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brandy is not cognac, but all cognac is brandy
흔히 ‘꼬냑’으로 불리며 고급술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 ‘코냑(Cognac)’. 사실 이를 맛본 사람은 흔치 않다. 꽤 고가(高價)이고 접할 기회조차 마땅찮기 때문이다. 굳이 마셔보고 싶지 않다면 권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한 번쯤은…’이란 생각이 앞선다면 기회가 전혀 없진 않다. 요즘 같은 때는 온라인이 판을 치는 세상이니 관련 동호회나 카페 등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허나, 미리 알고 덤비는 것과 그렇지 않음의 차이는 당연히 존재한다. 집에 온전히 보관해 둔 코냑을 한 모금 마실 준비가 됐다면, 혹은 몇 번의 클릭으로 코냑 동호회에 가입했다면, 지금부터 소개하는 ‘코냑 서머리(summary)’ 한 편 죽 읽고 실행에 옮김이 좋을 듯싶다.
코냑을 알기 위해선 먼저 브랜디(Brandy)를 알아야 한다.
브랜디는 연금술 실험 과정 중 생긴 증류주의 일종이다. 13세기경 프랑스에서 의사이자 연금술사였던 아노드 빌르뇌브(Arnaud Villeneuve)가 이를 ‘아쿠아 비타(Aqua Vitae․생명의 물)’라고 불렀다. 처음에는 약용(藥用)으로 사용했다가 점점 술로 인식됐고, 오늘날 브랜디로 발전했다. 16세기경 프랑스 코냑 지방에선 우수한 품질의 아쿠아 비타가 생산됐다. 이것을 네덜란드인이 수입하면서 ‘브란데웨인(Brantjwyn․태운 포도주)’이라고 불렀고, 이를 영국인들은 ‘브랜디’로 부르게 됐다.
브랜디는 쉽게 말해 포도, 사과, 버찌 등 과실의 원료를 발효, 증류해 만든 술이다. 자연 원료가 되는 각 과실의 이름을 따서 포도 브랜디, 사과 브랜디, 버찌 브랜디, 자두 브랜디로 나눈다. 그러나 보통 브랜디, 하면 포도 브랜디를 뜻한다. 이 포도 브랜디는 유럽 각 지역에서 생산된다.
맥주를 증류시킨 것이 위스키라면, 브랜디는 와인을 증류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와인이 생산되는 곳이면 어디서나 브랜디를 만들 수 있다. 보통 코냑 1ℓ를 만들기 위해선 7ℓ의 와인이 필요하다. 때문에 코냑을 만들려면 많은 양의 와인과 넓은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와인의 알코올 함량이 10~13도 사이라면 대개 브랜디는 40도 이상이다. 와인과 마찬가지로 브랜디 역시 프랑스의 명주로 인정받고 있다.
브랜디는 주로 식사를 다 마치고 난 후의 식후주로 마신다. 보통 한 잔 정도 마신다.
브랜디 글라스는 와인과 같은 튤립 모양이지만, 입구가 더 좁고 배도 더 부른 형태다. 이는 고귀한 향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글라스 안에서 서서히 휘감아 돌도록 하게끔 만든 때문이다. 마실 때는 두 손으로 글라스를 감싸듯이 잡고, 충분히 향을 느낀 뒤 조심스럽게 입에 넣고 굴리듯 한다.
코냑은 프랑스 코냑 지방에서 만드는 브랜디를 말한다. 쉽게 말해 코냑은 브랜디의 한 종류다.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방에서 생산되는 발포성 와인만 ‘샴페인’이라고 불러야 하듯, 프랑스 코냑 지방에서 생산되는 브랜디만 코냑이라고 부른다. 흔히 브랜디라는 이름보다 코냑이라는 이름이 더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All Brandy is not Cognac, but all Cognac is Brandy’(모든 브랜디가 코냑은 아니지만, 코냑은 모두 브랜디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프랑스의 브랜디는 주로 코냑 지방이 명산지로 알려져 있지만 아르마냑(Armagnac) 지방의 브랜디도 품질이 우수하다. 노르망디(Normandie) 지방에서 생산되는 사과주의 증류주인 ‘칼바도스(Calvados)’가 유명하며, 스위스와 독일에선 버찌의 증류주인 ‘키르쉬바서(Kirschwasser․프랑스는 Kirsch)’도 생산된다.
코냑은 1630년경 우연히 만들어졌다. 당시 코냑 지방에서도 와인이 생산됐지만 신맛이 무척 강해 인기가 없었다. 이와 때를 같이해 와인에 대한 세금 부과방식이 오크통을 기준으로 바뀌자 코냑 지방 사람들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와인을 증류하기 시작했다. 이 덕분에 용량은 6분의 1로 줄어들었고, 보관이 용이해졌으며, 오랜 항해기간 동안에도 변질되지 않아 네덜란드와 영국 상인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후 코냑의 명성은 전 세계로 퍼졌다.
