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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맛을 듬뿍 담은 ‘사곡양조장’ 林憲昌 대표
전통주, 젊은 사람들 트렌드보다 앞서나가야 성공한다
강산의 초목들은 연초록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신록의 계절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없었다면 상춘객으로 전국이 떠들썩하겠지만 한산하다. 자연은 한껏 기지개를 켜고 있건만 코로나펜데믹으로 인간세계는 잔뜩 움츠려들고 있다.
어디를 가나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눈총을 받아야 하고 벌금까지 물어야 하는 세상. 한적한 시골 식당엘 들어가려도 QR코드를 찍거나 인적사항을 기재해야만 하는 시절이다.
한창 장사가 잘 될 때는 가게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던 대한민국의 한 복판 명동에도 ‘임대’라는 두 글자가 눈에 띠게 많아졌다. 코로나 이전의 시절이 다시는 올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주류업계사정도 예외는 아니다. 식당의 영업시간 제한, 홈술 혼술, 거리두기 등으로 소주 맥주가 30% 넘게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는 우울한 뉴스만 쏟아내고 있다.
그러면 전통주업계는 어떨까. 일부 규모가 큰 양조장을 제외하곤 거의가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고향의 맛과 정겨움을 느낄 수 있는 웰빙전통주 생산업체인 ‘사곡양조장’을 찾아 임헌창(林憲昌, 52)대표로부터 전통주 업계 현장의 소리를 들어 본다.
포스트코로나 위해 양조장 시설확장 나서
‘사곡양조장’은 삶과술 224호(2017년)와 252호(2020년) 지면을 통해 소개 된 적이 있어 임 대표와는 구면이다. 때문에 비교적 솔직한 업계의 사정을 들어 볼 수 있어 이번에 다시 찾게 된 것이다.
‘사곡양조장’은 외형적인 큰 변화는 없어 보였지만 양조장에 붙어 있는 200여 평 부지위에 창고건문을 짓기 위해 준비 중에 있었다.
일반적으로 경제사정이 어려울 때는 하던 사업도 멈추는 것이 흔한 일인데 시설확장이라니 의구심이 들었다.
이에 대해 임 대표는 “언젠가는 코로나펜데믹도 물러나고 사회적 분위도 좋아져서 전통주를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그 때를 위해 지금부터 준비를 해 놔야 되지 않을까요”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한다는 뜻이다.
맞는 말이다. 요즘 사업이 어떠냐는 질문에 임 대표는 “우리라고 어려움이 없겠습니까. 직원들 월급 밀리지 않고 지불하고, 원자재값 제 때 결제하고, 세금 밀리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한 마디로 현상은 유지한다는 말이다. 이 정도면 훌륭한 것이다.
전국의 많은 중소기업들이 어려운 경제여건을 이겨내지 못하고 문을 닫고 있는데 현상유지를 하고 있다는 것은 보통의 노력으론 이루어내기 어렵다.
사곡양조장이 어려운 경제여건을 이겨내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이에 대해 임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같이 중소기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사장님’ 소리를 들으니까 마치 대기업을 운영하는 ‘사장님’처럼 행동 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동차도 비싼 고급차를 타려들고, 주중에 골프 치러 나가고, 자기 공장에선 손 하나 까딱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결과는 뻔합니다.”라고 임 대표는 말했다. 한마디로 ‘뱁새가 황새 쫓다가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을 기억하고 살면 탈이 없다는 것을 임 대표는 몸소 실천하고 있다. 짠내 나는 경영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생각 때문인가. 임 대표는 양조장 청소는 물론 화장실 청소까지 몸소 한다. 술도 음식인데 청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도 있겠지만 책임자가 솔선하여 궂은일을 하게 되면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따라하게 되는 것이라고 임 대표는 말했다. 일반적으로 양조장은 물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조금만 게으르면 위생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양조장 경영 ‘심심풀이 땅콩’이 아니다
임 대표는 전통주를 하는 사람들은 “한 우물을 파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속된 말로 ‘양조장 사업을 심심풀이 땅콩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양조장 가운데 나름 성공한 업체들의 면면을 보면 경영자들이 참으로 피땀 흘리고 열심히 일해서 얻은 성과인데 마치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되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양조장을 하려면 최소 한 10여년은 고생할 각오를 가져야 좋은 술이 나올 수 있고, 판로도 확보할 수 있게 되는데 양조장 차려 놓고, “우리 술이 최고야 하면 술이 팔린다”고 생각하고 양조장 사업을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 임 대표는 경험에서 얻은 경영철학이라고 했다.
