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 굳어진 술버릇 죽어야 고처진다

‘삶과술’을 위해 멋진 그림 한 폭이 그려졌다. 좌로부터 삶과술 김원하 발행인, 강병인 멋글씨 작가, 김영삼 화가, 윤진철 명창.

김원하의 [취중진담]

20대 때 굳어진 술버릇 죽어야 고처진다

 

어렸을 적에 자주 듣던 말이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다. 어른들은 자기 자신이 살다보니 어렸을 적에 잘못 길들여진 버릇이 어른이 돼도 고쳐지지 않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며 살고 있다.

그래서 자기 자식에게만은 나쁜 버릇에 물들지 않고 올바르게 살기를 원해 이런 잔소리를 자주 했던 모양이다.

‘20대 때 굳어진 술버릇은 죽을 때까지 이어진다’는 말이 있다. 이 또한 세 살 버릇과 무관치 않다.

잘 고쳐지지 않는 나쁜 버릇 중에 대표적인 것이 술버릇이다. 나쁜 술버릇은 술 마시는 동기(動機)부터 술자리에서 매너, 그리고 술자리를 끝내고의 행동거지 등 3단계로 구분지어 생각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지난 해 가을 뉴질랜드의 한 언론사는 젊었을 때 들인 술버릇은 고치기 어렵다는 오클랜드대학과 매시대학 공동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서 보도한 적이 있다.연구팀은 50세 이상 참가자 800명의 음주 습관을 조사했다. 참가자의 13%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폭음을 했고, 이들 대부분은 처음 술을 배웠을 때 얻은 음주 습관을 평생 이어왔다.

매시대학 앤디 타워즈 박사는 “젊었을 때 배운 위험한 술버릇이 나이가 들면서 사라진다는 생각은 틀렸다”고 결론지었다. 연구에 따르면 음주습관은 보통 20대에 굳어져 대부분 60~70대까지 이어지며 “건강 악화와 사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지난 해 9월 윤종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받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의 31.7%는 ‘원하지 않는 술을 억지로 마신 경험’이 있다고 했다. 연구 결과대로라면 대학생들이 술 강요로 인해 안 좋은 술버릇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술 없는 청정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라면, 술을 강요하는 사람을 멀리 두어야 한다고 윤 의원은 지적했다.

비가 내려서, 기분이 울적해서, 석양이 너무 아름다워서,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등등 술 마시는 동기 또한 다양하지만 이 또한 대부분은 술 마시기 위한 핑계가 많다. 이 같은 핑계를 찾아 술을 마시려는 버릇이 늘면 자칫 알코올 중독자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어찌 보면 가장 위험한 버릇일 수도 있다.

술자리를 들여다보자. “딱! 한 잔만 하자”던 술자리가 어느 순간 한 병이 두 병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면 우는 사람도 있고, 말이 많아지는 사람, 옆 사람과 시비 거는 사람, 잠을 자는 사람도 있다. 제각기 특기의 술버릇이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다.

제일 꼴 볼견은 자기가 술을 사는 것도 아닌데 비싼 안주와 술을 마구잡이로 시키고, 상대방에게 술 마실 것을 강권한다. 이런 사람들은 잔치 집은 물론 상가집에가서도 술 마실 것을 강요한다.

이런 술버릇(Drinking Habits)은 누구한테도 환영받지 못한다. 이른바 술주정(酒酊)은 음주 후에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좋지 않은 행동이다. 이는 과도하게 마신 술 성분 가운데 신체로 흡수된 에탄올이 혈관을 통해 뇌로 유입되고 신경전달물질의 이동을 방해함으로 외부로부터 자극이 왜곡되어 전달되면서 우리 인간의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뇌 자체의 기능이 전체적으로 저하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술을 마시는 것도 위험하고, 자칫 술주정이 큰 사고를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술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울적한 기분을 술로 해결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또 술 마시면 기고만장(氣高萬丈)하는 모습도 좋지 않다. 한두 번 그런 모습을 본 술 친구들은 자연 멀리하게 된다.

술은 기분 좋으라고 마시는 명약이다. 그런데 이 명약도 지나치면 탈이 난다. 기분전환, 친목도모 등 목적으로 가벼운 음주를 즐기는 것은 인간관계를 스므스하게 유지하는 윤활유와 같은 것이 술이다.

나쁜 술버릇은 대개 나쁜 술자리에서 배우기 마련이다. 판단해서 술버릇이 나쁜 친구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 최상이다. 논어 ‘술이(述而)편’에 보면, ‘자왈(子曰) 삼인행(三人行)에 필유아사언(必有我師焉)이니라.’라는 말이 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몇 사람이 함께 길을 가다 보면 그 가운데 반드시 내가 본받을 만한 사람이 있느니라.”고 했다.

매너가 좋은 친구와 자주 어울리다보면 자기 자신도 매너가 좋아진다. 좋은 술 버릇은 출세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삶과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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