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음주문화와 알코올 정책 (中)

조성기 박사의 리포터

스웨덴의 음주문화와 알코올 정책 (中)

조성기(아우르연구소 대표/경제학박사)

 

스웨덴 역사 속에서의 알코올의 위치

스웨덴에서의 알코올 소비 규제는 알코올의 과음과 오남용의 역사와 그 괘를 같이 해 왔다. 알코올 소비는 1700년대와 1800년대에 많았다. 그 시대의 술 소비량에 대한 자료는 충분치 않다. 다만 1754년 스톡홀름에 술을 파는 여관이 700개 정도가 있었다는 통계가 있다. 인구 대비 숫자를 구해보면 그 당시 88명의 시민 당 여관이 1개가 운영되고 있었던 것이 된다.

지금은 700명당 1개의 레스토랑이 운영되고 있다. 인구밀도를 고려하면 1800년대 초반에 과음자들이 많았다고 보는 게 맞다. 그 당시 고도 증류주 음용량은 연간 1인당 40-50리터가 된다. 그 양은 너무 많아 오늘날은 상상할 수 없는 양이다. 그렇지만 당시 통계를 추적해 보면 사실이다.

그 당시는 빈곤이 일반화 되고 있었다. 도시의 주거상태도 매우 열악했다. 많은 식구가 아파트 1채에 함께 살았고 다른 가족들과 부엌과 화장실을 공유하고 있었다. 위생설비는 적었고, 결핵과 같은 감염병이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었다. 아마 작금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폐렴 사망자 보다 그 당시 감염병 사망자가 더 많았을 것이다.

농장 노동자들의 생활상태도 아주 나빴다. 노동자들의 일은 매우 힘들었고 임금은 적었고 일부는 식량으로 지불되었다. 농장주들은 계약한 노동자들의 가족들에게 음식과 술을 신용으로 사도록 은혜를 베풀었다. 그 부채가 거듭되어 다 갚기는 요원한 상황이었다. 이 상황이 대책 없이 계속되었으므로 노동자들은 술로 이 어려운 시절을 살아나가는 해소책을 삼았던 것이다.

자애로운 지주들은 특별한 때에 한 잔의 술을 주었는데, 관대함의 표현이었다. 크리스마스 때나 새해를 맞을 때 자애로운 좋은 주인들이 몇 잔의 술을 나누어 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추운 겨울에는 주부들도 한 잔의 술을 마셨다. 신입직원이 들어온 날 선배들이 술을 한 병 선물로 주는 관습도 있었다고 한다. 스웨덴 인들이 술을 많이 마셨다는 증거는 문헌 뿐 아니라 노래와 그림 속에도 잘 표현되어 있다.

1700년대의 유명한 시인이자 작곡자인 벨먼(Carl Michael Bellman)은 가사에 ‘술을 많이 마시고 살기 어려운 그 시대의 삶’을 적었다. 술로 분노를 잠재우는 가사를 가진 그 노래는 지금도 불리운다. “…네 무덤이 네게 너무 깊을 것 같지 않은가? 그러면 한잔 드시게. 그리고 또 한잔. 그리고 또 한잔. 너는 더 평화롭게 죽게 될 거야…”

1800년대 후반과 1920년대까지 알코올 소비량이 크게 줄었다. 그 이유는 가정 증류를 금지했고, 절주운동이 지속되었기 때문이었다. 음주추세가 엄청나게 반전되어 연간 1인당 순알코올 3.5리터 내외가 되었다고 한다.

소비가 그렇게까지 건전해진 이유는 술을 완전히 금지하자는 금주운동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1917년부터 1955년까지는 브라트시스템(Bratt system)이라고 불리는 특별한 주류공급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1920년에 주류각서가 통과된 후 국제적으로도 독특한 규제가 시도되었다. 월별로 일정량 술 구매를 제한했고, 모트복(Motbok)이라는 책에 술 구매기록을 적도록 했던 것이다. 술 판매상황은 국가가 운영하는 ‘시스템보라제트’가 엄중하게 관리했다.

이 같은 배급제하에서는 가족 중 남편이나 아버지가 그 책의 정리를 책임졌다. 가족 술관리자라는 영예를 얻은 것이다. 독신여성에게는 일반적으로는 그 책을 지급하지 않았는데 요청하면 주었지만 남성 보다는 적은 량이 배정되었다.

25세 아래의 청년들에게는 사실상 그 책이 지급되지 않아서 술을 살 수가 없었다. 그러니 술의 공급이 제한되었고 가장은 청년들이나 여성들에게 술을 주기를 꺼려했다. 가장 혼자 마시기에도 공급 받은 술이 워낙 모자랐기 때문에 대안이 없었다. 요즘의 재난구호금이 세대주에게 지급된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모트복’이 사용된 마지막 해는 1954년이었다.

그때 1인당 음주량은 공식적으로 4.9ℓ이었다. 그렇지만 이 규제가 성공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밀주가 과연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의 시기에 과연 음주량이 어느 정도였는지에 대해 실제 통계는 잡기 어렵다.