전국에서는 새로운 양조장이 수도 없이 생겨나고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경우가 허다하다. 비단 양조장뿐만 아니라 여느 기업도 매한가지겠지만 양조업계가 더 그렇다.
임 대표는 연기군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학교를 다녔고, 20대에 주류유통업계에서 일했다고 한다. 60여년의 역사를 지닌 지금의 사곡양조장을 1997년 3월 인수해서 오늘에 이른다.
양조장을 인수할 때엔 매출이 적고 제품도 단순하여 운영이 어려웠다. 또 양조 기술이라야 그동안 주류유통업을 하면서 여러 양조장에서 어깨너머로 배운 것이 양조기술의 전부였다.
좋은 술을 빚기 위해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양조장을 찾아가서 술 빚는 기술을 배우려 했으나 선뜻 기술을 전수해 주는 곳이 없었다. 거의 독학으로 술을 빚다보니 술맛도 고르지 못하고, 실패하는 경우도 많았다.
포기를 모르고 술을 빚다 보니 어느 정도 술맛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임 대표는 양조장을 운영하면서 이왕이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이용하여 지역 농민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술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착안 한 것이 이 지역 특산품인 밤(栗)으로 술을 빚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른다.
공주하면 밤을 떠올릴 만큼 전국 밤 생산량의 20%가 공주에서 생산된다. 또한 공주 밤은 맛도 좋고 튼실하기 때문에 이를 가지고 술을 담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지역 특산물 가지고 특화된 술을 빚어라
이제 사곡양조장의 밤막걸리는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이 역시 하루아침에 명성을 얻은 것은 아니다. 밤은 겉보기에 단단하여 보관이 용이할 것 같지만 겉보기완 다르게 쉽게 상한다. 때문에 농가에선 밤 생산으로 큰 수확을 보지 못하고 있어 이 알밤으로 전통주를 빚어보겠다고 나섰다.
그렇지만 밤 껍질을 까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었다. 소문에 일본 고지 현에 100여년이 넘게 밤술을 빚는 양조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찾아 나섰다. 이 양조장에서는 손쉽게 알밤을 찐 다음 알맹이를 뽑아내서 술을 빚고 있었다.
일본 밤술을 빚는 양조장을 찾아가서 기술을 전수해달라고 통사정 해봤지만 들어 줄리 있겠는가. 자기들이 사용하는 기계를 비싼 가격에 사가라는 말만 듣고 돌아 왔다. 며칠을 눈 여겨 봤던 기계를 머릿속에 그리고 왔다. 그리고 기계 기술자와 개발해 낸 것이 전국에서 하나밖에 없는 밤까는 기계를 만들어 수월하게 밤술을 빚고 있다고 임 대표는 말한다.
