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록담의 복원전통주스토리텔링 93번 째 이야기
노송주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노송주’는 <양주방(釀酒方)>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유일한 주방문이다. <양주방)>은 한글 붓글씨로 쓰여진 기록으로, 주품명도 한글로 되어 있다. 따라서 어떤 의미로 ‘노송주’라고 명명하게 되었는지, 그 유래나 이유를 알 수 있는 기록은 없다.
‘노송주’의 주방문을 보면, 밑술을 중심으로 하여 술의 특징이 결정되는 바, 덧술은 다소 부드러운 맛을 주기 위해 형식적으로 찹쌀고두밥을 추가하여 술을 빚는 방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양주방>의 ‘노송주’와 같은 주방문을 더러 볼 수 있는데, <金承旨宅廚方文>의 ‘삼월주법’과 <山家要錄>의 ‘목맥소주’와 ‘하숭사절주’, ‘예주’, ‘사두주’, <需雲雜方>의 ‘오두주’, ‘십일주’ 등 상당수의 주품에서 ‘노송주’와 같이 밑술의 쌀 양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양의 덧술을 사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주방문의 경우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이들 주품의 덧술 발효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이뤄진다는 공통점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의 주방문에서 더러 고두밥이 아닌, 죽 형태로 하여 덧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주지하다시피 덧술은 ‘본술’이라고 하여, 알코올도수가 높고 맛과 향기가 좋은 술을 얻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만큼, 밑술보다 쌀 양을 많이 하고, 고두밥과 같이 밑술의 쌀 보다 호화도(糊化度)도 낮게 가져가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특히 덧술의 쌀은 고두밥이었을 때 알코올도수가 높고 맑은 술을 얻을 수 있음에도 <양주방>의 ‘노송주’와 같이 쪄낸 고두밥에 다시금 끓는 물을 가하여 호화도를 높이는 경우는 알코올도수를 높이기보다, 술맛을 부드럽게 하고 발효기간을 단축시키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노송주’와 같은 주방문은, 적은 양의 고두밥을 사용하여 맑고 부드러운 술을 가능한 짧은 기간에 얻을 목적으로 한 주방문이라고 할 수 있으며, 한꺼번에 많은 양의 청주를 얻고자 할 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 방문으로 생각된다.
다만, <양주방>의 ‘노송주’는 밑술을 빚을 때 특히 유의해야 실패를 하지 않는다. 밑술 방문에서 보듯, 멥쌀 3말을 백세 작말하였을 경우, 그 부피는 5말 가까이 늘어난다. 여기에 끓는 물 2병은 턱없이 부족한 양으로, 쌀가루를 골고루 익히기가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쌀가루에 끓는 물을 섞을 때 가능한 골고루 섞이도록 조금씩 부어가면서 주걱으로 개어, 멍울이진 것이 없는 반생반숙(半生半熟)의 범벅이 되어야 한다. 반생반숙이라고는 하지만, ‘노송주’의 경우 거의 진흙과 같은 상태가 될 것이므로, 범벅이 만들어졌으면 강제로 식히지 말고, 같은 크기의 그릇을 뚜껑으로 덮고 김이 새지 않게 하여, 자연 상태에서 제 스스로 식을 때까지 밤재워 기다렸다가 누룩을 섞고 술밑을 빚으면, 훨씬 부드러운 상태가 되어 수월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술밑을 빚을 때 범벅이 완전히 삭아서 ‘주르륵’ 흘러내릴 정도가 되게 하여 술독에 담아 안쳐야, 발효 중에 술밑이 끓어서 술독 밖으로 넘치지 않게 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반생반숙의 범벅으로 빚는 술의 과정이 비교적 간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칫 실패율이 높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양주방>의 ‘노송주’를 빚어 본 결과, 술의 맛이나 향기가 여느 술에 비하여 뛰어나다거나 특별한 특징을 발견할 수 없었다. 술을 빚으면서, 그리고 완성된 술맛에서의 느낌은, 덧술의 찹쌀 양을 5되 정도로만 늘렸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러한 ‘노송주’는 일반적인 2양주보다 알코올도수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닌데도 도수 높은 술맛을 느낄 수 있어 남성 취향의 애주가들에게는 잘 어울린다고 하겠다.
◈ 노송주법 <양주방(釀酒方)>-닷 되 빚이-
◇주 원료▴밑술:멥쌀 3말, 가루누룩 1되, 끓는 물 2병
▴덧술:찹쌀 2되, 누룩 6홉, 물 1병
◇술 빚는 법▴밑술:①멥쌀 3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가루로 빻는다.②솥에 물 2병을 붓고 팔팔 끓여 쌀가루에 붓고 주걱으로 골고루 개어, 범벅을 쑤되, 매우 치대어 반은 설고 반은 익게 만든다. ③반죽(범벅)을 넓은 그릇에 나눠 담고, 고루 헤쳐서(그릇의 뚜껑을 덮고 그대로 하룻밤 재워)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④차게 식은 반죽(범벅)에 가루누룩 1되를 섞고, 매우 치대어 술밑을 빚는다.⑤ 술밑을 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3일간 발효시킨다.
▴덧술:①밑술이 괴어오르면 찹쌀 2되를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②솥에 물 1병을 솟구치게 끓이다가, 고두밥이 익었으면 넓은 그릇에 퍼 담고, 끓는 물을 고루 붓고, 주걱으로 헤쳐 놓는다.③고두밥이 물을 다 먹었으면, 주걱으로 고루 헤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④진 고두밥에 누룩 6홉과 함께 밑술에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⑤술밑을 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키면 2일이면 익는다.
박록담은
*현재: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전통주 관련 저서:<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 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시집:<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