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음주문화와 알코올정책(完)

주류산업과 정책이야기(43)

이스라엘의 음주문화와 알코올정책(完)

조성기(아우르연구소 대표/경제학박사)

 

1990년에 이스라엘에 사는 이슬람출신 청소년을 상대로 한 역학조사가 있었는데 주목할 만한 결과들이 제법 나왔다. 아랍에 사는 이슬람여성들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랍인과 이슬람인들이 함께 사는 마을에서는 여성의 1%가 맥주를, 3%가 와인을, 2%가 증류주를 마시고 있었다.

이슬람교가 술을 금하고 있지만 남학생들은 통상 술을 마신다. 이슬람의 남학생은 각각 18%가 맥주를, 10%가 와인을, 14%가 증류주를 마시고 있다. 이슬람의 청소년들은 아버지대보다 더 많이 마시고 있다. 그러니 이 지역에서도 술 소비가 늘 수밖에 없다. 마을 별로 나누어 보면 아랍인 거주지가 가장 술을 많이 마시고, 그 다음이 이슬람, 그 다음이 아랍인과 유태인의 공동거주지 순이다. 대체로 성별로 보거나 연령대별로 보거나 인종별로 보더라도 술 소비가 전반적으로 늘고 있음이 확인된다.

이 조사는 큰 의미를 가진다. 사람들은 통상 이슬람인들이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그들의 종교 때문이다. 그러한 생각을 이제는 바꿀 수밖에 없다.

이슬람사회에서 술은 남성성이나 권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슬람사회에서 여성음주는 크게 통제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사회에서 학생들의 음주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유태인 사회와의 접촉이 그 원인이라고 해석하게 된다. 또한 남성들이 술꾼이 되기 시작하는 데에는 유태인들과의 군대생활이 중요한 여지를 제공했다. 현대화와 세계화도 한 몫 했다.

이스라엘인들의 생활방식이 이슬람인들의 생활방식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스라엘에 사는 유태인들과 이슬람인들의 생활습관은 이제 비슷해졌다. 술 마시는 행동도 습관도 물론 비슷해졌다. 아랍인 마을이나 이슬람교도들의 거주지에서도 음주는 개방된 지 오래다. 유태인들과 함께 사는 마을의 이슬람 남성이 술을 많이 마시게 된 것이 처음에는 놀랄 일이었지만 이제 쉽게 예상가능한 일이 되었다.

물론 아직 많은 이슬람교도들이 자신들의 전통을 잘 지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디아스포라 기간 중에 유태인들과 지금의 유태인들을 비교해 보면 계율에 대한 반응도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이 아닌가 싶다. 상황이 바뀌면 이슬람인들도 변화해 가고 말 것이다. 그 징후는 벌써 분명히 관찰되는 사실이다. 이스라엘의 신도 이슬람의 신도 술에게 자리를 많이 내주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아랍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아랍인(عرب )을 통상 이슬람과 혼동을 하므로 설명이 필요하다. 아랍인은 주로 서남아시아와 북아프리카에 거주하는 셈족 계통의 사람이다. 이들은 아랍어를 모어로 사용하며, 90% 이상이 무슬림이고, 5~6%는 기독교 신자다. 가톨릭 교도도 있다. 이스라엘의 치료센터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인종이 회교도들이라는 것이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는 결국 종교인들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의 인내상황이 바뀌면 결국 금주의 계율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자료를 찾아볼수록 “이스라엘 대부분의 장소, 인종,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알코올 남용자와 의존 자들이 늘어난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이러한 현상이 어디서나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성스러운 이스라엘에는 술 문제가 없거나 줄어들고 있겠지!”라는 우리들의 예상은 여지없이 깨어져 버렸다. 예루살렘에는 유태인, 이슬람인, 기독교인 등이 한 도시에 모여 산다. 거주지는 차이가 있지만 한 도시에 멀지 않은 곳에 모여살고 있는 것이다. 그곳에서 인식과 행동이 동화되어 간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이제 술 문제에 관한 한 교육과 종교를 넘어 강력한 제도적 규범만이 그 해결책일 것이라고 선지자들이 논할 때가 되었다.