임 대표는 특화된 양조장으로 성공하려면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을 이용하여 술을 빚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비대면 판매시 중요 덕목은 ‘전화 응대 예절’
임 대표는 “젊은 세대들이 전통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트렌드를 따라가기 보담은 한발 앞서 나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양조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술맛만 좋으면 팔린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구태의연한 생각”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최근 코로나펜데믹으로 전통주 판매가 대부분 비대면(인터넷)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 대표는 “자금이 들더라도 술병을 예쁘게 디자인하고, 라벨도 눈에 띠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술맛도 찾아내서 수시로 변화를 주어야지 한가지로만 버티면 소비자들은 곧 싫증을 내기 마련이라면서 가성비 좋은 술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해야 전통주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판매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전화예절이라고 임 대표는 강조했다. 소비자들이 전통주를 구입하기 위해 양조장에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으면 고객은 다른 곳으로 전화를 돌리기 마련이다. 그 만큼 매출 감소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임 대표는 또 “국내 대기업의 양조장들이 판매 확장을 위해 막대한 자금력으로 분공장을 차릴 계획들을 세워놓고 있는 상태”라면서 그렇게 되면 지방의 소규모 양조장들은 살아나기 힘들어 질 것”이라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 차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대기업 양조장들과 직접적인 경쟁은 어려워도 차별화된 전통주를 개발하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전통주 홍보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자체적인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것은 물론, 트위터, 페이스북, 라인, 미투데이와 같은 SNS를 통한 홍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선 차별화 노력
임 대표는 “맛 좋은 전통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팽화미를 원료로 해서는 절대로 좋은 맛이 날수 없다”고 했다.
왜냐 하면 “팽화미로 술을 만들면 깊은 맛이 나질 않고 약간 탄내 및 튀밥 냄새가 난다, 팽화미는 고열에 쌀을 튀긴 원리라서 전통주와는 맞지 않는 방법이다. 쌀뜨물이 나오질 않고 편리성 때문에 팽화미를 사용하지만 (폐수문제 해결) 맛으로 승부를 하려면 쌀을 증자하여 전통주를 만들어야 맛좋은 술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지방에 소규모 양조장들이 아마 폐수 문제로 쌀을 증자하여 사용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점을 막걸리협회에서 정부에 건의하여 양조장에서 나오는 쌀뜨물을 저렴하게 폐수처리 업체에 위탁하여 많은 쌀을 사용하여 전통주를 만들 수 있게 지원을 건의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작은 양조장을 운영하는 데는 폐수 문제가 영향을 덜 받지만 중대형 양조장을 운영한다면 앞으로는 산업단지, 농공단지로 공장을 이전 운영해야 폐수 처리 문제가 생기지 않아서 좋은 쌀로 직접 술밥을 찌여 최고의 전통주를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임 대표는 말했다.
저렴한 싸라기 쌀을 이용하여 맛이 좋은 전통주를 만드는 것도 원가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싸라기 쌀로 전통주를 만들려면 우선 곱게 갈아줘야 좋은 술을 만들 수 있다. 싸라기 쌀을 바로 발효하면 쌀눈이 많아 100% 발효가 힘들다. 경험상 그냥 사용하면 60~70%정도 밖에 발효가 안 되는 것 같다. 곱게 갈아서 사용하면 90%이상 발효한다.
“남보다 좋은 술맛을 내기 위해선 반듯이 쌀을 증자하고(무증자포함), 편리성으로 팽화미를 사용하면 2등 제품밖에 기대 할 수밖에 없다”고 임 대표는 말한다.
밤을 원료로 한 다양한 막걸리와 증류주 출하
현재 사곡양조장에서는 알밤막걸리, 참새와 허수아비 생막걸리, 찰옥시시 막걸리, 구기자주, 공주알밤왕밤주, 오늘밤엔 메론주 같은 막걸리를 빚는다.
증류주로는 밤막걸리를 베이스로 한 왕율주40, 33, 25도를 비롯해서 공주 밤에 오미자, 산수유, 오가피, 구기자, 동충하초, 토사자, 벌꿀로 빚어 증류한 ‘眞쾌남’을 출시하고 있고, 20.5%의 공주굿밤을 출시하고 있는데 젊은이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제조가 달릴 정도라고 한다.
‘공주굿밤’은 공주산밤(50%)에 백미로 빚은 술을 증류한 것인데 술병에는 ‘단 한 방울의 주정도 섞지 않은 착한 증류주’라고 표시하고 있다.
