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 연구원의 우리술 바로보기 138
가양주가 새로운 쌀 소비방안이다
우리에게 일제강점기 이전 술 상당수가 집에서 만들어 먹던 음식과 비슷한 존재였다. 조상에 올리는 제주(祭酒)나 절기마다 빚어 마셨던 계절주 등 다양한 형태의 술들이 가정에서 만들어 지면서 가양주(家釀酒)라는 독특한 집에서 술을 빚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당시 통계(조선주조사)에 따르면 1909년 ‘주세법(酒稅法)’이 생기기 이전 자가 제조 및 판매가 자류로 왔던 시기에는 제조장 수가 155,832개였으며 주류 제조자는 전조선 총가구의 약 1/7에 해당되었다고 한다.
이 당시의 특징은 제조하는 장소 또한 무수히 다양했으며 양조장이 바로 소매점이자 음식점이어서 별도의 판매점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주막으로 1916년(大正 5년)제조장 122,180개 대부분은 주막이었다. 하지만 세원관리의 어려움으로 인해 소규모 제조장의 정리 및 통합을 통해 점차 그 수가 감소되어 1933년에는 4,112개로 감소하였으며 특히 집에서 만들어 마시던 자가용주(가양주) 면허를 받은 사람의 수도 1916년에는 306,788명에서 1932년에는 1명으로 급감하였다(조선주조사).
이처럼 과거부터 집에서 마시던 가양주 문화는 일제강점기 주세법을 그대로 이어 받은 근대의 주세법에서 서도 자가양조를 금지했기에 밀주(密酒)가 아니면 집에서 만들 수가 없었다. 1995년에 자가양조(가양주)를 허용하면서 현재처럼 집에서 술을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나라 술 제조에 있어 가장 많은 원료를 차지하는 것이 쌀이다. 술의 쌀 사용량은 다른 쌀 가공품의 사용량보다 많다. 한 조사에 따르면 안동지역 7개 업체가 연간 소비하는 쌀의 양은 570t 가량으로 80㎏ 짜리로 7천 가마에 이른다고 한다. 이 소비량은 안동지역에서 한 해에 소비되는 쌀(1만 540t)의 5.4% 가량을 차지할 만큼 많은 양으로 술 제조에 있어 쌀의 소비량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가양주는 집에서 만들어 마시는 술이기에 대부분 쌀을 원료로 하고 있다. 쌀 소비에 있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정확한 통계가 없어서 그 사용량을 어림짐작 할 수밖에 없다. 전국에 전통주를 교육시키는 정부 지정 교육훈련기관이 16개이지만 술 제조를 전문적으로 하는 제조교육은 10개 기관정도 예상된다. 이외에 비지정 교육기관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교육기관 10개에 한 기수를 20명으로 가정해서 계산을 한다면 한 명당 멥쌀(또는 찹쌀) 5kg을 이용해서 전통주를 빚으면 한 번에 교육에 소비되는 쌀 양만 100kg이 넘으며 이러한 교육을 8주 기준으로 하면 800kg의 쌀이 소비 되는 것이다.
교육을 받고 나간 교육생들도 교육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복습차원에서 집에서 술을 빚는다. 일부 가양주 제조자들은 한 달에 50kg 정도의 쌀을 소비한다고 하고 한 전통주 제조 연구자는 연간 800-900kg을 사용한다고 한다. 최근 식사로써의 1인당 쌀 소비량이 60kg/년 정도가 되기에 한 달에 50kg, 일 년에 800kg의 소비량은 엄청나다 할 수 있다. 또, 술 제조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쌀은 햅쌀을 사용하고 품질 좋은 쌀을 사용하기에 실제 쌀 소비 촉진에 큰 도움이 된다.
앞에서의 가양주 쌀 사용량은 가정치 이기에 조금 더 정확한 쌀 소비량 분석에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 가양주는 가정에서 만드는 다른 쌀 가공품보다 쌀 소비가 많으면서도 만드는 횟수 역시 다른 가공품보다 많다. 가양주를 활성화 한다는 것이 술 소비를 조장하는 것으로 보일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양주라는 것 자체는 일반 맥주와 소주처럼 많이 마시는 술 형태들이 아니기에 오히려 올바른 술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가양주를 통해 시중에서 판매되는 전통주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소비 증대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 이러한 가양주 문화 활성화를 통한 쌀 소비 증대와 함께 전통주 문화의 활성화 까지 기대했으면 한다.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직물연구과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한국술 연구를 하는 연구원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 연구사.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 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 했다. 개발한 술들이 대통령상(산양삼 막걸리), 우리 술 품평회 대상 (허니와인, 산양삼 약주) 등을 수상했으며 다양한 매체에 한국술 발전을 위한 칼럼을 쓰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로
www.koreasool.net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