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10)

차동영의 唐詩 시리즈 詩聖 杜甫

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10)

두보 시 33수

있는 자여! 없는 자에게 베풀 순 없을까

2) 遲日江山麗

遲日江山麗,春風花草香。

泥融飛燕子, 沙煖睡鴛鴦。

봄날에 강산은 아름답고, 봄바람에 화초는 향기롭구나. 진흙 머금고 날아든 제비, 모래 따스해 조는 원앙새.

◇ 배경

764년 봄 두보 53세에 피난지 성도 완화초당에서 무제로 쓴 절구 2수 가운데 첫 번째 작품으로 타향에서 맞는 봄 풍경을 노래하였다.

◇ 어휘

▴遲日(지일) 늦을 지. 더디다. 봄날(봄이 겨울에 비해 해가 오래 있어서 봄날을 迟日이라 함).

▴泥融(이융) 진흙이 녹음. 제비는 봄날에 진흙을 머금고 집을 짓는다.

▴燕子(연자) 제비 연. 자(子)는 뜻 없음.

◇ 해설

봄날의 경치를 서정적으로 노래할 만큼 두보의 여유로운 마음을 표현한 몇 수 안 되는 작품 중 하나다.

따스한 봄빛이 강산을 아름답게 비추고 부드러운 바람은 꽃향기를 내뿜게 하는구나. 제비는 진흙을 머금고 집짓기에 바쁘고, 쌍쌍이 원앙도 따뜻한 모래위에 노곤함을 달래고 있다. 결국 두보에게는 멍든 가슴 속에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봄을 잠시나마만끽하고 있는 듯 한 청도생활이 가장 행복한 생활이었다 한다.

3) 何日是歸年?

江碧鳥逾白, 山靑花欲燃。

今春看又過, 何日是歸年?

강이 푸르니 새는 더욱 하얗고, 산이 푸르니 꽃이 더욱 붉게 타는 듯하네. 금년 봄이 또 지나가는 것을 보니, 언제가 돌아가는 해가 될 것인가?

◇배경

764년 봄 두보 53세에 피난지 성도 완화초당에서 무제(無題)로 쓴 절구 2수 가운데 두 번째 작품으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삶의 무력감 속에서 인생의 무상함을 토로하였다.

◇ 어휘

逾(유) 더욱 유.

欲(욕) 하고자 할 욕. 바야흐로(곧)…하려 하다.

燃(연) 태울 연. (불이) 타다.

何(하) 어찌 하. 어느.

何日(하일) 어느 때. 언제.

◇ 해설

첫 번째, 두 번째 구는 강과 산을 소재로 벽(碧), 백(白), 청(青), 홍(紅)의 화려한 네 가지 색깔을 조화하여 봄의 아름다운 정경을 시각적으로 묘사하였다.

세 번째, 네 번째 구는 위에 서술한 화창한 봄이 지나감을 아쉬워하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애틋한 마음을 향수로서 표현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전반부의 화려한 경치를 후반부의 애절함으로 대비시켰다. 매년 아름다운 봄기운은 찾아오지만 기약 없는 고향 길을 애끓는 심정으로 찾아헤메었으나, 결국 두보는 죽을 때까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였다.

十 二 首

江畔獨步尋花 (之一)

차동영의 唐詩

江上被花惱不徹, 無處告訴只顚狂。

走覓南隣愛酒伴, 經旬出飮獨空床。

강가 온통 꽃으로 화사하니 이를 어쩌나! 꽃소식 전할 데 없어 그저 미칠 지경이네. 내달려 남쪽 마을 술친구 찾아가니, 나간 지 열흘 지났는지 침상만 덩그러네.

◇ 배경

비록 과거에는 급제하지 못하였지만 전란이 끝난 후 친구 엄무(嚴武)의 도움으로 쓰촨 성 청뚜에 완화초당을 지었다. 두보는 이곳에서 농사지으며 전원생활을 하니 오랜만에 여유가 생기자 40대 후반에 “강가에 꽃 찾아 홀로 걸으며”와 같은 서정시를 지었다.

◇ 어휘

尋花(심화) 꽃을 찾아보다.

被花(피화) 피동. 꽃으로 뒤덮이다.

惱不徹(뇌불철) 번뇌를 가리지 않음. 어찌하랴.

只顚狂(지전광) 오직 미처 넘어짐.

走覓(주멱) 찾을 멱. 찾아나가다.

南隣(남린) 이웃 린. 남쪽 마을.

愛酒伴(애반주) 술의 단짝. 술친구.

經旬(경순) 열흘이 지나.

出飮(출음) 술 마시러 나가다.

獨空床(독공상) 빈 침상. 홀로.

◇ 해설

“사람을 놀라게 할 시어를 못 찾으면, 죽어서도 편히 쉬지를 못하겠네(語不驚人 死不休).”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할 시적 표현을 찾기 위해 몸부림쳤던 두보의 시구다. 두보의 시에는 이처럼 어휘가 귀신처럼 펄쩍펄쩍 뛸 때가 있는데 바로 이 시가 그렇다. 지전광(只顚狂: 어찌 미쳐 넘어지지 않겠는가?)에서 알 수 있듯이 화창한 봄날 강가에는 이미 봄기운을 맞고 맨발로 뛰쳐나온 듯 각양각색의 꽃들이 온통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날씨와 꽃이 사람을 홀린다. 그동안 우울했던 가슴 확 트이면서 뭉클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 그러나 어쩌랴 막상 전할 사람이 없다. 그래서 남쪽 마을에 있는 술벗이나 찾아가 술 한잔하면서 꽃구경이나 하려고 나섰다. 그런데 아뿔싸, 이 친구도 없다. 이 친구 더 중증이라 이미 열흘 전에 술 먹으러 나갔다네.

꽃길을 감상하며 그 아름다움에 감동하고 이를 혼자 보기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시에 생생하다. 두보가 이렇게 잔뜩 마음 부풀어진 분위기의시를 썼다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두보 나이 쉰에도 꽃이 좋아 마음을 다독이기가 쉽지 않으니 그저 시인의 심성이어서 그런 것일까?

봄이 발산하는 에너지로 꽃은 피어난다. 그 꽃으로 시인은 시를 쓴다.

술꾼은 술을 먹는다. 씨앗은 또 열매를 맺는다. 폭발하는 봄 앞에 나이는 그저 무색할 뿐이다.

◇ 명구

江上被花惱不徹, 無處告訴只顚狂

차동영의 학력및 경력:▴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중어중문학과▴서강대학교 대학원 중국어과▴삼성 배우기 최고가상품 개발▴DMZ종주상품 및 태권도방한관광상품 개발▴CITM(중국국제여유대전)한국관 최우수관 선정 및 수상

*편집자주:본지는 저자의 양해를 받아 ‘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 중에서 술과 직접 관련이 있는 대표시를 연제한다. 삽화및 관련 사진은 밥북사가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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