위해서 남을 죽이고 “내 것은 당연히 내 것이고 남의 것도 다 내 것이다” 하며 남의 것까지 빼앗아 남을 슬프게 하면서도, “욕심 많은 야만인에게 당한 것이 너무나 억울하여 깡소주, 막소주 같은 가난한 술로 아픈 가슴을 달래는 이가 있다”는 사실도 눈치 채지 못하면서 여전히 나만 잘 살기 위해서, 남을 죽이고 뭉개고 무시하며「인생의 사는 참 의미를 정말 모르는 어처구니들」이 구순의 나이가 들어도 여전하게 더러 있는 게 아니라, 참으로 많은 게 슬픈 유월이었다.

이희호(1922~2019) 여사께서 6월 10일 향년 97세로 별세했다. 이 여사는 요즘 한국사회에서 국민들을 따스하게 위로하고, 국민들이 높은 산처럼 든든하게 위로받을 수 있는 이 시대 몇 안 되는 어른이셨기에 슬픔이 크다. 당연하지만, 정치 이상과 여야를 떠나, 국내외를 막론한 인사들의 문상이 줄을 선다. 어른께서는 유언에서 “하늘나라에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 많은 사랑을 베풀어줘 감사하다. 국민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 행복한 삶을 사시기를 바란다”고 기원하시며, “동교동 사저를 기념관으로 사용하고, 노벨평화상 상금을 대통령 기념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라”는 유지를 남기셨다. [출처]「연합뉴스TV 기사 2019-06-11 12:43:58」.

목포남악신도시 영산강하구둑이 바라다 보이는 해변에서

이 한 줄의 유언을 통해서도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세상에 인물도 많고, 돈과 권력과 명예가 대단한 사람들도 많지만, 살아가면서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인동초의 꽃을 피우고, 죽음의 문턱인 임종 무렵까지 천리향, 만리향을 꽃 피우며,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여성사회지도자이자 이 시대 드문 어른이셨구나. 고고한 학처럼 멋지게 살다 멋지게 하늘나라로 소천하면서 심금을 울리는 메시지가 마음의 위안이 된다. 허긴 “인생을 단단하게만 살거나 지나친 욕심만 부리면서 살아서 될까? 보통 사람으로서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건강하고 낙천적인 웃음과 해학으로 사는 건지” 고민이 많던 시절에 지어 개인시집『아름다운 귀향』에 실은 <사는 거, 그거 별거 아녀>란 시를 소개하며, 멋쩍음에 뒷머리를 뒤적여 본다.

사는 거, 그거 별거 아녀

밥 잘 먹고, 똥 잘 싸고, 잠 잘 자고….

사는 거, 그거 별거 아녀.

여름 수덕사로 가면서,

덕산 온천과 수덕사를 지났지

허허, 수덕사를 지나며,

만공스님의 장난기 어린 얼굴이 떠올랐어.

함께 길을 가던 동행 승이 다리가 아파

산 너머를 못 가겠다고 하자

마침 밭을 일구던 부부를 보고,

여인을 덥석 안고 입맞춤을 한 만공.

남편이 쇠스랑을 들고 쫓아오자

단숨에 고갯마루를 오른 동행 승,

“스님, 스님이 어찌 그러실 수 있슈?”

하고 따지자

“아이 이 사람아, 그 바람에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예까지 달려오지 않았는감”

허허허… 허허

<사는 거, 그거 별거 아녀> 전문

<사는 거 별거 아녀>란 시의 의미를 굳이 언급한다면, 욕심 없이 건강하고 낙천적인 웃음의 미학을 간직한 채 사는 것일 것이다. 생각도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인생도 마음먹기에 달렸다. 그런 마음의 각도와 방향, 생각의 차이가 사람마다 그릇의 크기를 달리하고, 그 그릇에 담기는 그 사람의 참 정신과 이상의 질과 양을 달리하겠지만, 인생의 흔한 부침들도 유유히 흐르는 강물 속의 이끼와 산책하는 나무 그늘이 늘 만들어 가는 음영이 있는 그런 추억의 그림자가 있는 풍경은 아닐지….

[경력]

필자 육정균

* 육정균 : 충남 당진 出生, 2000년 작가넷 공모시 당선,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詩), 2004년 개인시집「아름다운 귀향」 출간, 2005년 현대인 신인상(小說), 부동산학박사, (전) 국토교통부(39년 근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부이사관). 현 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 단국대학교 부동산건설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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