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조지훈은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인정을 마시고, 술에 취하는 게 아니라 흥에 취한다”고 했다.
멋진 말이다. 술도 이렇게 마시면 탈이 날 턱이 없다. 그런데 요즘은 술을 칠 때도 첫 잔부터 이른바 소폭(소주+맥주)으로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인정을 마실 시간도 없고 흥에 취할 시간도 없이 바로 취기가 온 몸을 감싼다.
술은 우리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술을 좋아하든 않든 간에 일상 대화 속에 “우리 언제 술 한 잔 합시다”라는 헛 약속을 밥 먹듯 하며 살아가는 샐러리맨들에게 술은 비타민과 같은 존재다.
“어제 많이 마셨으니 오늘은 쉬자”고 마음 굳게 먹었지만 서산에 해 질 무렵이면 누구랄 것 없이 발길이 대폿집으로 향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흠칫 놀란다. 알코올 중독에 걸린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가지면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소시민들은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전문의사로부터 알코올 중독에 대한 진단은 받아 보지 않았어도 직장에서 중견 간부들 이상은 초기 알코올 중독자가 많다. 알코올 중독은 단순히 술을 마시는 양이나 또는 종류를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지만 저녁나절 술 생각이 난다면 이는 서서히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간다고 보면 된다.
전문의들은 알코올 중독의 진단은 술에 대한 자제력이 얼마나 있는가. 음주로 인한 신체적인 문제는 없는가. 술로 인해 사회적, 가족적, 직업적인 활동에는 문제가 없는가에 달려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계속적인 음주로 영양결핍, 간의 기능저하, 기억력문제 등의 신체적인 문제를 경험했거나, 가정 내 폭력, 직업상실, 음주운전, 주폭 등의 사회적 문제 혹은 불안, 우울, 환청 등의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다면 마시는 술의 종류나 양과 상관없이 알코올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고 경고 하고 있다.
갓 입사한 새내기들은 거의가 술 맛도 모르면서 마시는 풋술이지만 상사가 술귀신일 때는 자신도 술귀신이 되어간다. 상사 앞이라 처음엔 조심하지만 몇 잔 술에 술기운이 몸에 돌기 시작해 거나한 상태가 되면 그 때부턴 발동이 먼저 걸려 2차 3차를 먼저 외치기 시작한다.
아침이 되어 천근같은 몸을 일으켜 보지만 머릿속은 옹송옹송하다. 지난 밤일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지만 제 시간에 출근하려면 입에서 문뱃내가 나더라도 출근을 서둘러야 된다. 이런 것이 소신민들의 삶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과거와 달리 술을 강권하지도 않고 만취해서 명정(酩酊)상태까지 이르는 사람도 드물다지만 사소한 시비에도 화를 참지 못해 불상사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참으로 아타까운 일이다.
이런 사람들은 술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마시기 시작한 것이 원인이라 생각된다. 술을 어느 정도 마시면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정신 상태는 어떻게 된다는 정도의 상식만이라도 알고 술을 먹어야 한다.
주사(酒邪)를 부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술을 시작했을 때 제대로 배우지 않고 뒷골목에서 아무렇게나 배운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술을 칠 때도 안다미로 따르고 갈증 난 사람 냉수 마시듯 술을 들이켜니 결국은 고주망태가 되어갈 뿐이다.
지구상에서 술이 사라지지 않는 한 술은 먹게 되어 있다. 술이 해롭다고 귀에 못이 밝힐 정도로 홍보(?)를 해대지만 근절되지도 않고 있다. 또 술로 인한 세수도 만만치 않은 점을 보아 정부 당국은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주도를 교육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최근 담배꽁초를 길에 버린다고 훈계한 60대 여성을 벽돌로 때려 끝내 숨지게 한 한모(24·회사원)씨도 술김에 그랬다는 것이다. 이 모두가 술을 잘못 배운 탓이다. 주폭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주도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해결책의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