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봄을 닮은 리큐르

강하고 독한 것보다 가볍고 부드러운 술이 끌리는 시즌이다. 달콤한 봄의 맛과 컬러를 담은 리큐르(Liqueur)는 다양한 식물 약재를 첨가해 인기 트렌드인 웰빙(well-being)과도 잘 어울린다. 온더락(on the rock)은 물론 커피나 아이스크림, 우유 등과 함께 마셔도 금상첨화. 크림 리큐르, 커피 리큐르 등 다양한 리큐르의 매력에 빠져보자.

 

리큐르는 과일이나 곡류를 발효시킨 양조주 또는 증류주에 향초·시럽·약초·과실 등 각종 재료를 첨가한 뒤, 가공을 거쳐 향, 색, 맛을 입힌 일종의 혼성주다.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맛·향을 자랑하는 리큐르는 잔에 따르면 마치 보석처럼 반짝인다 해서 ‘액체의 보석’이란 별칭도 얻었다. 나라마다 리큐르를 조금씩 다르게 정의 내린다. 프랑스에선 알코올 15% 이상, 당분 20% 이상의 향신료를 첨가한 술을 말하며, 미국에선 당분 2.5% 이상의 과실·약초 등 천연향을 더한 술을 통칭한다. 미국의 경우 ‘코디얼(cordial)’이라고도 부른다.

 

리큐르는 중세기 연금술사들이 영약(靈藥)을 만드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연금술사들이 생명 연장을 위해 증류주에 약초·향초 등의 식물 약재를 넣다가 리큐르를 만들었다. 리큐르라는 명칭은 라틴어로 녹는다는 뜻의 ‘리케파세르(liquefacere)’에서 유래했다. 연금술사들은 리큐르 제조법을 수도원의 성직자에게 전수했고, 이들은 다양한 원료로 더욱 독특한 리큐르를 만들어냈다. 근래 들어 원료가 다양해지면서 리큐르의 종류도 풍부해졌다. 18세기엔 과일의 향미를 주제로 한 리큐르가, 19세기 후반 들어선 연속식 증류기의 개발로 고농도 알코올성의 고품질 리큐르가 주종을 이뤘다.

고대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가 최초로 리큐르를 개발했다는 주장도 있다. 히포크라테스가 쇠약한 병자에게 힘을 주기 위해 약초를 와인에 녹인 물약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색과 향을 지닌 이 물약은 소화기능에 도움을 줘, 심신에 힘을 주는 작용을 했다고 한다. 이후 리큐르는 매력적인 색상과 맛의 조화로 유명해지면서 상류층 부인들이 파티에서 즐겨 마시게 됐고, 향초·과일·벌꿀 등을 첨가해 지금의 리큐르로 발전됐다.

 

리큐르는 원재료에 혼합하는 착색료에 따라 수천 가지가 존재할 수 있다. 제조법은 회사마다 다른데 세계적인 명주(名酒)로 등극한 리큐르는 대략 50가지에 이른다. 체리 등을 이용한 과실 리큐르, 식물의 추출물을 이용한 향초 리큐르, 커피나 카카오 씨앗을 이용한 종자 리큐르, 각종 약재를 이용한 약초 리큐르, 달콤하면서도 크림처럼 부드러운 맛을 지닌 크림 리큐르 등 첨가되는 재료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갖가지 약재와 과일 등이 첨가된 덕분에 간장과 위장 보호에 좋고 소화불량에도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

리큐르 제품은 대부분 15도가 넘지만 여타 증류주에 비해 저도주(低度酒)에 속한다. 맛은 달콤하지만 열량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온더락 한 잔 기준으로 80㎈에 불과하다. 주로 칵테일 베이스로 사용되며, 달콤한 맛과 향 때문에 특히 여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리큐르는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커피 리큐르인 ‘베일리스(Baileys)’와 ‘깔루아(Kahlua)’의 알코올 도수는 각각 17%와 20%, 코코넛 리큐르인 ‘말리부(Malibu)’는 21%다. 소주나 맥주에 비하면 알코올 도수가 높은 편에 속하지만 달콤한 음료와 믹스해 마시기 때문에 알코올 향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뿐이다. 실제 보드카를 믹스한 ‘블랙러시안(Black Russian)’의 경우 알코올 도수가 높아 주로 남성들이 선호하는 칵테일이기도 하다.

 

 

Cocktail Liqueur

우유․커피 더하면 환상의 칵테일

 

리큐르는 달콤한 맛 덕분에 주로 식후 디저트로 마신다. 얼음을 넣은 온더락으로 자주 애용되며, 케이크나 쿠키·빵 등 조리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리큐르가 가장 빛을 발하는 건 칵테일 베이스로 사용될 때다.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닌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혼자 튀기보다 다른 재료와 어울리길 즐긴다. 우유, 에스프레소, 커피 등을 첨가하면 좋다.

트렌디한 바(bar)에 가면 바텐더들이 매력적인 칵테일을 만들어 주지만, 칵테일은 전문 바텐더만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리큐르 제품 한 병만 있으면 집에서도 충분히 칵테일을 만들 수 있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음료들과 믹스하면 눈과 입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훌륭한 칵테일이 된다. 더구나 자신만의 스타일로 개성 있는 나만의 칵테일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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