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12)

차동영의 唐詩 시리즈 詩聖 杜甫

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12)

두보 시 33수

있는 자여! 없는 자에게 베풀 순 없을까

十 六 首

江村

강촌에서

淸江一曲抱村流, 長夏江村事事幽。

自去自來梁上燕, 相親相近水中鷗。

老妻畵紙爲碁局, 稚子敲針作釣鉤。

多病所須唯藥物, 微軀此外更何求?

맑은 강 한 굽이 마을을 안아 흐르고,

긴긴 여름의 강촌은 매사가 한가롭네

제멋대로 오가는 기둥 위 제비,

서로 친하여 가깝게 지내는 물속 갈매기.

늙은 아내 종이에 그림 그려 바둑판 만들고,

어린아이 침 두드려 낚싯바늘 만들고 있네.

병 많아 얻고자 하는 바는 오직 약물뿐

하찮은 이 몸 무얼 더 바라리오?

◇ 배경

상원上元 원년(760) 봄 두보 나이 49세 때 성도의 완화계가에 터를 얻어 완화초당을 지었다. 고난을 거듭해 오던 오랫동안의 떠돌이 생활을 끝내고 이제 안주할 수 있는 내 집을 가지게 된 것에 기쁨과 안도의 감정을 느끼며 이 시를 노래하였다.

◇ 어휘

抱(포) 안을 포. 둘러싸다. 에워싸다.

梁(량) 들보. 기둥.

稚子(치자) 어릴 치. 어린아이.

敲針(고침) 두드릴 고. 바늘 침. 바늘을 두드리다.

釣鉤(조구) 낚시 조. 갈고리 구. 낚싯바늘.

棋局(기국) 바둑판.

微軀(미구) 작을 미. 몸 구. 미천한 몸(자신의 겸칭).

◇ 해설

두보가 가족과 단란한 정착 생활을 하며 얻은 정신적 안정과 여유가 잘 드러나 정겨움마저 느껴지는 시이다. 특히 강촌의 한가로운 모습이 선3장 | 아! 그래도 봄은 오누나! 113경 후정의 수법 속에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려져 있다.

시간이 정지해 버린 것같이 느껴지는 어느 여름날 긴 대낮의 한가한 정경! 아무리 평생을 고생으로 찌들은 두보이지만 때로는 이런 정취마저 맛볼 수 없었더라면 아마 미쳐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에게는 적당한 휴식이 필요한가 보다. 미치지 않을 만큼….

수레는 바퀴가 두 개라야 안전하게 굴러간다. 두보와 이백은 많은 부분이 달랐다. 하지만 한시에서 짝수와 홀수의 배열을 맞추듯, 혹은 평성과 측성의 배합을 신경 쓰듯, 서로 다른 것이 조화를 이루는 건 중요하다.

변화가 있어야만 조화로울 수 있다. 두보와 이백이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천재가 한 시대에 공존하고 있었다는 건, 그 자체로 음양의 조화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 명구

多病所須唯藥物, 微軀此外更何求?

4장

이형(李兄)!

딱 한번만 더 보고 싶구려!

十 七 首

飮中八仙歌

술 마시는 여덟 신선의 노래

李白一斗詩百篇, 長安市上酒家眠。

天子呼來不上船, 自稱臣是酒中仙。

李白 评(이백을 평하며)

이백은 술 한 말에 시 백 편,

장안 시내 술집에서 잠든다.

천자가 오라고 해도 배에 오르지 않고,

스스로 칭하길 신은 주선이라 한다네.

◇ 배경

이 시는 천보 3년(744)에 두보가 장안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당시 술과 풍류를 즐겼던 명사 8명에 대해 술을 테마로 엮어 유머러스하게 지은 시이다. 주중팔선(酒中八仙) 혹은 취팔선(醉八仙)이라고도 한다.

