챵族의 ‘잡주’라고 들어보셨나요?

3000m 고원의 ‘구채구’ 절경

석회암 호수와 원시림이 가득

 

매운 샤브샤브 ‘훠궈’는 대표食

여기에 白酒나 맥주로 목 축여

 

 

중국 쓰촨성(四川省)의 청두(成都)공항은 안개에 젖어 있었다. 쓰촨성은 1년 중 해가 쨍쨍 내려쬐는 날이 겨우 2개월일 정도로 항상 안개를 안고 있다. 습한 날이 많다보니 자연히 몸도 습해지기 마련이다. 몸에서 습한 기운을 빼내기 위해 ‘훠궈’(샤브샤브)처럼 맵고 더운 음식이 발달한 것 같다. 매운 음식을 먹다보면 자연스레 술 생각이 나기 마련이다. 중국 10대 명주(名酒) 가운데 5개가 쓰촨성에서 생산된다니, 주당들은 생각만 해도 절로 신명이 난다. 쓰촨성의 대표적인 대중요리인 훠궈를 즐기기 위해선 유채기름이 필수다. 이 때문에 쓰촨성 천지엔 유채밭이 널려있다. 한국에서 ‘四川’이란 이름이 붙은 중국집 음식들이 매운 것을 여기서 깨닫다니….

청두공항에 내리면 ‘수정방(水井坊)’을 알리는 굴뚝 모양의 선전탑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쓰촨성이 명주의 고장임을 금세 느낄 수 있다. 쓰촨성에는 이처럼 맛있는 음식과 명주 외에도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이 이방인의 발목을 잡는다. 최근 들어 쓰촨성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부쩍 늘어난 까닭인지 관광지 안내판에는 영어나 일어 다음으로 한글 안내문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3년 전, 쓰촨성 문천(汶川)지역에 진도 8.0 규모의 대지진이 발생해 많은 인명과 재산 손실을 입었다. 당시 중국 정부는 180조원에 달하는 복구비를 긴급 지원했고, 현재는 복구가 거의 끝난 상태다. 지진이 발생한 몇몇 곳은 영구 보존지역으로 지정하고 새롭게 관광자원화(化)해 산 자들에게 전화위복이 되고 있다.

 

“구채구에 갔다 오면 다신 물을 보지 않는다”
 

쓰촨성에는 아름다운 관광명소가 많지만 그중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은 ‘구채구(九寨溝)’다. 반대로 쓰촨성을 많이 찾는 이유가 바로 구채구 때문인데, 관광객들 중 90% 이상이 구채구, 황룡, 낙산, 아미산 등을 다녀간다. 중국에는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구채구에 갔다 오면 다시는 물을 보지 않고, 황산에 갔다 오면 다시는 산을 보지 않는다.”

구채구의 물빛깔이 너무나 환상적이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공업화의 물결로 물이 점점 오염되고 있는데, 그런 만큼 구채구처럼 깨끗하고 맑은 물을 쉽게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구채구는 오지(奧地)다. 이곳으로 오갈 수 있는 항공편이 개설된 것도 2003년 중국에서 3번째로 높은 해발 3500m의 황룡(黃龍)비행장이 생기고부터다. 소수민족 자치구로, 골짜기 안에 9개의 장족(藏族․티베트족) 마을이 있다고 해서 구채구라고 불린다.오지 산골인 구채구가 일반에 알려진 것은 벌목 때문이었다. 1970년대 서안지역에 대대적인 벌목작업이 이뤄졌을 때 벌목공들이 구채구를 발견했다고 한다. 이후 무협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 받기 시작했고, 1978년부터 정부의 보호를 받는 관광명소가 됐다. 1990년에는 중국의 40대 주요 명소에 들어갔으며, 1992년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 목록에도 수록됐다.

중국 국가 최초의 ‘5A’급 관광경치구로서 해발 1996~3100m가 넘는 산들로 둘러싸인 구채구 일대는 석회암 바닥의 호수와 계곡 경사면이 절경이다. 마치 동남아 휴양지의 오색찬란한 바다를 이곳으로 옮겨놓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물빛이 아름답다. 햇빛 좋은 날에는 그 아름다움이 더해져 일곱 가지 색깔을 연출해 낸다. 세계에서 보기 드문 고산호수군과 폭포군 및 석회화 여울은 여행객들이 탄성을 지르게 한다. “색깔이 어쩌면 저렇게 고울 수 있을까.” 구채구를 찾은 여행객들이 하나같이 감탄해 마지않는 것은 오묘한 물빛 때문이다. 에메랄드, 사파이어 등 세상 어떤 보석보다 푸르고 신비롭다. 또 바닥에 가라앉은 나뭇잎 하나, 돌멩이 하나까지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투명하다. 산보다 물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바로 구채구라고 한다. 매혹적인 물속에서 한가롭게 헤엄치는 산천어가 부러울 정도다.