전후에 술 소비량이 증가했다. 판매규제가 완화되었고 경제성장도 지속되었다. 그러자 1976년에 1인당 음주량은 7.7리터 까지 올라갔다. 그 이후에 다시 하락세가 나타나 1990년대에는 1인당 6리터에서 6.5리터 정도로 안정되었다.

최근의 큰 변화는 스웨덴인들의 음용 주종이 크게 변한 것이다. ‘보드카벨트’의 스웨덴인 답지 않게 와인과 맥주를 더 마시고 보드카 음용을 줄인 것이다. 비중변화가 컸다. 2016년의 15세 이상 기록된 음주량 통계를 보면 와인이 전체에서 48%, 맥주가 36%를 차지하고 있고, 증류주는 14%가 마시는 것으로 조사된다. 86%가 독한 술을 멀리하게 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소위 ‘와인 벨트’가 나머지 유럽의 음주에 영향을 미쳤다. 술은 사람이 마신다. 남부유럽과 남동부유럽인들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북쪽의 사람들도 남쪽 지중해로 여행을 가게 되어 음주문화가 변화한 것이다.

스웨덴에서 절주운동은 1800년대 말기와 1900년대 초기에 영향력이 컸다. 그 영향력의 원천에는 종교운동과 정치운동이 연결되어 있었다. 절주운동과 사회민주당 간의 강력한 연대가 구축된 것이 주효했다. 20세기 내내 스웨덴 국회의원 중에 금주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강력하고 엄격한 알코올 정책이 상당부분 실행 가능하게 되었다.

스웨덴의 사례를 볼 때 음주정책에는 음주문화가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주에 친화적이고 폭음을 일삼는 것으로 알려진 우리나라 국회이나 법조계, 행정부에서 알코올 통제정책이 거론되기조차 어려운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스웨덴의 절주운동은 스웨덴 스타일의 타협의 현장을 찾아볼 수 있다.

엄격한 금주주의자들도 보다 온건한 대중의 의견과 자신들의 엄격한 의견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금주주의자들도 완전한 금주정책을 쟁취하기는 어려워 타협의 상황을 선택하게 되었던 것이다.

주요 음주 패턴들

잘 알려진 대로 스웨덴에는 폭음을 일삼는 전통이 있다. 폭음은 만취하는 음주행위를 용인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폭음이 남성에게는 허용되었지만 여성의 음주는 스웨덴의 과거에서 비난의 대상이었다. 스웨덴에서 취한다는 사실은 남성성과 관련성이 매우 컸다.

2016년의 폭음 데이터를 보면 15세 이상 남성의 43,7%, 여성의 12.4%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음주자만으로 보면 남성이 52.1%나 되고, 여성은 20% 수준이다. 15-19세 사이의 청소년 자료를 봐도 남성이 48%, 여성이 13.4%다. 적지 않은 수가 폭음에 가담하고 있는 것이다.

남자들이 술을 마시고 실수를 하더라도 용인하는 음주관련 농담들이 상당히 많다. 또한 술 농담은 성적인 것과 죽음에 대한 것들도 많다. 술집의 벽에 적힌 술 농담의 고전적 사례는 다음과 같다.

무슨 말인 지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 적혀있다고 한다. 술 마시면 그렇게 된다는 뜻인 듯하다. 읽어 보자. “이 방에서는 어떤 술도 마시지 말자. 하지만 생선안주가 나올 때는 예외다. 소시지를 제외한 모든 안주는 생선안주라 생각하자. 아마 신은 소시지안주를 절대로 내놓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런데 소시지 안주가 나오면 생선안주라고 생각해도 좋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 “이 방에서 언제든 술을 마셔도 좋다”는 말을 왜 그리 어렵게 표현했을까? 만취한 상태에서 적은 것이 분명하다.

스웨덴인들 중에 성평등의 입장을 가진 이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술과 관련될 때는 예외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 이상한 일이지만 사실이라고 한다.

스웨덴인들도 술 마시면 당연히 폭력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술에는 장사 없고 만취 후 행위는 예외가 적다. 사교적 음주가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술 마시고 폭력을 일삼고,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물론 술 마시는 양이 문제가 되어 이혼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이는 스트레스로 인해 술을 마시고 술이 스트레스가 된다. 악순환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술로 인한 우울증도 많고, 우울증이 과음을 불러 일으켜 문제가 많다고 한다.

스웨덴에서 사교적인 음주가 일반적이지만 술 문제를 지속적으로 발생시키는 이들은 비난의 대상이 된다. 스웨덴에서도 술 문제는 개인의 잘못으로 발생되는 것이어서 대부분의 알코올 중독자들은 가족이나 직장에서 지지를 받지 못한다. 상당 부분 건강보호시스템이나 중독자들의 자조집단으로부터 지원을 받게 된다.

스웨덴도 최근에 미국에서 시행되는 직장인 지원프로그램(Employee assistance program)을 도입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제대로 도입되지 않은 제도다. 직장에서의 술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조기에 직장인들의 술 문제에 개입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술 문제로 인한 고립과 배제를 예방하고, 더 급속히 퇴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기로 한 것이다.

