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월 인’ 2020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에서 장원급제

주량이 중간쯤이라고 말하는 김원호 대표는 수시로 술맛을 체크한다.

2020 우리술품평회서 대통령상 수상한 ‘母月’의 金院鎬 대표

‘모월 인’ <2020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에서 장원급제

닥나무 이용한 ‘닥나무막걸리’ 특허 출원 중…내년 봄 출시예정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으로부터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김원호 대표.

상을 받는다는 것. 그것도 장원급제급 상을 받는다는 것은 영광이다.

원주시 소재 ‘협동조합 母月’(대표 金院鎬, 50)이 생산하는 증류식 소주 ‘모월 인’이 ‘2020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에서 최고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지난 10월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2020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 시상식이 열렸다. 코로나19로 일반인 참가가 제한된 가운데 수상자들만 참가한 가운데 시상식이 개최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 시상식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aT에서 주관·주최한 우리술품평회에는 올해 5개 부문에 총 246개의 제품이 출품되었는데 이 중에서 대통령상(1점), 대상(4점), 최우수상(5점), 우수상(5점)이 선정되었다. 이 시상식에서 바로 ‘모월 인’이 대통령상을 수상 한 것이다.

대통령상 수상후 기념촬영. 사진 좌측부터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가운데 김원호 대표, 오른쪽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2010년부터 올해까지 11번째를 맞는 우리술품평회는 우리 술의 품질향상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년 우수 제품을 선정하여 시상하는 국가공인 주류 품평회다.

국산농산물 사용비율, 술 품질 인증 취득실적 등 서류평가와 국내 주류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의 제품 관능특성평가로 각 부분별 3개 제품을 선정하고, 부문별 1위 제품 중 품질의 체계적 관리, 지속가능성에 대한 현장평가를 거쳐 대통령상이 최종 결정된다.

금년도 품평회에서 장원급제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모월 인’은 원주 지역의 쌀 토토미(품종:삼광) 에 첨가물 없이 밀 누룩만을 사용한 증류주로 깔끔한 맛이 특징이고, 자체 연구소를 통한 품질관리와 강원도 내 대학과의 협력으로 품질개선에도 힘쓰고 있는 점이 인정되어 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대통령상 수상으로 매출은 증가했지만 걱정거리도 생겨

‘2020년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 올해 최고의 술로 뽑혀 대통령상을 수상 한 협동조합母月 金院鎬 대표

모월양조장은 그동안 삶과술 지면에 여러 번 소개 된 적이 있어 낯설지 않은 양조장 가운데 하나다. 이번 방문길은 대통령상을 수상한 김원호 대표를 만나 저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가는 길이라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날 서울에는 첫눈이 내렸다는 뉴스가 나왔지만 워낙 적은 눈이라 눈에는 띠지 않았다. 그렇지만 마음 한편 첫눈이 서설(瑞雪)이길 바라며 원주로 달려갔다.

언제나 그렇듯 모월양조장은 조용하게 손님을 맞는다. 인근에 댐공사가 한창이라 오가는 트럭들만 분주하다.

토토미로 고두밥을 지을 준비에 바쁜 김원호 대표를 만났다.

-대통령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여러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제가 감사를 드려야죠”

-그 동안 바쁘셨죠, 언론에 조명도 받으시고요.

“각 언론에서 많은 보도를 해 주셔서 모월이 전국적으로 많이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매출이 증가 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 걱정도 앞서더라고요”

-어떤 걱정거리가 생기던가요?

“모월이 대통령상을 수상한 양조장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많은 기대감을 갖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입맛이라는 것이 제 각각이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모월 인이 입맛에 맞으시는 분들은 좋은 술이라고 평가하시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실망도 하실 수 있습니다. 모월은 언제나 같은 맛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말이지요”

때문에 김 대표는 매출 증가보다는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그래서 그전 보다 술 빚는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100ℓ짜리 증류기를 새로 도입하여 소주를 생산하고 있다.
증류기에서 생산된 소주는 항아리에서 장기간 숙성 과정을 거친다.

김 대표는 지난 초여름까지만 해도 코로나19로 폐업을 생각할 정도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대통령상 수상소식이 알려지면서 매출이 늘어나 정상적인 경영에 돌입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다들 어려운데 저만 큰 상을 받아서 한편으로는 송구스럽다고 했다.

