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미주(秔米酒)’와 ‘경장주(瓊漿酒)’

溫故知新

박록담의 복원 전통주 스토리텔링(4)

 

<임원십육지>의 ‘갱미주(秔米酒)’와 ‘경장주(瓊漿酒)’

 

 

갱미주(秔米酒)의 특징 및 술 빚는 법

 

갱미주‘갱미주방(秔米酒方)’은 “멥쌀로 빚는 술”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주품명으로, 술빚기에 따른 쌀 양이 모두 4석 9말 5되가 들어가는 대단위 양조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갱미주방(秔米酒方)’ 주방문에서 주목할 수 있는 것은 밑술의 쌀 양의 2배가 되는 양의 쌀로 덧술을 하고, 2차덧술은 다시 덧술의 2배가 되는 쌀 양이 사용되며, 3차덧술은 다시 2차덧술의 2배가 되는 쌀 양이 사용된다는 사실이다.

또한 철저하게 덧술을 하는 원칙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일반 가정에서 빚어 마셨던 술이라고 볼 수는 없다. 특히 ‘갱미주방’이 <林園十六志>의 기록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양조기법을 수록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방문의 말미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齊民要術>의 ‘갱미법주’를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방문 말미의 “술의 양을 보아 충분하면(덧술 하는 것을) 그친다. 탁주로 마실 경우에는 진흙으로 봉하지 않아도 된다. 청주로 하려면 뚜껑을 덮고 진흙을 발라 밀봉한다. 7일이 지나 맑게 가라앉으면 윗술을 떠내고 난 후에 술을 짠다.”고 기록된 것으로 미루어, 중국의 술 빚는 방법을 엿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갱미주방’의 주방문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밑술에서 그 배합비율이 멥쌀 3말 3되에 대하여 누룩가루 3말 3되, 물 3말 3되로, 쌀 양과 누룩, 물의 양이 동일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밑술과 덧술, 덧술과 2차 덧술, 2차 덧술과 3차 덧술의 쌀 양은 각각 2배씩 늘어난 것과는 달리, 누룩이나 물은 밑술에서 한번 밖에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갱미주방’의 또 다른 특징은, 이들 재료배합 비율과 관련하여 밑술의 발효기간은 7일인 반면, 덧술은 밑술 발효기간의 2배인 14일이고, 2차 덧술은 밑술과 덧술의 발효기간을 합한 21일이다. 그리고 마지막 덧술을 하고 난 3차 덧술의 발효기간은 다시 7일로 짧아졌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를 미루어 짐작하면, 2차 덧술과 3차덧술에 사용되는 쌀 양에 비하여 누룩은 밑술에서 한 차례 사용되었을 뿐으로, 3차덧술의 발효기간을 길게 끌고 가기 위해서는 누룩을 덧술이나 2차 덧술에서 한 번 더 추가하거나, 술독을 땅 속에 묻거나 찬 곳에서 발효시켜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 번의 누룩 사용으로 3차 덧술의 발효기간을 7일 이상 충분히 끌고가지 못하고, 갑자기 산패하는 경우를 당하게 된다.

또한 ‘갱미주방’은 주방문에서 언급되어 있듯이 술빚는 시기가 3월 3일인 삼짇날이다. 밑술을 빚기 시작하여 3차 덧술까지의 기간을 감안하면 4월 중순이 되므로, 주변의 온도는 점점 높아지기 마련이고. 특히 술의 양이 많아지면 발효시 술독의 품온도 상대적으로 빨리 상승하기 때문에 술덧의 온도를 조절하기가 매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상의 술빚는 법을 통하여,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양주기법이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술맛과 향기의 차이는 다름 아닌 누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쌀을 주로 사용하고 특히 양주방법이 동일한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면서도 중국의 술은 ‘황주(黃酒)’로, 우리나라의 술은 ‘청주(淸酒)’로 지칭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술의 색깔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누룩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게 되어있고, 중국의 누룩제조법과 우리의 누룩 제조법이 달라진 데서 ‘황주’와 ‘청주’라는 술 색깔과 명칭의 차이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나라마다의 고유성과 차별성으로 나타난다.

‘갱미주방’은 <林園十六志(高麗大本)>에 수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양주 관련 문헌에서는 ‘갱미주(秔米酒)’라는 명칭을 선호하지 않는 대신 찹쌀을 사용한 주품에서는 ‘점주’를 비롯하여 ‘점감주’, ‘점감청주’, ‘찹쌀소주’ 등 다양한 주품명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양주문화의 차이를 엿볼 수 있다.

