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산업과 정책이야기(36)
이탈리아의 음주문화와 알코올 정책(上)
조성기(아우르연구소 대표/경제학박사)
이탈리아는 코로나 19의 피해가 유럽에서 제일 큰 나라 중 하나다. 그 이유가 그들의 음주행태와도 관련이 있다면 이해가 가는가? 종합적으로 관찰해 보자.
미국에서 코로나 19감염 초기에 가장 감염이 많은 사람들은 유태인과 이태리 이민가족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그들의 가족문화였다. 또한 친구들과 어울려 여가 시간에 술을 마시는 습관이었다. 그들은 인간과 인간 간의 접촉이 더 빈번했고 따라서 바이러스 감염이 더 잘되었던 것이다. 바이러스가 인간을 떼어놓으려 해도 안 되는 민족이 이태리 쪽과 중동의 이스라엘 쪽이었던 것이다. 정과 종교가 그 매개였다. 만나면 마시는 습관을 가진 이들이 반드시 만주에 살던 한민족의 선조들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탈리아는 이미 코로나 확진자가 최근 200만 명이 넘었고, 사망자가 7만 명을 넘어섰다. 비교해 보면 한국은 확진자 68,000명, 사망자 1,100명다. 프랑스(사망자 6만 2천명 수준)가 이에 뒤지지 않지만 이탈리아를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 같다. 더 주목해 볼 일이다. 이 모두 만남의 문화에서 비롯된 일이 아닐까.
코로나 감염 음주문화와 무관치 않아
이탈리아에 우리 술의 수출이 많지 않다. 관세청 자료를 뒤져도 수출량을 찾기 쉽지 않다.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와인 수입액은 칠레, 스페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나라다. 우리에게 지중해의 와인을 안겨주는 나라가 이탈리아인 것이다. 이탈리아는 세계적인 와인대국이다. 그 이탈리아의 음주문화가 우리에게 시사 하는 점은 무엇일까?
그들의 유명한 망측스러웠던 음주문화를 극복한 기제는 과연 무엇일까? 그 기제로 알려진 그들의 문화가 다시 새로운 개체, 바이러스 코로나 19에게 취약하게 된 것은 어떤 이유일까?
음주문화에 관한한 우리는 과거의 과음의 음주대국에서 착한 음주국으로 빠르게 변화한 그들의 모습에서 이탈리아에서 만나보게 된다.
이탈리아의 과다한 음주는 세계적으로 유명했었다. 하지만 연간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큰 폭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1960-1970년대에 1인당 20ℓ에 달했지만 2016년은 세계보건기구의 자료를 볼 때 7.5ℓ에 불과하다. 놀랍다. 지난 50년 동안 1/3로 줄었고, 25년 전보다 70%수준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지난 40년간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대체로 비슷한 수준(9ℓ 내외)에서 유지된다. 사실상 큰 변화가 없다. 중간에 등락이 있었지만 주류 재고 등 통계상의 이유로 늘었났다 줄었다 한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도수의 총체적 순 알코올 소비량은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그에 비하면 이탈리아의 변화는 정말 놀라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이탈리아 1인당 알코올 소비량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큰 폭으로 감소
주류산업은 이탈리아의 주요 산업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 주류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과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이탈리아는 술의 교역량이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포도밭이 전국토의 10%정도나 된다.
우리나라는 20%정도가 농경지다. 그 농경지 중 절반이 포도밭이라면 상상이 가는가? 포도는 이탈리아 농민의 아주 중대한 산물인 것이다. 산업센서스 자료를 보면 14,000개나 되는 기업이 이탈리아의 주류산업에서 활동하고 있다.
술 소비량 통계를 보더라도 가족 전체 가계예산 중 2% 정도나 된다. 우리나라 가구의 주류소비지출은 0.6%내외다. 삶 중 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높은 것이다. 15세 이상의 음주자 기준 통계를 보면 남성이 16.5ℓ, 여성은 5.7ℓ 전체로 보면 12ℓ가 된다. 적지 않은 양이다.
