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은 주류제조업자가 주세법상의 영업자이기 때문에 식품위생법에 따른 규제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안전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런데 그 주장도 충분히 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시의 MOU체제 자체에 문제가 있어 주류의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을 경우 적극 검토했어야 할 일이지만 MOU로 역할분담 상 문제가 없다면 법개정을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
사실 따지고보면 만약에 MOU 기간동안에 주류안전관리가 잘못되었다면 MOU 이후 오히려 당시 식약청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 될 수도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이물질 등 으로 인한 주류의 안전관리문제가 MOU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부처가 맡은 바 직무를 제대로 처리했었는가 아닌가의 문제인데 직무문제가 아니라 MOU체제의 문제인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논리적 오류가 발생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모두 함께 제 역할을 해야 할 가장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법 개정이라는 별개의 문제와 결부시키고 있었던 것이었다. 당시 식약청에 권한과 의무가 일정부분 주어져 있는데 권한을 모두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논리를 벗어난 의견이 된다.
즉 두 기관이 MOU대로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였다면 안전관리의 사각지대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었다. 그렇지 않다면 MOU자체가 잘못 만들어 졌다는 것인데 우리나라 행정의 수준은 그 정도로 취약하지가 않다. 철저하게 역할분담을 하여 빈틈없이 역할분담을 했었다.
오히려 제조장 순환점검이나 출고후의 주류분석 등에 중복관리가 있을 수 있었고, MOU로 인해 사업자들에게 이중적 점검의 부담을 주면서 보다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 질 수는 있을 것이다. 즉, 그 당시 역할분담도 분담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두 기관이 나누어 일을 담당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과도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었다. 즉, 규제가 부족하다는 의견이나 사각지대가 있었다는 입장은 잘못된 주장이었다.
이제 법개정이 되어 식품안전의 업무를 식약청이 전부 맡고 국세청은 면허 등 다른 정책적 규제를 담당하게 될 경우에도 우리 행정관행상 두개의 관리부처 있게 되어 사업자들에게 부담이 추가될 수도 있는 가능성은 언제라도 존재한다. 물론 업체발전을 위해 행정간섭을 최소화 하는 노력을 국세청이 할 것이지만 하나의 업체에 한 개 기관이 관리하는 경우와 여러 개 기관이 관리하는 경우 업체에 대한 간섭이 중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우리 행정의 현실일 것이라는 예상에 이견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즉, 오히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별개 산업에 대해 개입하는 부처를 일원화하는 정책이 보다 업체의 경영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한 고민을 미국정부도 하였고, 미국의 경우 식약청과 TTB(Alcohol and Tobacco Tax and Trade Bureau, 미연방 주류연초세무무역국)가 협의를 하며 업무를 진행하면서, 일관성있게 주류업계의 안전관리 업무에 대해서는 TTB가 대부분의 행정적 개입을 도맡는 것으로 자리매김을 했던 것이다.
적정수준의 안전관리 ‘소주’는 예외
사실 법개정을 포함한 모든 정책이 타당했었는가 아니었는가를 복기하자면 그 정당성, 실현가능성, 능률성 등에 대해 자세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기준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가 정책평가에서 가장 기초적인 일이된다. 정책평가는 사전평가도 중요하지만 과정평가도 의미가 있고, 지속적으로 평가하여 잘못되었을 경우에는 다시 재조정을 할 수도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또한 재조정을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다른 식품과 주류는 다른 방식과 내용으로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되어야 할 것이다.
법개정이 정당했는가 여부는 우선 법개정의 추진으로 피규제업체가 변경전후대비 부당하지 대우 받지 않았는가를 판별하는 것이다. 법변경으로 인해 소관부처가 변경하여 과연 새로운 법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편익대비 과다한 관리비용이 증가할 경우 새 법안으로의 변경은 부당한 것으로 평가가능할 것이다.
사실 그 부당성은 쉽지 판별이 가능한 일은 아니다. 새 법으로 비용지출을 통해 새시설이나 관리 개선으로 안전도가 보다 증가하고 소비자 만족을 추가적으로 유도했다면 그 결과는 유익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그러한 결과가 나타났다는 증거는 없다.
또한 해외 국가들에서 주류안전관리를 업계의 자율관리 하에 두고 있는데도 우리나라에서 과잉설비를 유도하거나 주기적 개입으로 불편을 초래했다면 그 또한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주류는 이미 제품의 맛, 향 등의 품질이 원료의 관리와 직결되어 있는 것을 모르는 업체들이 없다. 소비자들도 그 맛을 판별할 수 있을 것이다. 예외적인 것의 사례가 우리나라의 소주가 될 것이다. 소주는 연속식 증류방식을 선택한 고효율 주조방식이기 때문에 그 맛의 결정이 원료와 무관하다. 그러므로 원료관련 위생안전문제나 선도 문제는 발생가능성이 거의 없다. 즉, 적정 수준의 안전관리는 이미 주류업계에서 필수사항이자 불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로운 소관부서가 이러한 점을 무시하고 과잉관리를 했다는 증거는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 아직은 위생안전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소주의 원료인 주정에 대한 규제를 재고찰 해보면 그에 대한 과잉 규제는 전혀 불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사실 직접 음용하지 않는 주정은 원료일 뿐이므로 최종재가 아니다. 주지하는 바대로 주정은 95%이상의 에탄올을 생산하는 연속식 증류공정을 거치므로 식품으로서의 안전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주정은 양곡정책에 의거 배정하는 쇄미, 흠결미, 수침미, 5년이상 장기보관한 곡물 등도 사용한다. 주정원료에 위생안전상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기 어렵다. 이들을 식품위생법상의 영업자로 지정하는 것은 민원과 논란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