주당친구들이 의기투합해서 협동조합 ‘母月’ 설립

2014년 여름 김원호 대표를 비롯한 친구 9명이 술 모임을 가졌다. 자칭 타칭 주당들이다. 모임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술 좋아하는 친구들이니까 차라리 우리끼리 양조장을 차려서 우리 술을 먹는 것이 어떨까?” 모두가 OK.

원주의 자랑 토토미.

그래서 협동조합체제로 양조장이 생겨났다. 모월(母月)이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원주의 진산인 치악산의 옛 이름이 ‘모월산’인 것을 착안해서 ‘모월’로 정했다.

김원호 씨가 대표를 맡은 것은 집안에서 논농사로 삼광품종인 토토미(土土米)를 생산하고 있었기에 이왕이면 쌀을 쉽게 공급받을 수 있는 김 대표가 대표를 맡는 것이 좋겠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김 대표 부모님이 짓는 쌀의 품종은 밥 맛 좋기로 유명한 삼광이고, 원주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의 브랜드는 토토미(土土米)다. 농업인의 날 발상지인 원주지역에선 매년 11월11일(土자를 해자 하면 十과 一이 되어 11이 됨)을 농업인의 날에 행사를 할 만큼 유명한 쌀이다. 일반미에 비해 20~30% 정도 가격이 비싸다.

김 대표는 양조장 운영을 하면서 실무적으로 부족한 점은 타 양조장을 견학하거나 연구소 등을 방문하여 공부를 했다.

그리고 양조장 이름과 술이름을 모월로 했기에 그에 걸 맞는 생각을 현실에서 풀어나가기로 했다고 한다. 어머니(母)와 달(月)을 뜻하는 모월산. 모월산(치악산)이 원주를 감싸 안듯이 어머니와, 달과 같은 마음으로 술을 빚는다.

특히 김 대표가 학창시절 무위당(无爲堂) 장일순(1928~1994)선생을 무척이나 좋아 했단다.

지금도 김 대표는 무위당이 한 말 가운데 “모월은 가부장은 가라라는 뜻이라고 봐도 돼, 가부장식 사고를 버리고 어머니 품 같은 자세로 살자는 거야 어머니는 참 대단하지 않아?

임금도 안고, 남편도 안고, 자식도 안고….”

특히 무위당은 <좁쌀 한 알>중에서 “모월에 들어오면 나갈 수가 없어 편안하니까, 신나니까. 원주에 오는 사람은 누구나 어머니처럼 대접을 해야 해. 모두 배불리 잡수시고 편히 주무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거야, 그런 눈길로 원주를 보며 살자는 거야, 어머니가 제 자식 생각하듯 말이야.”

김원호 대표는 학창시절 감명을 받았던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즐겨 사용했던 말 ‘母月’을 가슴에 품고 살고 있다.

원주 사람들은 장일순 선생이 늘 써왔던 ‘모월’의 뜻이 좋다하여 원주시 이름을 모월로 바꾸자는 논의도 했었다 한다.

“술이 안 팔리면 우리가 먹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술 빚어

모월은 현재 알코올 도수 13%의 프리미엄 약주 ‘연(500㎖, 18,000원)’과 16%의 ‘청(500㎖’, 21,000원)’을 생산하다.

최근 새로 도입한 100ℓ 증류기로 증류식 소주 ‘인(41%, 500㎖, 40,000원)’과 ‘인 150

(41%, 150㎖, 15,000원), ‘로(25%, 500㎖, 25,000원)’, ‘로 150(25%, 150㎖, 9,000원)’을

생산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증류식 소주 ‘인’이 <2020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값진 결과를 얻었다.

모월에서는 내년 가을을 목표로 50-53%짜리 소주도 개발 중에 있다. 이 소주가 출시되면 증류식 소주만도 25%, 41%, 50%로 라인업을 형성할 수 있어 증류식 소주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50~53% ‘모월 인’.

