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위해 피서지 음주는 삼가야
불볕더위 피해 몰려드는 인파…피서지 방역 비상
해수욕장 개장시간 외 음주 ‧ 취식 금지
역대 최장 장마가 끝나고 연일 폭염이 지속되자 더위를 식히려 해수욕장, 계곡 등 피서지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과 경기지역의 집단 감염 여파로 2차 대유행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피서지에서 마시는 술이 방역 수칙을 위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광복절 연휴인 지난 16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은 26만7000명의 피서 인파가 몰렸다. 부산시는 피서객 급증과 맞물려 최근 일주일간 39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자 17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피서객들로 인해 해수욕장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각 지자체에서 입장하기 전 방문 기록을 남기고 입장객의 마스크 착용과 발열 체크를 하는 등 방역 관리를 하고 있지만 더운 날씨에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고 물놀이를 하거나 백사장을 활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전용준 원장은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피서지에서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것은 자신을 비롯한 타인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며 “특히 피서지에서는 들뜬 분위기에 음주를 하는 일이 많은데 술에 취하면 감염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무뎌져 방역 수칙을 위반하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양수산부는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지난 7월부터 개장시간 외에 대형 해수욕장 내 음주와 취식 행위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그러나 단속 구역이 백사장으로 제한되다 보니 주변 사각지대에서 술을 마셔도 제재할 수 없고, 단속 대상이 아닌 중소형 해수욕장에선 밤새 술판이 벌어지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전용준 원장은 “피서를 떠나면 코로나19로 인해 억눌렸던 마음이 해방감과 일탈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 술을 마실 경우 과음이나 폭음을 하기 쉽다”며 “알코올이 이성적 사고와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전두엽 기능을 마비시켜 감염 위험이 큰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큰 지금, 피서지에서의 음주는 자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음주 후에는 판단력이 약해지는 반면 행동은 과감해진다. 이로 인해 피서철 음주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높일 뿐만 아니라 불의의 사고까지 이어질 수 있다. 얼마 전에는 강원도 경포 해변에서 20대 피서객이 파도에 휩쓸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사고 당시 그는 술을 마시고 일행과 내기를 하다 바다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알코올은 우리 몸에 흡수되면 뇌의 중추신경계에 억제 및 진정 작용을 일으켜 평형 감각과 반사 신경을 둔하게 만든다. 또한 음주 후에는 혈관이 확장되고 체온이 낮아져 물에 들어가면 저체온증에 빠지기 쉽다.
전용준 원장은 “술을 마시면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져 음주 후 물놀이 사고 발생률이 높아진다”며 “특히 안전 시설과 장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바다나 계곡 같은 야외에서는 안전사고 위험이 높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 원장은 “무엇보다 많은 피서객이 몰리는 피서지에서의 감염은 정확한 감염 경로를 추적하기 힘들어 확산 위험이 큰 만큼 절주를 실천하고 안전 및 방역 수칙을 꼭 준수해 부디 건강한 피서를 보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