이곳을 구경하다보면 신기할 정도로 주변이 깨끗하다는 사실을 순간 깨닫는다. 도로변에는 집게를 들고서 나뭇잎 하나라도 떨어지면 바로 줍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60㎞의 계곡을 오가는 셔틀버스도 모두 천연가스를 이용하고 있을 만큼 자연보호에 철저하다. 이는 환경보호와 지속가능한 관광개발을 고려한 중국정부의 조치다.구채구 입구에서 조금 들어가면 ‘Y’자 모양으로 길이 갈라지는데, 여기서부터 구채구의 비경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수정군해, 수정폭포, 낙일랑폭포, 장해, 경해, 와룡해, 팬더곰해, 진주탄폭포, 오채해, 백조해 등 숱한 호수와 폭포가 연이어진다. 구채구 안에는 114개의 호수와 17개의 폭포가 있다. 호수 이름 끝에 ‘바다 해(海)’자를 붙인 것이 특이한데, 이는 옛날 장족들이 이곳 호수를 보고 바다라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계곡 가장 안쪽의 장해는 해발 3103m 고원에 자리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호수가 길고 넓어서 마치 바다를 보는 것 같다. 모든 호수가 신비롭고 특이한 물빛을 지녔지만 압권은 역시 오채해(五彩海)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다섯 가지 빛깔로 영롱하게 빛을 발한다. 연초록빛이 깊어지면 짙은 초록이 되기도 하고, 스카이블루에서 아쿠아빛으로, 다시 짙은 에메랄드빛으로 변하는 등 호수의 색채 변화가 무척 신기하다. 이곳을 처음 찾는 관광객은 여기서부터 넋을 잃는다.황룡공항을 사이에 두고 구채구와 황룡은 대치점에 있다. 두 곳은 버스로 3시간 거리인데 오가는 길이 시쳇말로 장난 아니다. 그렇지만 차창으로 비치는 고산의 절경(요즘은 눈이 쌓여 있다)이 가히 일품이다. 황룡의 입구는 해발 3000m 정도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 안내원은 파리 약통처럼 생긴 간이 산소통을 나눠준다. 고산증이 심하게 올 경우에 대비한 응급처치용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지점이 해발 4000m여서 갑자기 산소부족을 느끼는데 이 때 산소통을 코에 대고 심호흡을 하면 견딜 만하다. 이런 고생을 하면서도 관광객들이 앞 다퉈 찾는 것은 이곳에 아름다운 비경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잘 정돈된 2㎞의 산책로(나무를 깔아서 만듦)를 걷다보면 ‘황룡사’라는 절을 만난다.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절 풍경이다. 처음 찾는 사람들은 “이 절 보자고 여기까지 왔나” 하며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땅을 치며 후회할 일이 생긴다. 바로 절 뒤에는 가끔 TV 화면에서나 볼 수 있던 아름다운 연못들이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기묘하다. 석회암 색깔이 다양하기 때문에 호수의 색깔도 저마다 달라 보이는 것인데 그마저도 신비롭다. 이곳 계곡에 다양한 모양과 색의 연못이 600개나 있다니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구채구는 해발이 높기 때문에 혈압이 높거나 심장병이 있는 사람은 움직일 때 천천히 이동해야 한다. 또 물 같은 것을 적게 마시고 음식도 가려가면서 먹는 편이 좋다. 구경도 좋지만 건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쓰촨요리는 中國 4대요리 중에서도 으뜸

중국요리를 가리켜 흔히들 ‘남(南)은 달고, 북(北)은 짜고, 동(東)은 맵고, 서(西)는 시다’고 한다. 이 모든 맛이 청두에서 조화를 이루고 꽃을 피웠다.

앞서 말했듯이 1000년을 담은 술 수정방과 오량액이 이곳에서 생산돼, 쓰촨은 술의 고장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중 수정방은 중국을 대표하는 백주(白酒)다. 1998년 중국의 모든 고고학자와 역사가, 술 전문가들이 깜짝 놀란 사건이 있었다. 바로 중국 송(宋)대의 양조(釀造) 유적지가 발견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이 ‘수정로’에서 1000년의 세월을 담은 수정방이 전통 증류 제조방식 그대로 생산된 것이다.