김 대표는 “처음 양조장을 시작했을 때 친구들(지금의 협동조합원)은 ‘술이 안 팔리면 우리가 먹으면 된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술빚기를 시작했다”면서 “사업이란 것이 하다보면 어려움도 많은 법인데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원주에서 나는 토토미에 여타의 첨가물 없이 밀 누룩만을 사용해 빚는데, 원주 쌀은 김 대표가 특히나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 지방분이 없도록 깨끗하게 씻은 쌀을 불려 고두밥을 짓고 이것을 식혀 물, 누룩과 섞어 발효한다.

따지고 보면 토토미로 밥을 지으면 밥맛이 일반 멥쌀로 지은 밥보다 영양가도 훨씬 높고, 맛도 좋지만 술을 담그기엔 번거로움이 많은 쌀이다. 쌀눈이 정제 과정에서 잘 떨어지지 않아 술을 담그면 쌀눈이 뜨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김 대표는 토토미를 고집한다. 왜냐하면 토토미는 원주의 자부심이고, 술 맛이 더 좋기 때문이다.

모월 양조장에 들어서는 순간 유약을 바르지 않은 술 항아리에서 숙성되는 술 향이 코를 자극한다.

모월에서 닥나무 이용한 ‘닥나무막걸리’ 특허 출원 중

‘모월’이 일반인들한테 선을 보인 것은 2017년 8월이다. 때문에 그 흔한 스토리텔링도 수상경력도 없는 술이었다. 그렇지만 ‘모월’의 김원호 대표는 불과 3년여 만에 국내 전통주업계의 기린아로 우뚝 서게 되었다.

길지 않은 세월이지만 김 대표가 발로 뛰고 머리를 짜낸 결과물이 오늘날 모월을 탄생케 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원주뿐만 아니라 국내 전통주업계에서 새로운 술 역사를 써내려가겠다는 포부가 당찬 김 대표는 원주의 특산물을 활용한 특산주 개발에도 몰두하고 있다.

그 일차적인 사업이 원주의 특산물인 닥나무로 막걸리(9-12%)를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

예로부터 궁궐에 진상되는 한지 중 원주산을 제일로 꼽을 만큼 원주는 한지의 본고장으로 불리며 한지의 원료인 닥나무가 오늘날에도 지역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과거부터 닥나무 잎은 누룩을 디딜 때 초재로 많이 사용되어 왔으며, 독특한 맛과 향이 나는 닥주라는 술을 빚는 부재료로도 쓰였다. 때문에 닥나무는 술과도 밀접한 과계를 맺고 있다고 한다.

닥나무는 특유의 단맛과 구수한 맛을 지니고 있어 닥나무막걸리는 아스파담 같은 인공조미료를 첨가하지 않아도 달짝지근하고 구수한 술맛을 낼 수 있다.

현재 이 닥나무막걸리는 특허출원중이라 특허가 나오는 대로 출시를 하겠다고 김 대표는 밝혔다.

금년도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에서 ‘모월 인’이 대통령상을 받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모르긴 해도 양심껏 술을 빚고 있다는데서 높은 점수를 받지 않았을까. 발효, 증류과정에서 티끌만큼도 양심을 버린 적이 없다는 김 대표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증류기에서 바로 나오는 술. 80% 정도 되는 술이 입안 전체로 퍼지는 알싸한 느낌이 전신을 타고 흐른다. 마치 은단을 꽉 깨물었을 때 퍼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기분 좋은 느낌이 입안 가득하다. 깔끔하다.

증류식 소주를 내리는 양조장들이 소주에 이것저것 첨가물을 넣어서 증류식 소주의 참맛을 느낄 수 없었는데 ‘모월인’은 목욕을 갓 끝낸 민낯의 여인처럼 순수했다.

그런데 진짜 주당들은 이 같은 순수한 증류식 소주를 선호하겠지만 각종 조미료에 길 들여져 있는 젊은 층들은 어떨지 궁금하다.

모월의 술들은 출시 전 조합원들의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만 출하를 결정짓고 있다고 했다.

술친구들이기도 한 조합원들 입은 전문 소믈리에 못지않게 입맛이 까다롭다고 김 대표는 푸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소비자 입맛에 부합할 수 있는 술을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런 까다로움이 대통령상을 받은 원동력이 된 것은 아닐까.

글·사진 김원하 기자 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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