 

秔米酒方 <林園十六志(高麗大本)>

 

술재료:밑술 ①멥쌀 3말 3되, 누룩가루 3말 3되, 물 3말 3되② 덧술:멥쌀 6말 6되③ 2차덧술:멥쌀 1석 3말 2되④3차덧술:멥쌀 2석 6말 4되

술 빚는 법: 밑술①월 3일에 정화수 3말 3되를 길어다 그릇에 담아 놓는다②누룩가루를 비단 깁체에 쳐서 고운 가루를 내려서 3말 3되를 물에 담아 물누룩을 만들어 놓는다③멥쌀 3말 3되를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는다④고두밥이 익었으면 시루에서 퍼내고, 고루 펼쳐서 약간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⑤누룩물에 차게 식혀 둔 고두밥을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⑥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1주일간 발효시킨다.

덧술:①멥쌀 6말 6되를 준비한다(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는다) ② (고두밥이 익었으면 시루에서 퍼내고, 고루 펼쳐서 약간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③ 덧술을 해 넣는다(밑술에 차게 식혀 둔 고두밥을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 14일간 발효시킨다(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14일간 발효시킨다).

2차덧술 : ① 멥쌀 1석 3말 2되를 준비한다(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는다). ② (고두밥이 익었으면 시루에서 퍼내고, 고루 펼쳐서 약간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③ 덧술을 해 넣는다(밑술에 차게 식혀 둔 고두밥을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 14일간 발효시킨다(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21일간 발효시킨다).

3차덧술 : ① 쌀 2석 6말 4되를 준비한다(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는다). ② (고두밥이 익었으면 시루에서 퍼내고, 고루 펼쳐서 약간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③ 덧술을 해 넣는다(밑술에 차게 식혀 둔 고두밥을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 7일간 발효시킨다(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청주로 하려면 뚜껑을 덮고 진흙을 발라 밀봉하여 7일간 발효시킨다). ⑤ 맑게 가라앉으면 윗술을 떠내고 난 후에 주조에 올려 짜서 탁주로 마신다.

*방문 말미에 “술의 양을 보아 충분하면 (덧술 하는 것을) 그친다. 탁주로 마실 경우에는 진흙으로 봉하지 않아도 된다. 청주로 하려면 뚜껑을 덮고 진흙을 발라 밀봉한다. 7일이 지나 맑게 가라앉으면 윗술을 떠내고 난 후에 술을 짠다.”고 하였다. <제민요술>을 인용하였다.

경장주(瓊漿酒)의 특징 및 술빚는 법

 

 

경액춘‘경장주(瓊漿酒)’라고 하는 주품명은 <需雲雜方>의 기록이 유일하다. 또한 <수운잡방>의 ‘경장주’는 어떤 의미의 술인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경장주라는 단어의 자전풀이 그대로를 옮긴다면 ‘옥 경(瓊) 미음 장(漿)’이니, “옥처럼 술빛깔이 아름답고, 그 형태는 미음 같은 술” 쯤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주방문에서 보듯, ‘경장주’는 술빚는 방법과 방문이 매우 이채롭다. 또한 전혀 다른 이름이긴 하지만 <酒食方(高大閨壼要覽> ‘노산춘(魯山春)’이라는 주품의 주방문과 매우 흡사하다.

‘노산춘’은 2양주로 밑술을 멥쌀 1말로 고두밥을 짓고, 찹쌀 1말을 가루로 빻아 물 3말로 죽을 쑨 뒤, 누룩 1되를 섞어 빚은 후, 다시 멥쌀 2말로 고두밥을 짓고, 찹쌀 2말을 가루로 빻아 물 6말로 죽을 쑨 뒤, 누룩 2되와 밑술을 한데 섞어 덧술을 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수운잡방>의 ‘경장주’는 술빚기에 사용되는 물의 양이 언급되어 있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과정을 보면, 밑술과 덧술의 술 빚는 과정이 동일하고, 밑술 재료의 2배 되는 재료가 덧술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특징을 찾을 수 있으며, <酒食方(高大閨壼要覽> ‘노산춘’과 차이가 없다는 것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운잡방>의 ‘경장주’는 밑술의 재료배합 비율로서 멥쌀 1말과 찹쌀 1말에 대하여 누룩의 양이 ‘1말(斗)’이라는 사실인데, 필자의 견해로는 ‘1되(升)’의 오기가 아닌가 여겨진다. 그 이유는, 방문 말미에 언급되어 있는 “7일 후면 그 맛과 빛깔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고 언급한 내용 때문이다.