가장 보급률이 높은 술은 당연히 와인이다. 포도나무가 이탈리아 땅의 주요 부분을 뒤덮고 있다. 그러는 한 이탈리아에서 와인은 그들의 문화유산이 된다, 문화의 기본을 형성한다. 이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공유하는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특성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에서 ‘술을 안 마시는 사람’들은 별종으로 취급된다. 더 나아가 특별한 호기심의 대상이 되곤 한다. “술을 왜 안마시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받게 된다. 이는 나이든 청년들이 “왜 장가를 가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당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탈리아에서 술을 거절하는 태도는 매정한 행동으로 이해된다. 과거 우리와 분위기가 유사하다.
그러니 “신이여! 술 마시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저를 보호하시옵소서(Dio! Proteggimi da quelli che non bevono alcolici e rimanere puro).”라는 말까지 있다. 그들의 금언이다.
음주문화가 음식문화인 이탈리아
이탈리아 사람들은 도수가 높은 술을 잘 마시지 않는다. 대략 65%가 와인을 마시고 25%가 맥주를, 나머지 10% 정도가 증류주를 마신다. 이탈리아에서는 ‘15세 이상의 술 마시는 남성’은 상당수(44.9%)가 ‘과음자’들이다. 여성 과음자들도 15.2%나 된다. 적지 않다. 이탈리아에서 와인은 자양분이 많은 음식이다. 그렇게 이해된다. 과거에 와인은 저소득층의 영양공급원이었다. 실제로 그들의 밥이었던 것이다.
과거 먹을 것이 적었을 때 이탈리아인들은 칼로리를 와인으로 공급했다. 아직도 그런 습관들이 남아있다. 식사 때 대부분 와인을 정기적으로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와인은 우리로 치면 영양보충제이거나 반찬과도 같은 것이었던 것이다.
와인과 증류주는 이탈리아의 약방에서 실제로 약으로서 중요한 구실을 해왔다. 이는 중국이나 러시아 등 다른 국가들과도 같은 현상이다. 로마시대는 물론이고 르네상스시대를 거치는 기간 중 질병을 치료할 때 알코올이 약으로 처방되었다. 오늘날에도 와인이 감기치료에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베네치아에서 아침 산보를 나가보라. 길거리에서 따스한 와인, ‘뱅브륄레’를 판다. 숙취에도 좋고 감기에도 일품이다. 3유로쯤 내면 숙취약이자 보온제인 ‘뱅브륄레’를 큰 잔에 얻어 마실 수가 있다. 이제 전 세계적 통제 상황이니 그 맛을 보기 힘들게 되었지만 말이다.
1등급 와인은 특히 질병에서 회복되는 사람들이나 노인들에게 적정량 마시도록 권장되기도 한다. 더욱이 이탈리아 의사들은 관상동맥질환을 예방하는 데에 적정량의 와인이 좋다고 과학적인 증거를 대면서까지 권유하고 있다. 이른바 와인 권유하는 사회인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음주는 사회생활과 관계가 크다. 와인은 태어나고, 결혼하고, 군대 갈 때 등 삶에서 중요한 일이 있을 때 마다 의례적으로 사용된다. 여가시간이나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는 아예 필수품이 된다. 우리나라의 관혼상제나 입영전날 마시는 음주습관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과 전연 다르지 않다.
이탈리아에서는 취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 큰 칭찬도 큰 비난도 없다. 그래서 술의 남용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니 과음의 부정적인 결과를 방관하는 문화가 그들의 삶 어딘가에 있는 것이다. 60% 가까운 음주남성이 과음을 하고 있다. 그 숫자가 그 사실을 입증한다. 하지만 자발적인 통제메커니즘이 작용하고 있는 곳이 이탈리아이기도 하다.
즉, 이탈리아에서는 술의 남용이 규범적으로는 통제된다. 하지만 제도적인 일은 아니다. 술병에 경고라벨이 없다. 우리가 흔히 보는 ‘19세 아래는 술 마셔서 안 된다’는 문구가 술병에 없다. 하지만 성인식을 할 때 남용을 못하도록 권장한다. 청년이 징병통지서를 받을 때나 결혼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마시지만 남용은 말라고 한다. 식사 중의 와인도 양이 통제되는 분위기다. 특히 밥 먹기 전에 술을 마시는 식전주는 좋지 않다고들 생각한다. 위장이 비어있을 때 알코올이 건강을 상하게 한다고 생각하는 관습이 있다.
