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양식에 이어 전통주까지 3개 부분에서 명인 된 최덕용 소장

주류품평회에 출품했던 전통주.

한국전통주문화연구소 崔德龍 소장

한식, 양식에 이어 전통주까지 3개 부분에서 명인 된 최덕용 소장

한국전통주문화연구소 최덕용(崔德龍 54) 소장이 지난 7월 29일 국회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대한민국 대한명인 문화의 날 행사에서 ‘전통주 개성송악 아락주’ 명인인증서를 받았다.

최 소장은 이미 대한민국한식조리명인과 국제마스터셰프 조리명인에 인증되어 있어 이번 전통주 명인까지 3개 부분에서 명인 자격을 소지한 보기 드문 명인이 됐다.

남들은 한 분야에서도 명인 자격을 따지 못하고 있는데 서로 각기 다른 3개 부분에서 명인이 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 만큼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는 얘기다.

사전적 의미에서 명인(名人)이란 어떤 분야에서 기예가 뛰어난 유명한 사람이라고 했다. 비슷한말로 거장, 명가, 달인, 일인자, 고수, 명사라고도 하는 명인은 남들이 넘보지 못하는 그들만의 독특한 기예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수수, 밀, 찹쌀, 옥수수, 차조를 각각 고두밥으로 지어 누룩과 함께 오양주(五釀酒) 기법으로 빚어 이를 다시 증류하여 65도의 개성송악아락주를 얻는다.
연구소에는 최덕용 소장이 아락주 외에 각종 전통주를 빚어 맛을 비교하기도 한다.

명인들이 더욱 빛나 보이는 것은 대한민국 전통문화와 전문분야 기술을 습득 발전시키고 계승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명인 반열에 등극하기 위해서는 최소 1년여의 기간 동안 국내 최고 심사위원들의 까다로운 심사규정을 통과해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명인이 되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은 길인데 최 소장은 3개 분야에서 최고의 명인이 된 것이다.

최덕용 소장은 전통주 명인 인증서를 받고 나서 “초심의 낮은 자세로 더욱 노력하고 연구 정진하여 전통주 산업계의 동량이 될 후학들을 양성하는데 노력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각 분야의 최고 고수들을 발굴하여 ‘명인’으로 위촉하는 대한민국명인회(회장 윤상호)는 대한민국 문화예술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지난 2004년 설립 된 단체다.지금까지 대한민국 대한명인은 현재 462개 분야 462명이 명인으로 추대돼 ▲전시분과 210개 분야(전통 및 현대예술분야) ▲공연분과 50개 분야(가·무·악 분야) ▲인문·과학분과 83개 분야(건강, 연구, 역사, 전통무예, 과학 분야) ▲식품분과 119개 분야에서 전문 활동을 통해 전통계승을 이어가고 있다.

“문화와 예술로 하나 되는 세상을 위하여” 새로운 전통주 꿈꾸는 ‘개성송악아락주’ 명인
한국전통주문화연구소 崔德龍 소장
개성분 이셨던 할머니로부터 전수 받아 ‘개성송악 아락주’로 명인이 되다

올해는 유달리 긴 장마가 지속되고 있다. 부산 지방은 집중 호우로 물난리를 겪었는데 비가 그치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우리나라 땅이 그렇게 넓은가. 성남시 수정구 복정로에 자리 잡고 있는 한국전통주문화연구소를 찾은 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전통주 명인으로 선정된 것 축하드립니다. 소감이 남다르시겠어요.

“기쁩니다. 특히 700여년의 전통을 지닌 ‘개성송악 아락주’ 명인이 돼서 할머님도 하늘나라에서 기뻐하실 겁니다. 사실 개성송악 아락주는 할머님한테 전수 받은 전통주이거든요.”

-그럼 꽤 일찍부터 전통주에 입문하신 거네요.

“제가 중·고등학교를 부산에서 다녔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인가요, 방학 때 집(경주)에 오니 할머니가 밀 누룩(죽곡)을 빚으시면서 밟으라고 하시는 겁니다. 그 것이 계기가 되어 방학 때면 으레 할머니랑 술을 빚었습니다.”