기록에서 언급하대로 맛과 술 빛깔이 좋기 위해서는 누룩의 양이 적게 사용되어야 하는데, 이때의 누룩 1말은 전체의 비율로 계산할 때 18%에 이른다. 하지만 쌀 6말에 대하여 누룩 1말 1되는 매우 많은 양으로 누룩냄새를 지울 수가 없거니와, 결코 술 빛깔이 옥처럼 아름다울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또한 동일한 방법의 ‘노산춘’의 경우, 쌀 6말에 대하여 누룩의 양은 겨우 5% 밖에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소위 ‘춘주(春酒)’의 반열에 올랐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또 다른 예를 든다면, ‘경장주’와 같이 옥경(瓊)을 사용한 주품의 하나로, <林園十六志>와 <酒饌>·<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 수록된 ‘경액춘’의 경우, 누룩 사용양이 겨우 8.6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운잡방>의 ‘경장주’는 밑술의 재료배합 비율로서 멥쌀 1말과 찹쌀 1말에 대하여 누룩의 양이 ‘1말(斗)’이 아닌, 1되(升)로 보아야 할 것이란 전제이다.

하지만, 기록의 주방문이 맞다면, 많은 누룩의 사용에 따른 누룩의 색깔이 반영되어 옥빛의 미음과 같은 술 색을 얻을 수도 있다는 추측을 해볼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경우, 누룩은 잘 띄워 황금색의 황곡균이 잘 배양된 누룩이어야 하고, 여름철 보다는 가을철에 띄운 추곡(秋麴)이라야 한다는 사실이 전제되는데, 본 방문에는 누룩에 대한 언급이 없으므로,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이러한 사실의 여부는 뒤로하고, ‘경장주’를 빚는데 따른 요령을 몇 가지 언급하면, 이 술은 찹쌀죽과 멥쌀고두밥이 함께 사용된다는 점에 착안, 호화도가 다른 두 가지 재료를 어떻게 동시에 발효되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요령은, 밑술과 덧술이 똑 같은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찹쌀죽은 가능한 호화도가 낮게 하고, 멥쌀고두밥은 물을 흠씬 주어 무르게 쪄야 한다. 둘째 요령은, 찹쌀죽을 완전히 퍼지게 하여 최대한 호화도를 높여주고, 상대적으로 멥쌀고두밥은 호화도를 낮게 된고두밥을 지어 술을 빚되, 술독의 뚜껑을 덮지 말고 몸만 싸매서 술독의 품온이 지나치게 오르지 않도록 하여 예사 술보다 주발효시간을 길게 가져가는 방법이 요구된다.

환언하면, 술독을 이불로 싸매주되, 숨구멍을 터주어 술독의 품온이 일정 온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관리를 해주면 되는데, 죽보다 고두밥의 발효가 늦어지므로 고두밥의 발효가 활발하게 진행될 때의 품온 관리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瓊漿酒 <需雲雜方>

술재료 : ①멥쌀 1말, 찹쌀 1말, 누룩 1말, 물 (1말) ② 멥쌀 2말, 찹쌀 2말, 누룩 2되, 물 2(~4말)

술 빚는 법 : 밑술① 멥쌀 1말과 찹쌀 1말을 각각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깨끗이 씻어 건져) 물기를 빼 놓는다 ② 멥쌀은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고, 찹쌀은 세말하여(곱게 가루로 빻아) 물 (1말)에 풀고 팔팔 끓여 죽을 쑨다 ③ 멥쌀 고두밥과 찹쌀죽이 익었으면, (넓은 그릇에 한데 퍼 담고) 차게 식혀 술거리를 만든다. ④ 고두밥과 죽을 한데 섞은 술거리에, 누룩 1말을 합하고,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⑤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3일간 발효시킨다.

덧술 ① 멥쌀 2말과 찹쌀 2말을 각각 물에 백세 하여 물기를 뺀다. ② 멥쌀은 고두밥을 짓고, 찹쌀은 가루 내어 물 (2말)에 풀어 죽을 쑨다 ③ 고두밥과 죽이 익었으면 (넓은 그릇에 한데 퍼 담고) 차게 식혀 술거리를 만든다. ④ 술거리에 누룩 2되를 밑술에 한데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⑤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친 뒤, 예의 방법대로 하여 7일간 발효시킨다.

*방문 말미에 “7일 후면 그 맛과 빛깔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고 하고, “서왕모(西王母)가 이 술을 마시고 백운가를 불러, 멀리 있는 마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전한다는 술이다. 서왕모(西王母)는 중국 곤륜산 요지(瑤池)에 살며 불로장생하는 선업을 관장한다는 선녀이고 청조(靑鳥)는 그의 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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