이탈리아에는 술병에 경고라벨이 없다
음주를 조절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분명한 통제가 행해진다. 이탈리아 사회에서 과음이 술주정뱅이라고 낙인찍는 일 까지는 없다. 하지만 과음을 통제하지 않더라도 술을 스스로 통제 못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비난 받는다. 술버릇이 나쁜 사람들로 치부되는 것이다. 문제없이 취하면 별문제 없다고 보지만 남용하게 되면 건강도 상하고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다고 보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전통적 가치관으로는 음주하는 남성이 스스로 술을 지배해야 한다고 본다. 남자가 술을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는 남성은 진정한 남성이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술을 안 마시거나 못 마시는 남성도 문제라고 생각하면서도 문제를 일으키는 과음자들은 술을 마시는 사회관계에서 도태시킨다. 근본적으로 문제음주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사회인 것이다.
와인이 이탈리아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술문화가 중요한 그들에게 과음과 알코올 중독은 어떻게 인식될까? 이탈리아인들은 술을 일상적으로 늘 마시고 과음도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술을 많이 마셔서 신체적 손상이 심하거나 알코올 의존상태라는 것이 명백해 지기 전까지는 과음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1990년대 까지만 해도 이탈리아에 술 문제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았다. <삶과 술> 같은 술관련 저널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들의 음주문화를 보면 문제에 관한 연구가 많지 않다. 그게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이탈리아의 음주문제에 대해 많은 연구 자료가 나온 것은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적 건강기구가 생기면서 부터다. 국제적 기구에 자료를 제출해야 하므로 소위 선진국으로서 조사연구 정보가 필요해진 것이다. 그 전에 나온 정부의 공식통계는 신뢰도에 문제가 있는 정보였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알코올 중독, 의존증에 대한 자료가 2000년 이전에 그리 흔치 않았었다. 1997년 음주문화와 알코올중독, 의존증에 대한 통계를 정비하고자 연구자들이 나섰을 때 선행 자료를 찾기 어려웠었다. 역학조사도 강화도나 연천 등 특정 지역의 지역조사 정도다. 우리나라의 알코올 음용과 문제와 관련된 통계가 제대로 정비되기 시작 한 것도 최근 15년의 일이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서도 정신보건과가 알코올 중독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알코올 중독이 정신질환과 동일시되어 취급되었던 것이다. 그 조차도 2000년 이전에는 통계정보가 분명치 않았다. 알코올 의존증의 증감에 대한 정보도 숫자 자체가 정확하지 않았다. 알코올 남용이 구체적인 사회적 논의대상자체가 아니었던 것이다. 의과대학에서 알코올의존증을 공식적으로 가르치지 않았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알코올 문제 정보가 갖춰지기 시작한 것을 대체로 2010년 전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탈리아에 비하면 알코올정보가 20년 정도가 늦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오늘날의 이탈리아에서 과음은 사회 전반의 문제이지 특정 계층과 관련된 현상은 아니다. 이탈리아의 술 문제는 저소득층이나 고소득층, 연령별 집단 간에 큰 격차 없다. 사회 전반에 일반화된 문제다. 차이가 있다면 성별자료다. 이탈리아도 술문제의 성차이는 다른 나라와 유사한 현상을 보인다. 즉 술은 주로 남성의 문제라는 것이다.
15세 이상 음주자 기준으로 볼 때 남성이 16.5ℓ를 마시고, 여성은 5.7ℓ로 음용량이 남성의 1/3 수준이다. 금주자는 평생 절주자가 남성의 15.1%이고 여성은 38.8%다. 알코올 사용장애자는 남성이 1.7%, 여성이 1.0%, 의존증 환자들은 남성이 0.8%, 여성은 0.5%다. 정부 공식자료가 그렇게 발표되었다.
사용장애자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크게 적게 조사되고 있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2016년 자료를 볼 때 기록된 음주량과 기록되지 않은 음주량을 모두 합치면 남성 12.5ℓ, 여성2.8ℓ 수준이다. 성별 차이는 분명히 크다. 그렇게 확인된다. 이탈리아 연구자들이 주의해야 할 일은 통계숫자의 포괄범위다. 관광객의 음주량을 제외하고 계측한 것인지 아닌지 주의해야 한다. 이탈리아가 유명한 관광 국가이기 때문이다.
<다음호에 계속>
조성기(趙聖基, Surnggie Cho, PhD. of Economics. MPH.)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
원주한살림, 이사장
살림농산, 대표이사
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