최 소장의 할머님은 개성 분이셨단다. 송악 아락주는 개성의 송악산(松岳山)에 있는 송악사(松岳寺) 스님들이 빚어서 마시기도 했고, 개성의 사대부(士大夫)집에 팔기도 했던 술이란다. 이 때 할머님 댁에서도 아락주를 즐겨 마셨는데 할머님이 경주 최 씨 가문으로 시집오게 돼서 이를 재현 해 내게 된다.

당시 교통도 좋지 않던 시절 개성 분이 경주 최 씨네 며느리가 된 사연을 알아야 송악아락주를 이해하는 지름길일 것 같다.

최 소장의 가문은 경주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만석꾼이었다. 문경에서 양산까지 거의 최 씨 가문의 땅이라고 할 만큼 대부였다. 큰 할아버지 최준은 최 씨 가문의 12대손으로, 안희제를 도와 부산에서 백산상회라는 주식회사를 만들어 주로 쌀과 포목을 수출하여 돈을 벌어 상해 임시정부에 군자금을 조달한다. 후에 재산을 모두 투자해 영남대학을 세웠다.

최 소장의 친 할아버지 최완 역시 독립운동가였다. 전국의 동지들을 규합하고 군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개성 분인 할머님과 결혼하게 된 것이라 했다.

부친도 백선엽 장군 휘하에서 다부동 전투에 소령으로 참여하여 하지를 잃는 상이용사가 되기도 했다.

1984년도에 정부에서 우리 술 전통주의 국가무형문화제 지정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때 작은 할아버지 최윤이 문중회의에서 일임 받아 경주교동법주를 빚게 된다. 따라서 최 소장은 교동법주와도 무관치 않아 천성적으로 전통주와는 깊은 인연을 갖게 된 것이 전통주 명인까지 오르게 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지난 7월 29일 국회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대한민국 대한명인 문화의 날 행사에서 ‘전통주 개성송악 아락주’ 명인인증서를 받은 한국전통주문화연구소 최덕용 소장.
개성송악아락주 명인 증
최 소장이 할머니로부터 전수받은 개성송악 아락주는 어떤 술인가.

‘아락주’의 주재료는 수수, 밀, 찹쌀, 옥수수, 차조다. 주재료를 각각 고두밥으로 지어 누룩과 함께 빚는다. 다섯 가지 곡식의 고두밥을 한꺼번에 넣어 빚는 것이 아니라 수수로 밑술을 만들어 수수가 어느 정도 당화 될 때 밀 고두밥을 덧술로 첨가하고, 또 밀이 당화되어 가면 찹쌀 고두밥을 첨가 하는 방식으로 하여 오양주(五釀)     기법으로 술을 담그는데 약 60여일이 지나야 발효가 끝난다.

이 술을 침전시켜 맑은 윗 술만 뜨면 18도의 청주가 된다. 이 청주를 두 번 증류 시키면 65도의 아락주를 얻을 수 있다.

한국전통주문화연구소에는 이렇게 증류하여 4~5년 숙성시키고 있는 아락주가 상당량 있다. 아직은 본격적인 시판은 안 하고 있는데 이 술 맛보려고 소문 듣고 찾아오는 마니아층이 많다고 했다.

최 소장이 권 하는 아락주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도수 높은 백주보다 맛이 깔끔하고, 입안에서 확~ 발산되는 느낌이 기분 좋다. 길어야 2시간 정도 지나니 술기운이 사라졌다. 좋은 술들이 갖고 있는 장점이다.

“비싸게 팔 생각은 없습니다. 외국 양주와 견줄만한 가격이 돼야 판매가 되는데 현재 우리의 전통주들은 그런 생각이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퀼리티가 아무리 좋아도 지나치게 고가이면 국내는 물론 수출이 이루어지겠습니까?”

한국전통주문화연구소에서 소정의 교육을 이수하고 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 발급하는 주향사 자격증.
프랑스 요리책 읽다가 요리사 되는 꿈꾸다

최 소장은 전통주 업계보담은 요식업계에 먼저 알려진 인물이다.

