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는 마실 줄만 알지, 원료들은 무엇들인지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본 적 없을 줄 안다. 그래서 알아본다, 맥주의 원료에 대해.
맥주는 대맥, 호프, 효모, 물을 주원료로 사용한다. 전분 보충원료로는 쌀, 옥수수, 전분, 설탕 등의 부원료를 사용한다.
대맥(大麥?barley)
맥주에 사용하는 모든 곡류를 대표하는 것은 대맥이다. 수메르인들은 보리와 밀을 주원료로 해 맥주를 빚었다. 함무라비(Hammurabi) 왕 시대에도 맥주의 주원료는 대맥이었고, 기타 곡류도 사용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1290년 누른베르그(Nurnberg)에선 귀리, 호밀, 소맥(小麥) 등의 사용은 금했고 대맥만을 사용토록 지시했다. 15세기 초 아우구스버그(Augsberg)에선 맥주제조에 귀리만 사용토록 했다. 프랑스의 기록에는 맥주제조에 대맥, 소맥, 호밀, 옥수수, 기장 등을 사용했다는 것으로 봐서 모든 곡식은 맥주제조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그 중에서도 맥주는 모든 곡류를 대표하는 뜻으로 생각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맥주의 종류에 따라서 대맥의 맥아(麥芽) 이외에 밀, 쌀, 수수, 옥수수 등을 약간씩 섞어 빚는다. 양조용 대맥은 보통 보리(6조종)와 달리 2조종(二條種)을 주료 사용하고, 맥주용 보리는 낱알이 크고 균일하며 곡피는 엷고 광택을 띤 황금빛이 양호하다.
보리품종은 2조종과 6조종이 있으며, 2조종 보리는 입자가 크고 곡피가 엷은 맥주 양조에 적합하므로 독일, 일본, 우리나라 등에선 2조종 보리만 사용하고 있지만 미국에선 대부분 6조종 보리를 사용한다. 대표적인 양조용 대맥은 영국의 아처(archer), 독일의 한나(hanna), 스칸디나비아의 골드(gold) 등인데, 각 지방에선 그곳의 풍토에 알맞은 품종을 개발해 그 종류는 수없이 많다.
우리나라에선 1960~70년대에 골든 멜론(golden melon)이 재배됐지만 지금은 품종 개량을 통해 제주보리(1992년), 진양보리(1993년), 남향보리(1995년), 신호보리(1999년) 등을 경상남도, 전라남도, 제주도 일대에서 재배하고 있다.
맥주용 보리의 조건
① 껍질이 얇고, 담황색을 띠고 윤택이 있는 것
② 알맹이가 고르고 95% 이상의 발아율이 있는 것
③ 수분 함유량은 13% 이하로 잘 건조된 것
④ 전분 함유량이 많은 것
⑤ 단백질이 적은 것(많으면 맥주가 탁하고 맛이 좋지 않다)
2. 호프(忍布?hop)
◇ 호프의 식물학적 성상(性狀)
호프는 뽕나무과(桑科), 삼나무아과(麻亞科) 식물로 자웅이주(雌雄移住)이며, 숙근성, 연년생 식물이다. 구화(毬火)는 맥주 양조에 쓰이는 것으로 맥주 특유의 상쾌한 쓴맛을 내며, 거품, 색깔 등을 띠게 하고 방부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호프는 양조용 이외에도 사료용, 의약용, 섬유용, 탄닌 제조용 등 그 용도가 매우 다양하다.
호프가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것은 1938년이며, 처음으로 함경남도 혜산진에서 재배해 여기서 남은 양은 일본에 수출한 기록이 있다. 그후 1942년 수원농사시험장으로부터 할러타우(hallertau)를 함경남도에 심었는데 재래의 것과 달라서 한국 할러타우라고 명명했다.
우리나라에선 1990년대 초까지 강원도 홍천군, 평창군, 횡성군에 맥주회사 직영농장과 위탁농가에서 호프를 재배했지만 농산물 수입개방 및 경쟁력 약화로 현재는 재배하는 농가가 없다.
◇ 호프의 원산지와 재배 연혁
호프의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이라고 하며, 옛날부터 약초를 넣어 맥주의 맛과 향기를 돋우고 약효를 얻었다고 한다.
