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동영 이태백 시
당시(唐詩)로 대륙 중국을 헤아려보자 (22)
중국 李白 詩 해설집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8은 재물을 상징해 사람들이 선호하는 숫자다. 그러면 우주 만물의 근원적인 숫자이며 동양철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숫자는 무엇일까? 1이 아니다. 바로 3이다. 가장 적은 수로서 가장 많은 수를 나타내는 수를 만수라 부르는데 바로 3이 만수인 것이다. 노자의 도덕경에 1은 2를 낳고 2는 3을 낳고 3은 우주만물을 낳는다는 글귀가 있다. 3은 조화와 균형, 대칭을 이룬다.
가령 사람 셋이 모였다 치자. 셋은 절대 분리할 수가 없다. 패가 갈릴 수가 없다. 두 사람이 얘기를 하면 남은 한 사람은 듣기 싫어도 들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상대할 다른 사람이 없으니까. 그러나 네 명이 있다고 치자. 그러면 두 패로 갈라선다. 두 사람이 이야기하면 나머지 두 사람은 또 자기들끼리 이야기한다.
옛날에 산이나 들판 등 야외에서 밥 해먹는 솥은 다리가 셋이다. 넷이면 안정적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특히 산에서는 다리가 넷 있으면 기울어진다. 지면이 울퉁불퉁하기 때문이다. 다리가 셋이어야 안정감이 있고 균형이 잡힌다.
다음으로 젓가락 세 개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가운데를 중심으로 양쪽에 하나씩 놓으면 5가 되고, 두 개 놓으면 7이 되는 식으로 무한정 뻗어나갈 수 있다. 3이라는 숫자가 우리의 생활을 거의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무도 자연스럽기 때문에 단지 우리가 인식을 못 하고 넘어가고 있을 뿐이다.
1919년 3월 1일에 대한독립 만세를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메아리치며 울려 퍼진다고 한다. 왜 사천리 방방곡곡하면 안 될까. 삼천리가 우리 강산 구석구석까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유비가 제갈공명을 영입할 때 삼고초려를 했다. 왜 사고, 오고초려하면 안 되나? 세 번으로 모든 예의를 갖췄다는 뜻이다. 장비와 마초가 하루에 300합을 겨루었다. 400합, 500합을 싸울 수도 있다. 그러나 300합으로 하루 온종일 싸웠음을 표현했다.
올림픽에서 경기 잘하는 사람에게 금·은·동을 수여한다. 왜 금·은·동·철을 주면 안 되나. 3위까지가 잘한 사람을 대표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달리기 할 때 하나, 둘, 셋 하면 뛰어간다. 셋으로서 모든 준비를 다 마쳤음을 알린다. 친구와 술 약속이 있어 늦게 나타나면 벌주로 후래자 세 배를 마신다. 세 잔으로 늦게 온 것을 용서해 준다는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삼위일체, 민주국가의 삼부(입법·행정·사법), 삼육구 게임, 삼각관계 등 3이라는 숫자가 상징하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3이라는 숫자의 마력을 마음에 새기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제반 문제에 부딪쳤을 때 보다 간단명료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가 생겨나지 않을까?
望天門山
천문산을 바라보며
-중국 초등학교 교과서 수록
천문산이 중간에 끊어져 초나라 강물이 열리고
푸른 물이 동쪽으로 흘러 여기에서 돌아가는구나
강 양쪽에는 푸른 산이 서로 마주하며 뻗쳐있고
외로운 돛배 한 척이 해 언저리에서 나오고 있네.
天門中斷楚江開
碧水東流至此廻
兩岸靑山相對出
孤帆一片日邊來
배경 753년경에 이백이 강남 각지를 방랑하던 때 배를 타고 가다 천문산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고 그 웅장함에 감탄하여 지은 것으로 대담한 필치와 청신한 분위기가 넘쳐나는 작품이다.
어휘
天門山(천문산):중국 안휘성 당도현에 있는 동량산과 화현에 있는 서량산을 함께 부르는 이름. 이 두 산 사이로 장강이 흘러 배를 타고 가면 마치 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
楚江(초강):장강의 일부분으로 전국시대에는 이 일대가 초나라 땅이었기에 초강이라 부름.
至此(지차): 여기에 이르러. 차(此)는 천문산을 일컬음.
回(회):돌 회, 돌다. 돌아가다.
日邊(일변):해 가장자리. 해 언저리. 해 뜨는 곳. 하늘 끝. 하늘가.
해설 이백은 가파른 산세 사이로 도도히 흐르는 강물에다 외로운 돛단배에 몸을 싣고 마주보는 천문산을 빠져나가고 있다. 하늘의 문이라 불리는 천문산 한가운데 서서 장강의 광활한 기세를 바라보는 이백의 마음은 뭉클하기만 하다.
이 시는 천문산의 웅장한 기세에 눌려 돛단배와 같은 초라한 자신의 처지를 연상시켜 시인의 외로움과 슬픔을 심미적으로 표현한 낭만적인 작품이다.
望廬山瀑布
여산의 폭포를 바라보며
-중국 초등학교 교과서 수록
태양이 비치니 향로봉에 자색 연기가 피어나고
멀리 폭포를 바라보니 앞 냇가가 걸려있구나
날아 흘러 곧장 삼천 자나 떨어지니
마치 은하수가 구천으로 떨어지는 듯하다
日照香爐生紫煙
遙看瀑布掛前川
飛流直下三千尺
疑是銀河落九天
배경조물주의 천공(天空)의 대경영을 보는 듯 한 거시적인 관념을 깔고 있다.
어휘
廬山(여산):오두막집 여. 강서성 구강시의 남쪽에 있는 경치가 빼어난 산.
日照(일조):해가 비추다.
香爐(향로):여산의 북쪽에 있는 산봉우리.
紫煙(자연):자주빛 연기. 산이 햇빛에 반사되어 비치는 광경.
遙看(요간):멀리 바라보다.
掛(괘): 걸려있다.
直下(직하):곧바로 아래로 떨어지다.
疑是(의시):의심할 의. 아마 ~인 듯하다.
九天(구천):구중(九重)의 하늘. 가장 높은 하늘.
해설 여산의 향로봉에 있는 폭포의 장엄한 위용을 노래한 것으로, 이 시의 전반부에서는 시각적인 이미지를 최대한 이용하여 멀리서 보는 폭포가 흡사 강을 매달아놓은 것 같다고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폭포의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은 햇빛에 비쳐서 안개가 어려 있는 여산의 봉우리다. 이처럼 산과 폭포가 어우러진 풍경의 묘사는 높이가 삼천 자나 되기 때문에 그 모양이 하늘에서 은하수가 쏟아지는 것 같다고 표현함으로써 시인의 호탕한 기개를 마음껏 표방하고 있다. 특히 삼천 자나 되는 높이에서 곧바로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는 시인의 강직한 마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이 시는 칠언절구의 압축된 형식 속에서도 감각적인 표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폭포를 속세가 아닌 선경으로 묘사함으로써 이백의 웅장한 기상과 풍부한 상상력이 잘 드러난 작품이며, 인간 세상이 아닌 신선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장 사상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명구(名句)
飛流直下三千尺
☞차동영의 학력및 경력:▴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중어중문학과▴서강대학교 대학원 중국어과▴삼성 배우기 최고가상품 개발▴DMZ종주상품 및 태권도방한관광상품 개발▴CITM(중국국제여유대전)한국관 최우수관 선정 및 수상
*편집자주:본지는 저자의 양해를 받아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중에서 술과 직접 관련이 있는 대표시를 연제한다. 삽화및 관련 사진은 청어사가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