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민이 되고 싶으면 베풀어라

<김원하의 데스크 칼럼>

선진국민이 되고 싶으면 베풀어라

 

옛 말에 아흔 아홉 섬 가진 자가 한 섬 가진 것 뺏어 백섬채울려고 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음을 빗대서 한 말일 것이다. 인간들의 심보는 아무리 많이 가져도 더 갖고 싶은 욕망이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모양이다. 그래봤자 세상 떠날 때는 동전 한 닢 가지고 가지 못하면서 말이다.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다가는 언젠가는 쫄딱 망한다는 것은 진리다. 공자는 이런 형상에 대해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過猶不及)”고 했다.

그러나 크게 소문내지 않고, 평생 모은 재산을 대학이나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세상 떠나는 이들도 많다. 아주대 1회 졸업생으로 평생 힘들게 세운 회사 주식 100%(200억 원 상당)를 모교에 기부했던 황필상 박사. 평생 과일 장사하며 모은 200억 원대 재산을 고려대에 기부한 김영석, 양영애 ‘노부부’. 60년 물질해 모은 1억, 기부한 93세 해녀 할망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부천사들이 있다.

이들은 결코 한 섬 가진자의 것을 빼앗지 않고, 돈을 허투루 쓰지 않고 모은 재산이다. 돈이란 것이 묘해서 허투루 쓰지 않는 다면 쓸수록 돈이 모인다. 주변을 돌아보면 있는 재산을 못사는 이웃에게 나눠주었다고 망하는 자 있는가.

잘 알려진 이야기로 경주 최부잣집을 예로 들 수 있다. 최부잣집에는 ‘최부잣집의 가르침’이란 것이 있었다고 한다.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 마라’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 기에는 땅을 늘리지 마라’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시집 온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는 ‘육훈(六訓)’이 있는데 이 때문일까. 삼대가 가기 어렵다는 부자가 12대를 이어온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12대 최준에 이르러 나라를 일본에 빼앗기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최부잣집 전설(?)은 이어오지 않았을까.

지금 부자 가운데는 IMF 때 망해가는 회사 빌딩사서, 값 떨어진 아파트 사서 부자 된 이들도 꽤 있는 모양이다. 이들에게 최부잣집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겠는가. 요즘이 IMF 때 보다 몇 배 어렵다고 한다. 문을 닫는 회사 폐업을 서두르는 식당 등이 수두룩하다. 있는 자들이 최부잣집 처럼 한다면 이 어려움도 슬기롭게 이겨 낼 텐데….

꼰대 소릴 들을망정 논어 술이(論語述而)에 나오는 말을 되새겨 보고 싶다.

​子曰:“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자왈:반소사음수, 곡굉이침지, 락역재기중의. 불의이부차귀, 어아여부운.)

지식백과의 해석으로는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신 뒤에 팔을 베고 누웠으니 그 가운데도 즐거움이 있도다. 의롭지 않은 방법으로 부귀하게 되는 것은 나에게는 뜬구름과 같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나물 먹고 물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살이가 이만하면 어떠한가’로 전해지는 원전이다.

요즘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다행이도 국내 확진자가 0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지난 6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었다.

3월 22일부터 5월 5일까지 45일간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면서 사회·경제활동이 재개되고 있어 천만 다행이다.

그러나 언제 신천지 같은 사태가 닥칠지 모르는 일이어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시국이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활동이 위축돼 실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번 실직한 사람들이 언젠 복직이나 재취업이 될지는 아무도 예측이 안 된다.

시중에는 유동자금이 수 백조 원에 이른다는 말도 있다. 아파트 같은데 투자해서 이익만을 챙기지 말고 이런 때 십시일반 모아서 사회에 공헌하는 길을 찾자는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세계인들은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인정하고 있다. 선진국이란 단순히 물질문명만 앞섰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이에 걸맞는 정신문명이 뒤따라야 한다. 그 중 하나가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것이다. 이웃은 끼니도 해결 못하는데 희희낙락 하는 여유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베풀 줄 아는 마음이 많아야 진정한 선진국민이 될 수 있다.

<교통정보신문·삶과술 발행인> 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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