쓰촨요리를 얘기할 때 ‘일채일격, 백채백미(一菜一格, 百菜百味)’라고 한다. ‘하나의 요리에는 하나의 품격이 있고, 100가지 요리에는 100가지 풍미가 있다’는 뜻이다. 쓰촨요리의 다양한 맛과 멋을 한 마디로 대변하고 있다.

훠궈, 궁보계정(일종의 치킨), 마파두부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쓰촨요리의 대표로, 한국사람들도 많이 먹어본 음식이다. 쓰촨요리만 30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여행객으로서 다 먹어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가히 맛의 고장이라 할 수 있는 청두에서 훠궈맛을 보기로 한다. 훠궈는 가장 유명하고 대중적인 쓰촨요리 중 하나다. 일종의 샤브샤브여서 딱히 신기한 요리는 아니지만 매운 것이 특징이다. 조금 맵다기보다는 얼얼하다는 표현이 맞다. 요즘 한국에서도 매운 음식이 뜨고 있는데, 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청두의 훠궈는 제격이다. 마치 혀가 마취라도 된 듯하지만 그래도 자꾸 젓가락이 가게 되는 요리다. 보기만 해도 매워 보이는 이 훠궈의 소스는 유채기름에 각종 매운 고추를 기본으로 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자세한 내막은 알 길이 없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각종 재료를 과감히 집어넣는다. 매운 것을 먹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가운데 따로 준비해놓은 맵지 않은 소스를 이용하면 된다. 소스가 끓기 시작하면 양고기, 우리의 삼겹살과 불고기 같은 돼지고기와 소고기, 콩나물, 각종 채소, 쫄면 같은 국수 등을 따로 주문해서 먹는다. 여기에 백주나 맥주로 목을 축인다. 정말로 넣고 싶은 것 다 넣어서 먹었고 맥주도 마셨는데 음식값이 1인당 1만원 꼴이다. 정말 싸다.

 

챵족의 잡주를 아시나요?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27번째 규모의 민족이 챵족(姜族)이다. 챵족의 복식(服食)은 소박하면서도 아름답다. 일반적으로 남녀 모두 마포로 만든 긴 옷을 입는데, 밖에는 양가죽을 걸치고 머리에는 두건을 쓰며 다리에는 천을 감는다.

챵족은 해발 2000m가 넘는 산 중간의 급사면에 삼중으로 지은 석조 가옥들을 밀집시켜 마을을 이루고 산다. 조망하기 좋은 장소에서 외부의 침입을 경계하고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20~50m의 거대한 석탑을 세웠는데 마치 요새처럼 보인다. 과거에는 공룡이라고 했던 육각형 또는 팔각형의 조루였다. 챵족의 주택은 매우 실용적이다. 위층에 곡식이나 물건을 두고, 중간층에는 사람이 살며, 아래층에선 가축을 키운다.

챵족의 주식은 옥수수, 감자이고 쌀보리, 메밀 등을 보조양식으로 먹는다. 일상적으로 배추 또는 순무 잎으로 절여서 만든 산채(酸菜)를 먹는다. 특히 쌀보리, 보리 등을 원료로 각 가정에서 만든 ‘잡주(咂酒)’라는 전통 술을 즐겨 마신다. 이 술은 뜨거운 물을 넣은 후 돌아가면서 가는 대나무관으로 빨아 마신다. 챵족은 음력 10월 초하룻날 조상들한테 기원한다. 아침이 되면 남녀노소 모두 민족 복장을 입고 나와서 춤추고 노래한다. 바로 이날 잡주를 마신다. 잡주는 단지에 담그고 보통 2~3년 정도 숙성시킨 후 개봉하는데 맛은 시큼하면서 순하다. 음력 10월 1일 점심때가 되면 마을에서 가장 높은 어른이 먼저 잡주 단지를 개봉한다. 그러고 나서 각 집의 단지를 개봉한다. 가장 높은 어른이 맛을 보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맛볼 수 있다. 10월 축제는 3일 동안 지속되며, 그동안 가족들은 집밖으로 나가지 않고 출근도 하지 않는다.

 

 

사진설명(구채구 관련)

1. 진주탄폭포

2. 오채해

3. 황룡사 뒤에 있는 연못

4. 장해 구채구의 극치다.

5. 장족 여인들의 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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