“중학교 때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 영어로 된 원서를 산 것이 바로 프랑스의 요리계의 대가 오귀스트 에스코피에의 일대기를 그린 책이었습니다. 단어를 찾아가며 읽다보니 요리의 세계는 환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요리사의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에서도 요리를 공부했고요, 군 생활에서도 취사병이었습니다. 군 생활을 하면서 후임병사가 때마침 미국에서 살다가 지원입대한 사람이어서 외국의 요리학교 정보를 상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최 소장은 어려운 과정을 거쳐 Italia Firenze Apicus International School of Hospitality 에 입학하계 된다. 졸업 후 17년간을 유럽의 각 나라 호텔에서 셰프로 일하면서 많은 서양 요리를 접하게 된다. 그렇지만 마음 한 켠에는 고국의 요리가 그립고 술이 그리웠다. 한두 달 짧은 휴가를 받아 귀국해서 전통주를 배웠다. 유럽 일터로 돌아갈 때는 고추장, 된장, 간장 같은 발효 식품을 가지고 가서 나름대로 소스를 만들어 손님들이나 동료들에게 권해보자 반응이 좋았다.

“프랑스 파리 특급 호텔에 근무 할 때입니다. 총주방장님이 중국 상하이로 스카우트되어 가는데 같이 가자는 권유로 상하이에서 6년간 일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23년이란 세월을 외국호텔에서 요리를 하며 보내게 되었죠”

담근 술이 발효가 잘되고 있나 수시로 향을 맡아봐야 한다.
국제명인요리사협회 아시안 연맹 본부 회장

최 소장과 인터뷰를 하면서 최 소장이 입고 있는 의상에 눈길이 자주 갔다. 보통 레스토랑의 셰프들의 의상과 차이가 있었다. 태극기를 비롯해서 여러 마크가 도안되어있다.

“이 유니폼은 국제명인요리사협회(1963년 창립, International Master Chef‘s Association) 회원들이 입는 셰프쟈켓 입니다. 제가 한국 국제명인요리사협회 회장이면서 아시안 연맹 회장이니까요.”

그랬다. 국제명인요리사협회는 미국, 호주, 유럽, 아시안 지역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최 소장이 아시안 지역연맹 회장이다. 일본을 비롯해 중국, 동아시아 국가의 명인요리사들의 인증관리를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아시아 지역 각국에서 국제명인요리사협회의 각종 행사나 단체를 새로 개설하려면 최 소장이 인정 승인해야 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한국전통주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많은 문하생을 배출해 냈고, 2017년 8월에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민간자격증을 운영하고 있다. 소정의 교육과 시험을 거쳐 주향사(Korea Brewing Master) 민간자격증을 발급한다. 그 동안 70여명이 자격증을 받았다.

최 소장은 참으로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다. 2018년 12월에는 제32회 신지식인 교육부문 선정에 선정되었다. 가양주문화와 발효음식의 세계적 가치를 널리 알린 공로가 인정되어 신지식인 교육부분에서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것이다.

이는 그동안 한국전통발효식품생산자협회 초대 회장, 대한민국한식협회 부회장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며 우리 한식을 세계에 알리는 데 가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2010년에는 본격적으로 한국발효식문화연구원과 한국전통주문화연구소를 설립하고 한식의 현대화, 세계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주류품평회에 출품했던 전통주.
“문화와 예술로 하나 되는 세상을 위하여”

3개 분야의 명인 타이틀을 소지한 최 소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우리 술 문화의 발전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신념으로 이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술은 한식 문화의 꽃이자 첨병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제대로 된 우리 술을 빚기 위해 새로운 스타일의 양조장을 지을 계획입니다.”

최 소장은 1993년 스페인 요리학교를 다닐 때 유럽음식에 맞는 술에 대해 알고 싶어 스페인와인제조 학교에서도 공부했다. 그 때 우리 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뭔가 허전한 목마름 같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그래서 서양의 양조기법과 우리의 양조기법의 장점을 살리면 새로운 술을 만들 수 있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고 했다.

문화가 예술로 태어나듯 우리의 전통에 새로운 꿈을 심으면 분명 또 다른 술이 태어날 것이라 최 소장은 굳게 믿고 있다.

그렇게 되면 또 하나의 명인이 태어나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되길 바란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 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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