다시 희망을 이야기 해보자. 이스라엘에서 알코올 남용을 위한 1차 예방 프로그램이 시작된 해는 1984년이다. 우리나라의 제 5공화국 시절이고, 우리는 사실 그런 생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우리도 오히려 군부정권의 강력한 통제 속에서 술만이 해결대안이라고들 마셔대던 시대였을 수 있다.

이스라엘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러 학문의 이론과 기술을 사용한 ‘알코올과 주취’에 대해 다루는 프로그램이 실행되었다. 평가 작업을 거쳐 1986년에 교육부가 직접 보급에 나섰다. 지금도 그 프로그램은 이스라엘의 청소년 예방교육의 중심에 있는 중요한 결과물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에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대학생 음주예방 프로그램이 민간전문가들에 의해 개발되었지만 대학생 리더 양성프로그램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부 사장되었다. 그 조차도 본래의 의도와 달리 실행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달랐다. 꾸준히 예방사업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우리와는 아주 다르다.

교사교육과 상담자교육이 상당수 대학교와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중점은 역시 고등학생들에게 과음을 예방하기 위한 지식, 가치, 기술 등을 가르치는 데 두어졌다. 특히 술 문제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키부츠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이 개발된 것은 1986년이었다. 고위험 군에 대해 특별히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도 개발되었는데 교육의 중점은 개인과 사회의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데 두었다. 그 전통을 이어받으면 희망이 살아날 것이다.

이스라엘의 음주문제 예방활동의 전위대는 정부가 지원하는 민간기구인 ‘이스라엘 알코올문제예방 학회(The Israel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Alcoholism)”이다. 일찍이 1976년에 청소년과 부모들에게 예방정보를 담은 팸플릿과 리플레들 배포했다. 혈중알코올농도에 관한 내용을 알리는 운전자 카드, 포스터, 스티커 등을 제작했고 긴급시 연락이 가능한 핫라인 서비스를 시민들에게 제공했다.

최근 이주해온 이주자들을 위해 러시아어와 암하릭어로 된 예방자료를 제작하였다. 암하릭어를 사용한 이유는 에티오피아에서 온 검은 유대인들 가족을 위한 것이다. 1991년 세계의 이목이 텔아비브 공항에 쏠렸다. 에티오피아에서 긴급 대피한 ‘검은 유대인’들의 도착 때문이다. ‘잃어버린 단(Dan) 지파, 3,700여년, 솔로몬과 시바 여왕이 낳은 아들의 후손이 2,900여년 만에 귀향을 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도 꾸준히 에티오피아의 유대인들이 귀환한다. 그들이 암하릭어를 쓰는 것이다. 1984년 에티오피아에 기근이 들었을 때, 검은 유대인 8,000여명을 구해냈고, 1985년 수단의 내전시 494명을 항공편으로 빼냈다.

그렇게 다양한 대상에 대해 신경을 써 가면서 예방활동을 전개했고, 국회는 알코올을 규제하기 위한 일을 시작하였다. 전문가와 부모들을 훈련하기 위한 활동도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이스라엘도 경제적인 문제 때문인지 예방사업의 효과성에 대한 논란 때문인지 예방사업을 위해 재원을 투여하는 데에는 한계를 보였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지역사회 중심의 예방활동은 그다지 활발하지 않았다.

키부츠를 중심으로 한 모델이 제안되었는데 학생들을 중심으로 관련된 부모, 교사, 기타 키부츠의 구성원들이 참여하며 규제를 변화시키거나 대안문화를 제시하는 프로그램들이었다.

