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라이브 서울 유용석 대표

메이커와 소비자의 중간에 위치架橋역할

당분간 규모 늘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

한국만의 독자적인 콘텐츠 개발해 선뵐 것

 

지난 227일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위스키라이브 서울은 한 마디로 대박이었다. 동시에 우리나라에도 위스키 문화가 본격 시작됐음을 알렸다. 반신반의(半信半疑)하며 부스 참여를 한 기업들마저 밀려든 관람객들을 보며 놀랄 정도였다.

생각해보자. 어느 누가 온라인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고가(高價)의 위스키를 100가지 넘게 한 자리에서 테이스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위스키라이브 서울은 확실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역으로 생각하면 그간 제대로 된 위스키 문화에 굶주려 있었던 사람들이 꽤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위스키라이브 서울 유용석 대표를 2005년 여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당시 한 포털사이트의 위스키 카페 회원들을 만났는데, 유 대표가 그 회원 중 한 명이었다. 그때의 닉네임인 재키 유(Jackey Yoo)’는 지금도 여전하다.

 

몇 년 전 만남이 기억난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다.

그땐 단순히 술(위스키)을 좋아하는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위스키 카페의 회원으로 활동을 시작하던 때이기도 하다. 한때 외국에서 살면서 술을 많이 사 모았다. 솔직하게 말하면, 당시 그 카페에 가입한 건 그렇게 모은 술들을 좀 팔아보려는 심산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카페 활동을 하면서 내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더 많은 술을 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위스키 문화를 접하게 됐다.

 

위스키에는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빨리 마시는 술, 많이 마시는 술을 싫어한다. 빨리 마시는 술이라면 소주를 들 수 있고, 많이 마시는 술은 맥주를 꼽을 수 있다. 거기에 잔뜩 모여서 마시는 문화도 별로다. 난 어떤 술이든 30분 이내에 3잔 이상을 마시면 취한다. 그리고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진다. 그런 저런 이유로 그저 혼자서 여유롭게 마시는 게 좋다. 난 예나 지금이나 술을 매개(媒介)로 사람을 사귀지는 않는다.

 

카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어떤 것들을 배웠나.

우선 그 카페의 취지가 술을 제대로 알자, 그리고 제대로 마시자이다. 그 취지가 내 주요 관심사이기도 했다. 훗날 운영자까지 맡게 됐는데, 회원일 때도 그랬고 운영하면서도 계속 주장했던 게 바로 주제가 있는 시음회였다. 와인은 있었는데 위스키 쪽엔 이게 없었다. 모임에 주제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때까지 카페 등 동호회 모임의 성격은 그저 먹고 죽자식이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다. 모임을 계획했을 때 그 모임의 주제를 만들고, 그것을 경험하며 공유한 후 댓글로 남기면 이를 격려하자는 거다. 그러면 그 주제에 대해 회원들의 관심이 무척 높아진다.

 

본격적으로 얘기해 보자. 위스키라이브 서울이 성공적이었다는 평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단 하루 열린 행사에 1500여명이 다녀갔다. 어느 소비자가 140가지나 되는 위스키를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고, 어느 위스키 메이커가 1500여명이나 되는 사람들 앞에서 자사의 제품을 홍보할 수 있겠나. 소비자가 주도하는 행사라면 먹고 마시는 장()밖에 되지 않고, 메이커가 주도하면 단순한 홍보에 그치고 만다. 위스키라이브 서울이 그 중심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관람객들을 분석해 보니 30대 중반의 참여율이 높았다. 이 나이대가 우리나라에서 위스키를 접하는 시기다. 내 돈 내고 마실 정도가 되는 나이인 것이다. 당연히 관심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위스키라이브를 처음 계획했던 것은 언제쯤인가.

20075월쯤 일본에서 위스키라이브가 열렸는데, 그곳에서 영국인 한 명을 만났다. 그가 위스키라이브 관계자였다. 그에게 한국에서 위스키라이브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과 중국, 대만에서 열린 위스키라이브에도 참석하며 많은 정보를 얻었다. 2008년에는 스코틀랜드까지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양조장들을 섭외해 40여곳을 방문했다. 많은 경험을 했는데 그런 만큼 생각이 점점 더 커졌다.

 

서울 신천의 클래식 바 미스터 사이몬의 안성진 사장을 무작정 찾아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맞다. 무작정 찾아갔다. 그게 2007년의 일이다. 위스키라이브 서울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더니 어이없어 하더라. 그날 처음 본 그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이를 두고 안성진 사장은 얼마 전 인터뷰에서 정말 미쳤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의기투합해 그해에 위스키라이브 서울의 전초격인 위스키라이브 파티를 열었다.

미스터 사이몬에서 열린 그 파티에 150여명이 참석했고 60여종의 싱글몰트 위스키를 테이스팅했다. 다음 해에도 위스키라이브 2008’을 열었다. 그땐 90여종으로 위스키의 수를 늘렸고, 250여명이 몰렸다. 사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0차례씩 30차례 정도 위스키코냑 클래스를 진행해 왔다. 그런 만큼 행사 진행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위스키라이브의 라이선스를 받게 된 과정도 궁금하다.

당연히 위스키라이브 측에 라이선스를 받기 위해 신청서를 냈다. 당시 나와 외국인 둘이 신청했다. 난 별달리 보여줄 게 없었다. 내세울 만한 게 없었다. 그냥 지난 3년간 한국에서 내가 한 일들을 보라고 하면서 관련 자료들을 제출했다. 2009년 어플라이(신청)하고 20102월 라이선스를 땄다.

 

라이선스 가격이 얼마였나.

비밀이다.(웃음)

 

그럴 줄 알았다.(웃음) 마지막으로 결론을 내보자. 올해 위스키라이브 서울에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을 줄 수 있나.

굉장히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90점을 줄 수 있겠다. 4년 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앞으로 4년 동안 쏟아 붓는다면 그땐 120점짜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음 행사에는 규모를 더 늘리거나 하지 않고 비슷한 규모로 진행할 듯싶다. 안정적인 운영이 중요하다고 믿는 까닭이다. 전체적인 틀을 안정화시키는 게 무척 중요하다. 거기에 도전이 있는 것이다. 콘텐츠의 중요성도 빠뜨릴 수 없다. 관람객들이 지루해 하고 싫증내면 안 되니까. 놀이동산에 비유하면, 만날 똑같은 놀이기구만 타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올해는 외국의 행사였다. 앞으론 한국만의 독자적인 콘텐츠를 준비할 것이다. 특히, 주류산업과 위스키 문화와 직접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할 계획이다.

 

올해 일반 대중들에게 처음 선보인 위스키라이브 서울은 확실히 가능성을 보였다. 대한민국에서 비주류(非主流)라고 하기엔 좀 억울한 위스키의 문화를 제때에 제대로 맛보게 했으니 말이다. 적어도 사람들은 그것에 호응했다. 이젠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말이다. 늘 하는 말이지만, 좋은 술은 결국 좋은 평가를 받게 되고, 또 그것은 하나의 커다란 문화가 된다. 그래서 내년에도 어김없이 열릴 위스키라이브 서울에 사람들의 관심은 여전히 쏠려있는 것이다.

 

<사진 설명>

위스키라이브 서울의 유용석 대표는 앞으로 한국만의 독자적인 콘텐츠를 개발해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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