호프도 그 약초 중의 하나로 바빌로니아의 통치자였던 네부카드네자르(Nebukadnezar) 시대에 포로로 끌려온 유태인들이 맥주제조에 종사해 처음으로 호프를 사용했는데, 이 시기로 볼 때 기원전 6세기경부터 맥주의 첨가물로 호프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호프 재배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남부 독일 바이에른(Bayern)에서 나왔는데, 기원전 736년 바이에른주 할러타우 지방의 가이젠펠트(Geisenfeld)라는 곳에 전쟁포로로 있던 벤트족(Wende?8~9세기경 독일 북동부에 이주한 슬라브족)이 호프 농장의 장비에 관해 기술했던 것이다. 또 768년 프랑켄(Franken) 지방의 피핀(Pipin) 왕 때의 기록엔 남부 독일 바이에른주 프라이씽(Freising)의 사원 근처에 있는 호프 농장에 관한 얘기가 있다.
호프 농원이 켄트에 최초로 세워진 것은 1533년 노르포크(Norfork)에 있는 호프 농원으로 기록돼 있다. 이때 재배작물로서 호프의 가치는 정부에 의해 인정된 해가 1549년과 1553년이었다. 호프를 주로 사용하게 된 것은 중세 후기의 일이며, 14~15세기에 이르러 호프의 사용은 도처에 전파됐다.
1477년에 기록된 비망록에는 도르트문트(Dortmund)에서 1447년까지 그루트(Grut)를 제조했으며, 1477년에 비로소 호프만을 사용하게 됐다고 한다.
◇ 호프의 화학적 성분
맥주에 향미를 부여하는 것은 호프에서 유래하는 여러 가지 성분 때문인데, 호프는 맥주에 특유의 상쾌한 고미와 향기, 방부력 등을 주기 때문에 옛날부터 사용돼 왔다. 호프의 성분은 호프의 품종, 재배지역, 재배기간, 기후 등에 따라 다르다.
⑴ 호프유
호프를 수증기로 증류할 때 유출하는 황색을 띤 기름이다. 주로 루풀린(lupulin) 안에 들어 있고, 또한 꽃잎에도 미량 함유돼 있으며, 호프 특유의 향기를 주는 일종의 에센셜 오일이다.
호프유는 맥즙을 끓이는 동안 대부분 증발하고 극히 소량만이 남아 독특한 향기를 낸다. 비중은 0.7·0.9로 물에는 약간 용해되며, 호프유의 약 3/4이 테페니(terpene)계 탄화수소이며, 1/4은 함산소화합물이다.
⑵ 호프 수지
호프 구화의 수지성분은 맥주 고미질 생성에 영향을 미치는데, 호프의 자비에 따라 그대로 또는 변성이 돼 맥즙에 용해되기 시작한다.
⑶ 호프의 탄닌
구과에 2~4% 존재하며, 탄닌량의 74%는 꽃잎 중에, 22%는 루풀린 잎에, 4%는 과축 중에 함유돼 있다.
탄닌은 맥즙을 끓일 때 단백질과 결합해 가라앉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단백질로 인해 맥주가 혼탁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과잉의 탄닌은 맥주에 떫은 맛을 준다.
⑷ 기타 성분
호프에는 다량의 섬유소를 함유하고 있으며, 이것은 양조상의 의미가 없고 전부 호프조에서 배출된다. 호프에는 약 12%의 펙틴(pectin)이 존재하는데, 펙틴은 대단히 안전한 콜로이드(colloid)로서 맥주의 내구성을 위한 보호 콜로이드의 작용이 있다고 생각돼지만, 소량에서는 그 영향이 거의 없다.
함질소화합물은 프로테인(protein), 알부모오스(albumose), 펩톤(peptone) 화합물 등 13~24%(조단백질로서) 포함하고 있고, 이 안에 효모의 영양에 중요한 아스파라긴(asparagine)이 약 1% 포함돼 있다.
함질소화합물은 대부분 탄닌과 결합해서 열맥즙 중에 용해하며, 냉맥즙 중에서 응고한다.
당류로선 포도당 및 과당이 3~4% 존재한다.
3. 효모(酵母?yeast)
맥주에 사용하는 효모는 맥아즙 속의 당분을 분해하고 알코올과 탄산가스를 만드는 작용을 하는 미생물로서, 발효 후기에 표면에 떠오르는 상면발효효모(上面醱酵酵母?top yeast)와 일정 기간을 경과하고 밑으로 가라앉는 하면발효효모(bottom yeast)가 있다. 따라서 맥주를 양조할 때 어떤 효모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맥주의 질도 달라진다.