코냑에 사용되는 포도품종은 ‘위니 블랑(Uni Blanc)’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코냑은 백포도주를 증류시켜 새 오크통에서 숙성시킨다. 오크통은 코냑의 맛을 부드럽게 해주며 바닐라 향과 타닌(tannin) 등을 가져다준다. 어느 정도 숙성됐을 땐 타닌 맛이 너무 강하지 않도록 여러 번 오크통으로 옮겨 천천히 숙성을 계속 시킨다.
코냑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코냑 지방 사무국의 규정에 따라 최소 1년 이상의 숙성기간을 거쳐야 한다. 코냑의 상표에 별 3개는 2년 반 이상 숙성된 코냑을 가리킨다. 보통 라벨에 크게 쓰여 있는 V.S.O.P(Very Superior Old Pale)는 4년 반 이상, X.O(Extra Old)는 6년 이상 숙성된 코냑이란 듯이다.
코냑은 헤네시(Hennessy), 까뮤(Camus), 레미마틴(Remy Martin), 마르텔(Martell), 오타르(Otard), 꾸르부와제(Courvoisier), 고티에르(Gautier) 등이 유명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코냑 지방은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Bordeaux)시에서 북쪽으로 100㎞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이곳의 포도밭은 10만㏊ 정도다. 1860년대 프랑스의 지질학자가 토양 샘플을 채취해, 이 토양에서 생산되는 브랜디를 테스트한 결과, 석회질 토양일수록 좋은 브랜디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토질에 따라 6개 지역으로 나누고, 1935년부터는 원산지통제명칭(A.O.C.)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했다. 이에 따라 코냑의 생산지역은 크게 6곳으로 나눈다.
먼저, 코냑시 바로 남쪽에 위치한 그랑드 샹파뉴(Grande Champagne) 지역은 1만3000㏊의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브랜디는 묵직하고 강렬하다. 지명만 샹파뉴일 뿐 발포성 와인인 샴페인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퍼티트 샹파뉴(Petite Champagne) 지역의 브랜디는 가볍고 은은해 숙성도 빨리 되는 편이다. 그랑드 샹파뉴 지역과 이 지역의 브랜디를 섞으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코냑시 북동쪽에 위치한 보르더리(Borderies) 지역은 전체 코냑 생산량의 5% 정도를 차지한다. 이 지역의 브랜디는 향이 풍부하고 숙성이 빠르며, 토양의 특성 때문에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팡 부와(Fins Bois) 지역은 앞서 소개한 세 지역을 둘러싸고 있다. 4만㏊의 포도밭이 있고, 전체 코냑 생산량의 40%를 차지한다. 맛이 경쾌하고 빨리 숙성돼, V.S.O.P. 코냑 중에서 숙성기간이 짧은 것은 이 지역의 것을 많이 섞는다. 이 네 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봉 부와(Bons Bois) 지역의 브랜디는 풍미가 약해 고급으로 사용하지 않고 주로 블렌딩용으로 사용한다. 부와 오르디네르(Bois Ordinaires) 지역의 브랜디도 주로 블렌딩용으로 사용한다.
브랜디의 숨겨진 보물, 알마냑
브랜디를 말할 때 코냑에 이어 알마냑(Armagnac)도 빼놓을 수 없다.
알마냑의 산지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남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사실, 이 지방의 브랜디 제조 역사는 코냑 지방보다 훨씬 더 오래됐다. 브랜디 제조는 15세기부터 있었지만 500년 동안 거의 수출하지 않았을 뿐이다.
코냑 지방의 토양은 석회질이지만 알마냑은 모래땅으로 이뤄져 있다. 온화한 코냑 지방과 달리 겨울이면 피레네 산맥에서 찬바람이 불고, 여름에는 남부의 강렬한 태양이 비춘다. 당연히 재배하는 포도품종도 모래땅에 적합한 바코(baco)다. 석회질 토양에는 코냑과 마찬가지로 유니블랑(Ugni Blanc)을 심는다.
알마냑은 증류를 한 번만 한다. 대신 증류기는 알마냑 특유의 반연속식 타입으로 5~8개의 단식 증류장치를 한꺼번에 연결시켜 놓은 형태다. 코냑이 70% 정도의 알코올 농도로 증류되는 데 비해 알마냑은 50~70%의 농도로 증류된다.
알마냑의 생산지역은 크게 3지역으로 나눈다. 먼저, 바 샤르마냑(Bas Armagnac) 지역은 가장 고급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브랜디는 ‘바 샤르마냑’이라고 자랑스럽게 표기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은 그냥 알마냑이라고만 표시한다. 오타르마냑(Haut Armagnac) 지역은 알마냑에서 가장 넓은 지역이다. 토양은 석회질. 테나레즈(Tenareze)와 오타르마냑의 브랜디는 주로 블렌딩해 알마냑이라는 명칭으로 팔린다. 테나레즈 지역은 바 샤르마냑과 오타르마냑의 중간 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생산되는 브랜디도 역시 중간적인 성질을 갖고 있다.