사곡양장에서는 이 밖에도 공주지방의 명물인 오디로 빚은 ‘공주애 오디와인’(15% )도 판매하고 있다. 최근 700㎖ 고급 유리병(선물용)에 담은 13.5% 밤 청주도 개발하여 판매를 앞두고 있다 이제품은 곧 전국 우체국및 농협을 통해 판매가 될 것이라고 했다.
탁주 약주 주세 폐지해야 전통주업계 발전
임 대표는 “국내산 농산물로 빚은 탁주 및 약주는 주세를 완제 폐지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농산물로 이용한 다양한 전통주가 개발이 되고 활성화 될 것이다. 프랑스도 포도주의 주세가 수십 년 전에 폐지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포도농가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농민들이 힘들게 농사지은 쌀, 보리, 밀, 고구마, 감자 등을 원료로 전통주를 활성화 하게 하고 탁주, 약주 주세를 완전히 폐지해야 현실에 맞는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부가가치와 일자리, 농가소득에 도움이 될 것이고 농산물 가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전통주 주세 감면 제조량을 발효주 연간 20만ℓ에서 50만ℓ로 상향해줘야 한다. 연간 20만ℓ로는 부족한 면이 많다. 또한 증류주도 10만ℓ 에서 30만ℓ로 상향해줘햐 한다, 제조량을 상향해줘야 그나마 비싼 국산원료 (도내농산물)로 전통주를 만들어 다소 숨통을 틀수 있고 가격 경쟁력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
매년 불우이웃돕기 성금 기탁
임 대표의 어린 시절은 풍족하지 못한 생활이었다. 때문에 임 대표는 늘 돈을 벌게 되면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해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2010년부터 시작한 불우이웃돕기 성금은 매년 이루어졌다. 성금을 기탁할 때는 부인은 물론 자녀들과 동행한다. 몸소 자녀들에게 나눔을 익혀주기 위해서다. 매년 300만원 혹은 500만원의 성금을 기탁하고, 장학금도 내놓는다. 뿐만 아니라 시나 군, 면의 크고 작은 행사에는 현물(막걸리)도 기부한다. 줄잡아 연간 2천여만 원에 달한다. 시골 양조장으로서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고 한다.
임 대표는 “이제 전통주도 좋은 재료로 제대로 만들어 제값을 받으면서 위스키, 와인, 사케, 백주처럼 외국의 술들과 겨누어도 뒤지지 않는 술을 만들어야 할 때”라며 이를 위해서는 업계 스스로가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통주가 대중화가 안 되는 이유 중 하나가 국내 술시장이 너무 저가 가격에 술을 판매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이유가 너무 값싼 원료로 만든 희석식 소주가 대중화를 이루기 때문에 비싼 국내산 원료로 만든 증류주, 과실주, 청주 등이 빛을 못보고 있다.
국내 소주 시장도 하루빨리 국내 농산물로 만든 소주가 대중화를 만들어야 농업도 발전이 되고 가격도 안정화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려면 주정을 이용한 희석식 소주 생산량을 제한해야 한다. 희석식 소주공장에 출고량 쿼터량을 정하여 적어도 20~30%는 국내 농산물로 소주를 생산하도록 유도시켜야 국내 농업 발전과 농산물 가격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곧 6월이 다가오고 있다. 야산에는 밤꽃 향이 가득찰 것이다. 밤꽃 향은 호불호가 갈린다. 밤꽃이 뿜어내는 향기 때문인데 밤꽃에는 스퍼미딘과 스퍼민이라는 물질이 있어서다. 이 냄새는 꽃가루를 퍼뜨리는 벌을 유혹한다고 한다. 스퍼미딘과 스퍼민은 생명체 내에서 세포의 생존을 돕는 폴리아민 물질의 일종이다.
이 곳 공주 사람들은 6월이 오기를 기다린다. 밤꽃 향이 그들에게는 향수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밤 풍년이 되기를 기대하며….
글·사진 김원하 기자 ti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