◇ 어휘

酒家 [주가] 술집

◇ 해설

당 현종 시대에 평소 교분이 있었던 술꾼 8명에 대해 술을 테마로 주량, 술버릇 특징 등을 예리하고 풍자적으로 스토리화해 담아내었다. 명리(名利)를 초월하고 속진(俗塵)을 벗어나서 산 여덟 술꾼들의 개성이 잘 표현된 시이다. 여기에서 두보는 술의 힘을 빌린 말과 행동으로서 그 시대의 세태를 반영하였다. 8명의 술꾼 중 다른 사람은 2구(句) 내지 3구(句)로 읊었는데 이백만 4구(句)로 읊은 것은 두보가 이백을 가장 존경하고 있는 듯하다.

‘이백일두시백편(李白一斗詩百篇)’은 이백의 시와 술의 경지를 표현한 명구(名句)로 후세까지도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두보도 술이라면 남에게 빠지지 않는데 구선(九仙)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하기야 자기 시에 자신을 집어넣기도 그렇지만….

◇ 명구

李白一斗詩百篇

이백 외 7인 신선에 대한 평가

지장(知章):하지장賀知章(677~744)은 당 현종 때 예부시랑, 비서감, 태자빈객 등을 지냈다. 이백의 시문을 보고 “하늘에서 귀양 온 신선이다(謫仙人也)”라고 극찬하였다. “지장知章은 술 취해 말 탄 것이 배 탄 것 같고, 눈이 어지러워 우물에 떨어져도 바닥에서 그대로 잔다네.”

▴여양(汝陽):여양왕(汝陽王) 이진(李璡)으로 현종의 형 이헌(李憲)의 아들이다. “여양(汝陽)은 세 말 술을 마시고서야 비로소 조정(朝廷)에 나갔고, 길에서 누룩 실은 수레라도 만나면 침 흘리며, 술샘 있다는 주천(酒泉)에 옮겨 봉(封)해지지 않음을 한(限)한다네.”

좌상(左相):좌승상(左丞相) 이적지(李適之)로 이임보의 모함으로 좌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좌상(左相)은 흥이 나면 하루에 유흥비로 만전(萬錢)이나 쓰고, 술 마시기를 큰 고래가 온 강물을 들이키듯 하며, 잔 기울이며 맑은 술(淸酒)은 즐기며 탁한 술(濁酒)은 피한다고 하네.”

종지(宗之):재상 최일용(崔日用)의 아들 최종지(崔宗之)로 시어사(侍御史)를 지냈다. “종지(宗之)는 말쑥한 미소년인데, 잔 들고 하얀 얼굴로 푸른 하늘 바라보면, 깨끗하기 그지없는 옥나무가 바람맞고 서 있는 듯 하다네.”

소진(蘇晉):소향(蘇珦)의 아들로 태자좌서자를 지냈고 불교에 심취해 있었다. “소진(蘇晉)은 수 놓은 불상 앞에 재계(齋戒)하며 왕왕 술에 취해 좌선한다며 잠자네.”

장욱(張旭):당대의 대서예가이다. 술에 취해 뛰어다니며 붓글씨를 썼다고 한다. “장욱(張旭)은 석 잔 술에 초서(草書)의 성인으로 전해지는데, 모자를 벗고 맨머리로 왕이나 귀족 앞에 나가, 붓 휘두르면 구름 안개 일어나는 듯하네.”

초수(焦遂):유일한 평민 출신으로 평소에 말이 없다가도 술만 마시면 일사천리다. “초수(焦遂)는 닷 말 술에 의기충천 되어, 고상한 얘기와 웅변으로 연석(宴席)에 있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네.”

차동영의 학력및 경력:▴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중어중문학과▴서강대학교 대학원 중국어과▴삼성 배우기 최고가상품 개발▴DMZ종주상품 및 태권도방한관광상품 개발▴CITM(중국국제여유대전)한국관 최우수관 선정 및 수상

*편집자주:본지는 저자의 양해를 받아 ‘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 중에서 술과 직접 관련이 있는 대표시를 연제한다. 삽화및 관련 사진은 밥북사가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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