스웨덴의 문헌을 보면 알코올 오남용 자들에게 ‘중간지대’가 있다고 적혀있다. 이때 중간지대의 존재는 그들을 가족이나 친지들이 돌보는 사회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술을 끊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사회망은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통상 남부 유럽은 가족관계가 끈끈해서 가족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가족 일원의 술문제를 가족구성원들이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가족관계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가족 간 확산이라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스웨덴인들은 사실 남부유럽인들과는 다르다. 가족보다는 전문가가 개입해서 알코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 일반적이다.

스웨덴인들은 사회가 종합적 책임을 가지고 개인의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고 본다. 사회적 문제해결방식에 깊게 동의하는 데에 뿌리가 깊다. 개인은 사회의 도움을 받을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호와 사회서비스를 모든 국민들이 이용 가능해야 한다고 본다. 설사 술 문제가 음주자 자신의 오류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회적 보호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스웨덴인들의 음주패턴

주로 스웨덴인들의 공통적이라고 볼 수 있는 전형적 패턴을 정리해 보았다. 하지만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바 음주패턴의 집단 간 차이나 개인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먼저 남성과 여성의 음주패턴은 아주 다르다. 물론 2차 대전 이후에 여성의 인권 신장에 따라 그 차이는 크게 감소했다. 2016년의 알코올사용장애자는 남성이 14.7%, 여성이 7.3%였고, 알코올의존자들은 남성이 6.4%, 여성은 3.8%였다. 여성은 특히 유럽 전 지역의 알코올의존자 비율 3.7%보다 0.1%포인트 높은 수준이었다. 그 성차이도 역시 줄고 있다고 한다.

술에 관한 건강정보가 확산되고 임신 중 여성음주가 태아에게 큰 문제가 있다고 알려도 여성들의 음주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임신여성들이나 수유기의 여성들이 술을 멀리하는 풍조는 분명하다.

여성음주가 늘어나는 숫자는 여성노인의 음주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노인인구가 늘고 남성보다 여성 노인이 인구구조상 비중이 늘고 있는 것과 여성음주가 늘고 있는 것은 관련성이 크다. 청년들 음주에서 성차가 줄어드는 것도 음주의 성차이가 줄어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래도 순알코올음주량을 기준으로 본다면 여성보다 남성이 3.5배 정도 음주량이 많다. 술을 기준으로 보면 3배가 조금 안되게 계측되어 여성이 남성보다 알코올농도가 낮은 술을 선호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금주자 통계를 보면 2016년의 평생금주자는 남성이 5.7%이고, 여성은 17.5%였다. 과거 음주자는 남성이 10.4%, 여성이 20.3%, 합계 15.4%였다. 지난 12달 동안의 금주자 통계는 남성이 16.1%, 여성은 37.8%, 합계가 27.0%였다. 여성의 금주자 숫자를 볼 때 아주 조금 마시지만 본인이 술을 마신다고 생각하지 않는 여성들은 집계에서 뺐다. 축제 때 한두 잔 마시고 일 년 내내 술을 마시지 않는 경우는 금주자에서 뺀 것이다. 그 수를 포함하면 금주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스웨덴의 청년 집단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1년-1992년의 자료를 보면 16세-24세 사이의 술 소비량이 3.3리터로 집계되고 있다. 그 이전에는 통상 숫자가 안정적이거나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지만 그 이후에는 달라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청년들은 주로 알코올 농도 4.5%의 맥주를 마신다. 스웨덴 청년들은 음주문제 예방관리에서 특별한 보호대상이다. 학교, 사회서비스기관, 스포츠 센터 등에서 예방활동이 전개된다.

종교가 알코올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키는 데 큰 영향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일부 교회에서 금주를 주장하고 술을 마시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지고 있지만 전체 교회를 대상으로 보면 금주인구가 매주 적고 음주자가 많다. 오히려 음주를 하도록 분위기를 조장하는 집단도 있다는 정보도 있다. 스웨덴 인구의 95%가 동질적 종족으로 구성되어있다고 한다.

이민자들은 5% 뿐이다. 이민자들 중 무슬림이 있는데 대부분 금주자들이다. 이민자들은 처음 건너올 때 고국의 음주문화를 그대로 가지고 들어온다. 그렇지만 2세대, 3세대로 넘어갈수록 스웨덴 사회에 동화되면서 바뀐다.

스웨덴의 이민자 중 대다수가 핀란드 출신들이다. 단기 임시직의 고용으로 많이 들어오고 자주 본국을 오간다. 그들은 스웨덴에서 거주할 때 폭음을 일삼게 된다. 그러므로 핀란드 출신 남성들은 알코올 문제의 위험이 높다. 스웨덴의 술 문제에서 지역별 차이도 매우 중요하다. 농촌 사람들보다 도시사람들이 술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다음호 계속>

조성기(趙聖基, Surnggie Cho, PhD. of Economics. MPH.)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

원주한살림, 이사장

살림농산, 대표이사

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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