이스라엘의 음주문제 예방활동은 학교와 민간기구들의 활동, 지역사회의 프로젝트들, 규제, 법적인 강제조항 들을 통해 음주에 대한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 주된 일들이다. 일반적인 서구 모델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아직 이스라엘에 특별한 이벤트 규제, 취객에 대한 규제도 없고, 검사 장소도 없다. 특정 날에 대한 음주규제도 없다. 주세는 모든 주종에 대해 있지만 스폰서십 규제도 없다. 외부 음주장소에서의 음주 규제, 술집 수 등에 대한 특별한 규제가 없었지만 뒤늦게라도 생겼다.

2016년의 자료를 찾아보더라도 아직 국가적인 문제 모니터링시스템이 없다. 혈중알코올 농도 규제는 음주운전규제가 0.05, 청년과 전문 직종은 0.01이다. 광고나 경고표시 문구 규제도 있지만 강하지 않다.

이스라엘의 매스컴이 시민들에게 영향력이 있는 것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예방기관들은 비용이 비싸다는 사실을 이유로 매스컴을 통한 예방홍보사업은 꿈도 못 꾼다는 입장이다. 그러니 TV와 신문, 잡지에서 수입주류 광고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1988년에 이스라엘과 호주, 미국과의 비교연구가 있었다. 어떤 예방모델이 가장 효과적인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것이었는데 역시 TV가 가장 효과적이었고 신문과 잡지가 두 번째였다는 결론이었다.

가족이 학생들의 음주에 대한 태도와 행동을 형성하는데 중요하다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한 일이다. 유태인은 종교적인 행사에서 술을 취급하고 어린 시절부터 그러한 것을 반복적으로 보고 자란다. 또한 청소년 들은 어른들에게서도 술을 배운다. 어른들이 서구의 음주문화를 받아들이는 것 또한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제 술은 이스라엘에서 의례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을 주는 물질이 되었다. 이스라엘의 후예들이 역시 그러한 음주문화를 갖게 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 되었음이 확인된다.

그렇다하더라도 음주에 대한 이스라엘인들의 기본 입장은 유태교의 규범과 전통을 따라 취하는 행위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인들은 근본적으로 술을 적당하게 마시는 것에 동의한다. 금주라기보다는 적당히 절제하면서 책임을 질 수 있는 수준까지는 마셔도 된다는 것이다. 결코 이스라엘인들은 술을 마시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다른 활동을 할 때 술을 동반시켜 마시는 그러한 행동규약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게 옳다.

이스라엘 사회는 전통적으로 음주에 대해 허용 적이다. 무엇보다 예수님께서도 카나의 결혼식에서 술을 제조하시고 동료들과 드신 일을 기억한다.

누차 밝힌 바대로 청소년 음주인구가 늘고 있고 음주문제는 커져가고 있지만 과음에 대한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스라엘인들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기지의 사실이다. 정부당국자, 교육자, 학교의 책임자들, 교사, 부모들은 음주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홍보활동과 교육의 필요성을 계속 주창하고 있다. 제대로 못하더라도 희망의 불씨는 분명히 살아있다.

법적인 장치나 예방수단을 충분히 제도화하여 문제를 줄이는데 충분할 정도로 성과를 이루지는 못하고 있고 전통적인 규범도 이스라엘 청년들의 술잔을 뺏기에 힘이 충분치 못하다. 늘어만 가는 음주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이스라엘인들이 가야할 길은 멀고 험하다. 모든 정황을 볼 때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과거의 예방사업 성공경험, 치료의 선도적 대응, 종교적 신념의 꾸준한 작동, 게다가 논의 중인 제도적 노력이 성사되기를 기대해 보자.

하나님의 나라 이스라엘이 귀감이 되어 금주가 아닌 ‘적당하고 현명한 음주’ 관습이 온 누리에 펼쳐질 그날을 기다리는 이들이 너무나 많지 않을까.<完>

조성기

(趙聖基, Surnggie Cho, PhD. of Economics. MPH.)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

원주한살림, 이사장

살림농산, 대표이사

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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