◇ 효모의 정의
효모란 진핵 세포로 된 고등 미생물로, 주로 출아에 의해 증식하는 진균류를 총칭한다. 이스트란 명칭은 알코올 발효 때 생기는 거품(foam)이라는 네덜라드어인 ‘Gast’에서 유래됐다.
효모는 식품 미생물학상 매우 중요한 미생물로서 알코올 발효 등에 강한 균종이 많아 옛날부터 주류의 양조, 알코올 제조, 제빵 등에 이용돼 왔다. 식?사료용 단백질, 비타민, 핵산 관련 물질 등의 생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⑴ 야생효모(wild yeasts)
자연계에서 분리된 그대로의 효모를 말한다. 예를 들면 과실의 표피, 우유, 토양 등이다.
⑵ 배양효모(cultural yeasts)
우수한 성질을 가진 효모를 분리해 용도에 따라 배양한 효모를 말한다.
⑶ 효모의 세포구조
효모세포의 구조는 외측으로부터 두터운 세포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세포벽 바로 안에는 세포막이 있는데 이 막은 원형질막이라고도 부른다. 원형질막 속에는 원형질이 충만돼 있으며, 그 속에는 핵, 액포, 지방립, 미토콘드리아, 리보솜 등이 들어 있다. 효모세포의 크기는 종류, 환경조건, 발육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배양효모의 경우 5~6×7~8μ 정도며, 야생효모의 경우 3×3.5~4.5μ 정도다.
4. 물
맥주 양조는 원래 수질이 좋은 곳을 선택해 시작했다고 한다. 과거에는 양조수의 질(質)을 임의로 개량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지방의 수질에 따라서 맥주의 타입이 결정됐다고 볼 수 있다. 뮌헨 지방의 담색맥주가 그 대표적인 예다. 양조용수는 무색투명하고 착색, 혼탁, 부유물, 이취 등이 없어야 하며, 각종 무기성분도 적당량 함유돼야 한다.
전분 보충원료
맥주 양조의 경우 맥아 전분의 보충원료로서 자주 다른 전분질 원료를 사용하는데 그 이유는 경제적인 것과 당화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일본에는 주세법에 의해 맥아의 50%까지 부원료의 사용을 허용하고 있는데, 실제 사용량은 맥주의 맛과 향기 등을 상하게 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분 보충원료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옥수수 및 백미인데, 일본에선 감자 전분, 고구마 전분, 소맥 전분 등을 이용하는 곳도 있으며, 나라에 따라서 포도당, 전화당, 설탕 등의 당류를 이용하는 곳도 있다.
⑴ 쌀
쌀은 전분 함량이 많으며, 가장 양호한 맥주용 전분 원료로서 특히 일본에선 옛날부터 사용하고 있다. 살립(粒)의 곡피 및 호분(胡粉) 층은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며, 정백(精白)의 경우 겨와 함께 제거되기 때문에, 백미(白米)의 단백질 및 유지 함량은 현미에 비해 현저히 적다. 맥주에는 오로지 경백미만 이용되고 있다.
⑵ 전분
맥주용 부원료로서 이용하는 것은 고구마 전분, 감자 전분, 소맥 전분, 옥수수 전분이다.
⑶ 옥수수
미국에선 부원료의 80%를 차지하며, 일본에서도 최근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옥수수는 립(粒) 자체로서는 지질 함량이 많기 때문에 맥주용으로 배아를 분리해 배유만을 그리츠(grits?옥분) 또는 플레이크(flake) 상태로 사용한다. 옥수수기름은 약 80%가 불포화지방산으로서 맥주 품질에 악영향이 있으므로 맥주용에는 지질 함량이 0.5~1.0% 이하인 것을 사용한다.
⑷ 소맥
독일이나 벨기에에서 특수맥주(weissbeir or weizenbeir) 양조용으로 소맥 맥아가 사용되고 있다. 소맥에는 백색종, 황색종 및 갈색종이 있는데, 유럽에서 맥주용으로 재배되는 것은 갈색종이다.
참고자료 ‘양조학 : 정성껏 빚어낸 양조주 이야기’(이석현 저, 백산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