국립알마냑사무국에선 코냑과 마찬가지로 숙성기간에 대한 관리를 한다. 9, 10월에 증류를 시작해 나온 술은 ‘콩트(Compte) 00’, 다음 해 4월 30일 공식적인 증류가 끝나면 ‘콩트 0’이 된다. 매년 4월 1일 브랜디는 나이가 하나씩 추가되는데, 최소 ‘콩트 1’ 이상만 판매가 가능하다. 그마저도 병입해서 팔진 못하고 오크통 단위로 판매해야 한다. 쓰리스타(★★★)는 ‘콩트 2’, V.S.O.P.는 ‘콩트 4’, 오르다쥬(Hors D’Age)나 나폴레옹, 엑스트라급 등은 모두 ‘콩트 5’ 이상이어야 한다.
알마냑 중에선 샤보(Chabot), 샤또 드 로바드(Chateau de Laubade), 몽 루쥬(Mont Rouge), 마르키 드 비브락(Marquis de Vibrac) 등이 유명하다.
코냑만큼 값진 경험, 시가
시가(Cigar)는 고급 바나 레스토랑 같은 사교성 장소에서 잘 어울린다.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후 좋은 브랜디 한 잔으로 마무리할 때, 시가와의 조우(遭遇)는 매우 특별하다. 시가의 진한 향과 코냑은 특히 잘 어울린다. 알려진 것으로도 코냑과 싱글몰트 위스키, 스카치위스키 등이 좋은 매칭을 이룬다고 한다.
모두 아는 얘기이겠지만, 시가는 연기를 빨아들일 때 깊숙이 들이마시지 않는다. 그 맛을 느낄 수도 없고, 무엇보다 목으로 연기를 넘기는 그 순간부터 적잖은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입에 머금은 연기는 일부 들이마시고 나머지 대부분의 연기는 자연스럽게 뱉어내는 게 일반적인 흡연법이다. 물론, 얼마큼 들이마시고 뱉는 데는 일정한 양이 없다. 전적으로 피우는 사람의 취향에 맞게, 또는 일반 담배를 즐기는 강도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경우에 따라선 순한 종류의 시가는 일반 담배와 똑같이 거의 전부 들이 마실 때도 있다. 시가는 연기에서 풍기는 독특한 맛과 향을 음미하면 그 뿐이다.
시가는 입에 무는 쪽에 링처럼 감겨있는 종이가 있다. 이를 ‘밴드(band)’라고 한다. 이것은 원래 시가의 캡(cap) 부분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했는데, 지금은 대부분 시가 제조업체의 상표를 나타내기 위한 용도로 쓰인다. 이 밴드를 붙인 상태로 피울 것인지 아닌지는 전적으로 당사자의 취향에 따르면 된다. 그러나 유럽 사람들은 밴드를 반드시 떼어낸 후 피우는 것을 예의로 생각한다. 밴드가 둘러져 있는 그대로 시가를 피우면 값비싼 시가를 피우며 과시한다고 생각하거나 천박한 행동이라고 믿는 까닭이다. 반면, 미국사람들은 대부분 밴드가 둘러져 있는 그대로 피운다.
시가를 피우기 위해서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끝부분을 잘라내는 일이다. 이럴 땐 시가 전용 양날 커터로 잘라내는 게 좋다. 얼마큼 잘라내야 하는가 역시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다. 보통은 끝부분부터 약 2㎜ 정도 고르게 잘라낸다. 그러나 잘라낼 때 시가 바깥 쪽 껍질부분인 래퍼(wrapper)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깨끗하게 잘려지지 않으면 오랜 시간 물고 피울 때 래퍼가 점점 뜯겨나가 보기 흉하게 변하고, 여러 종류로 형성된 필러(filler․시가 내부를 채우고 있는 담뱃잎)로부터 고르게 연기가 빨리지 않아 제맛이 나지 않는다.
시가에 불을 붙일 때는 일반 권련과 그 방식이 다르다. 시가 끝의 모든 면에 골고루 점화가 되도록 하려면 꽤 오랜 시간 불을 피워야 한다. 성냥이나 지포(Zippo)라이터 같은 경우는 황이나 기름 냄새가 시가에 베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
시가의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한 대를 다 피우려면 1시간 정도 소요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피우는 게 좋다. 일단 불을 붙인 시가는 되도록 끝까지 다 피우도록 한다. 일부러 불을 끄고 다음 날 다시 피우면 맛이 현저히 떨어짐을 느낄 수 있다. 중간에 빠는 것을 멈추고 몇 분간 재떨이 위에 놓아두면 불은 다시 꺼진다.
시가를 피우는 사람들에게 일반 담배처럼 불을 붙여주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 예외적으로 여성이 가느다란 시가를 피울 때 남성이 불을 붙여줄 순 있어도, 그것이 아니라면 애연가 스스로 불을 붙이는 게 원칙이다. 이는 시가에 불을 붙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시가를 즐기는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시가를 피울 때는 불이 꺼지지 않는 시간 내에서 천천히 피우는 게 좋다. 보통 1분에 1회 정도면 충분하다. 빨고 있지 않을 때는 입에 물고 있는 것보다 손으로 잡고 있는 편이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 손으로 잡고 있을 때도 담배처럼 손가락 사이에 끼울 게 아니라 반드시 엄지와 검지를 사용해 손바닥 안쪽으로 잡도록 한다. 시가를 문 채 음시을 씹거나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도 올바른 예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