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와인 생산국, ‘조지아’

크베브리는 조지아의 수도원 터를 비롯해 시골 마을 여러 곳에 잘 보존되어서 여행의 또 다른 맛을 더해준다.

세계 속의 술 이야기

인류 최초의 와인 생산국, ‘조지아’

8,000년 전 ‘노아의 방주’ 배경이 된 나라

김홍덕 국제부기자

Hordon Kim, International Editor (hordonkim@gmail.com)

인류 최초의 와인 생산국이지만 아직 잘 안 알려진 조지아. 프랑스보다 더 많은 종류의 포도 품종을 가진 조지아 와인의 세계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김홍덕 국제부 기자는 조지아를 중심으로 한 코카서스 3국을 6회 방문하며 3개국의 포도, 와인, 문화 등을 취재한 경험이 있다. 국내 식음료 분야의 해외 홍보, 컨설팅 노하우와 시각으로 국내 전통주 업계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편집자 주>

우리가 알고 있는 와인의 종주국은 어디일까? 대부분은 프랑스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포도의 품종이 프랑스에는 320여종인데 비해 여태까지 알려진 것만으로도 무려 525종의 포도가 재배되는 나라가 있다면?

조지아의 와인은 크리브리하고 하는 진흙 항아리 속에서 발효, 숙성되어 만들어진다.

우리에게 ‘그루지야’로 알려진 구 소련 연방의 한 지방. 1991년에 CIS로 독립된 나라들 중에 ‘조지아’라는 나라가 있다.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터키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실크로드의 제일 꼭대기 산간지방에 있는 나라다.

소련 연방에 속해있던 시절에는 오두막집 처럼 작은 규모로 집집마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방식으로 만들었지만 이제는 거대 산업으로 커버린 와인의 나라. 이 나라의 그 깊고 오래된 전통이 무려 8,000여년이나 되었다면 믿을 수있을까?

인류가 만든 가장 오래된 와인이 이 곳에서 시작되었다는 학설이 2015년에 입증되었다. 고고학자, 생체학자, 와인 전문가들이 인정하고 미국 국립 과학 아카데미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조지아의 와인을 숙성, 저장시키는 ‘크베브리’는 기원전 6,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크베브리는 진흙과 같은 점토로 만든 것으로 끝이 뾰족한 구조를 지니는데 우리나라의 김치독처럼 땅속에 넣어져서 포도를 숙성시키는 도구로 사용된다. 이미 2013년에 유엔은 인류의 무형문화유산을 기록한 유네스코 목록에 크베브리에 의한 와인 제조법을 추가했었다.

독특한 자연이 만들어낸 와인

코카서스 산맥의 아랫자락에 분지처럼 둘러싸인 조지아의 광활한 포도원들은 이른 아침의 이슬과 따뜻한 햇살로 인해 온도차가 커서 독특한 포도의 맛과 향을 낸다. 만년설, 빙하로 흘러나온 물을 머금은 땅. 울창한 산림에서 품어나오는 피튼치드와 비옥함이 만들어내는 포도의 풍성함은 대단한 것이어서 지금도 도심을 벗어나면 여염집 어디에서나 마당에 포도나무들이 심겨져있는 것이 눈에 띈다. 포도의 품종이 워낙 다양하다보니 알갱이의 색깔들이 총천연색을 이룬다.

포도밭을 보유한 와이너리 리조트에서는 숙박 객들에게 포도 무료 시식의 기회도 주어진다.

이 다양한 품종의 포도의 알갱이, 뿌리, 줄기, 이파리를 모두 크베브리에 넣어서 1차 발효시킨 후 일 주일 정도 후에 다시 다른 크베브리에서 2차 발효를 시킨 조지아의 포도주는 대체로 진하며 깊은 맛을 낸다. 발효 및 에이징이 모두 캄캄한 땅속 크베브리에서 이뤄지므로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대체로 1,000ℓ 이상의 크베브리에서 숙성된 와인이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영어권의 나라에서 자주 제작하는 ‘노아의 방주’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노아는 수천 년 전 혼탁해진 세상을 구하기 위해 배를 만들라는 하나님의 계시에 따라 120 년에 걸쳐 배를 만들었다.

하나님이 세상을 비(물)로 쓸어버렸지만 노아의 배는 산꼭대기로 올라가서 그 안에 타고 있던 동물들이 살아날 수 있었다. 나중에 물이 다 빠진 후 배가 다시 땅으로 내려오자 회생한 사람들이 모여살기 시작했는데 그 장소가 바로 지금의 조지아 부근에 있는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이다. 수 천 년 전의 이야기인데다가 지금처럼 국가 간의 구분이 없었으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크베브리에서 숙성 중인 포도를 여행객들이 직접 휘저어보는 체험 프로그램.

어쨌거나 자신이 세상을 구했다는 우쭐 감에 흥이 오른 노아가 하루는 술에 취해 곯아떨어졌다고 한다. 노아가 마셨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와인이 바로 그것이다. 그 흔적이 크베브리요, 조지아 옆에 붙어있는 인류 최초의 와인 저장 동굴도 최근에 발견되었다. 이러한 정도의 포도와 와인의 역사를 품고 있는 조지아.

냉전 전후의 자본국가 프랑스가 와인을 상업화하는데 성공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던 것에 비해 조지아는 사회주의 체제의 소련 연방 진영에 속해있었던지라 이러한 상업화와 홍보와는 애초에 거리가 멀었었다. 그러나 소련 연방에서 독립한 조지아의 와인은 당연하게도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수입을 하고 있을 정도이다. <다음호에 계속>

김홍덕 국제부기자
Hordon Kim, International Editor (hordon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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