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자주’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박록담의 복원전통주스토리텔링 96번 째 이야기

녹파주와 닮은 술 두 가지

‘녹자주’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우리의 전통 술 빚는 법 가운데 술 빚는 일을 두 번에 걸쳐 행하는 것을 이 양법(二釀法)이라고 하고, 거기서 얻은 술을 2양주(二釀酒)라고 한다. 전통의 술빚기에서 이와 같이 두 번의 술 빚는 일 가운데 먼저 빚는 술을 ‘밑술’이라고 하고, 나중에 하는 술을 ‘덧술’이라고 하는데, 중요한 것은 먼저 빚는 밑술이다. 이 밑술이 얼마나 잘되고 못 되느냐에 따라 덧술의 성패와 완성주의 주질이 결정된다. 따라서 밑술을 빚는 작업 과정이나 목적을 완전히 숙지하고 있어야만 한다.

<金承旨宅廚方文>에 수록된 ‘녹자주’는 추측하건데 ‘녹파주(綠波酒)’처럼 술 빛깔과 관련이 있는 주품임이 분명하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술빛이 냉수 같으니라.”고 언급한 내용에서 막연하게나마 ‘녹자주’의 의미를 살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굳이 한문표기로 옮긴다면, “보다 엷은 바닷물과 같은 푸른색을 띤다.”는 뜻을 담은 ‘녹자주(綠姿酒)’로 해석되지 않을까 여겨진다.

그런 의미에서도 <金承旨宅廚方文>에 수록된 ‘녹자주’는 밑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술이라고 할 수 있다. 술 빚는 방문을 보면, 물에 씻어 불린 멥쌀 1되를 가루로 빻아 물 2되와 합하고 죽을 쑨 다음, 죽이 차갑게 식으면 섭누룩가루 1되와 섞어 밑술을 빚는다고 하였다.

이상의 과정에서 보면, 일반 이 양주(二釀酒)의 제조과정과 비교했을 때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도 이 술의 빛깔은 “술빛이 냉수 같으니라.”고 하였으므로, 그 해답은 밑술에 사용되는 섭누룩과 덧술의 술 빚는 방문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통의 술 빚는 법에 있어, 덧술을 할 때 쌀(고두밥)과 함께 누룩이 사용되면 반드시 물도 함께 쓰이는 것으로 되어있다.

하지만 <金承旨宅廚方文>에 수록된 ‘녹자주’의 술 빚기에 사용되는 물의 양은 멥쌀로 죽을 쑬 때 사용되는 1되와 덧술을 빚을 때 사용되는 끓여서 식힌 물이 있는데, 그 양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지 않다. 그것도 “끓여 가루누룩 한 줌이나 쳐서 타 하면 좋으니라.”고 하여, 덧술의 물은 넣어도 되고 넣지 않아도 무관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金承旨宅廚方文>에 수록된 ‘녹자주’의 덧술에 사용되는 끓는 물의 양과 술 색깔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하여 수차례 ‘녹자주’를 빚어 본 결과, “술빛이 냉수 같으니라.”고 한 언급은, 끓여서 식힌 물의 양과 섭누룩의 사용 비율에 따른 결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차례의 양조실습 결과 덧술에 사용되는 양조용수의 양은 5~6되가 좋은 것으로 여겨졌으며, “술빛이 냉수 같으니라.”고 하는 주방문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만약, 덧술의 수곡(물 누룩)을 사용하지 않고 빚었을 경우, 술 빛깔은 보다 푸르스름한 빛깔과 함께 매우 달짝지근한 진미가 강한 술이 되고, 덧술의 수곡을 사용하게 되면 “보다 엷은 바닷물과 같은 푸른색을 띤다.”는 것이다.

<金承旨宅廚方文>에 수록된 ‘녹자주’에 사용되는 섭누룩은 여느 누룩에 비해 푸른곰팡이가 많이 피어있고, 누룩으로서 당화력은 뛰어나지만 발효능력은 조곡이나 백곡에 비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덧술에 누룩을 더 넣게 된 것이 ‘녹자주’의 덧술 방문인데, 결과적으로 누룩 양이 많이 투입된 결과를 낳게 되어 술 빛깔이 푸른색을 띠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술 빛깔을 더욱 밝게 하는 방법은 밑술의 누룩찌꺼기를 제거하는 방법이 이용되어 왔다.

술을 자주 빚어 본 경험자라면 다 아는 바와 같이 술은 누룩의 누룩곰팡이 색을 띠게 되어있다. ‘녹자주’가 진한 감미와 함께 연한 푸른빛을 띠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술빚기는 자칫 술에서 누룩곰팡이 냄새가 심하게 나는, 이취(異臭)가 강한 술이 될 수 있고, 취향에 예민한 주당들에게는 기피되는 까닭에 법제를 오랫동안 행하여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는 방법을 추구해 왔다.

그리고 그러한 방편의 하나로 밑술을 체에 걸러 누룩찌꺼기를 제거함으로써, 술 빛깔을 밝고 맑게 하고자 노력해왔던 것이다.

◈ 녹자주방문 <金承旨宅廚方文>

◇ 술 재료 ▴밑술:멥쌀 1되, 섭누룩 1되, (끓는) 물 1되

▴덧술:찹쌀 1말, 누룩 한줌, (끓는) 물 (5~6되)

◇ 술 빚는 법 ▴밑술:①멥쌀 1되를 쓸어(깨끗하게 도정하여)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놓는다.②쌀 되던 되로 물 1되를 계량하여 쌀과 합하고, 팔팔 끓여서 죽을 쑨 다음, (찬물에 담가)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③차갑게 식힌 죽에 섭누룩 1되를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④술독에 밑술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3일간 발효시킨다.

▴덧술:①찹쌀 1말을 쓸어(깨끗하게 도정하여)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는다.②고두밥이 익었으면, 시루에서 퍼내고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③밑술을 체에 걸러 (누룩찌꺼기를 제거한 후) 막걸리를 만든다.④물 (5~6되)을 끓여서 식혔다가, 누룩 한줌 정도를 풀어 수곡을 만들어 놓는다.⑤고두밥에 밑술 거른 막걸리와 수곡을 한데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⑥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친 뒤, 예의 방법대로 하여 10일간 발효시킨다.

* 방문 말미에 “지에가 많이 익고, (술독을) 실내에 두되 덥도 차도 아니하게 하여야 그릇되지 아니하고, 이 법을(으로) 하면 술빛이 냉수 같으니라.”고 하였다. 따라서 이 방문에서 보듯, 밑술을 걸러 덧술을 하면 술 빛깔이 밝고 맑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녹타주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한글 붓글씨 필사본의 <음식방문>은 최근에 발굴된 문헌으로, 기존의 한문 표제의 <飮食方文>과는 다른 문헌임이 밝혀졌다.

오히려 <閨閤叢書>에 수록된 내용과 일치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음식방문과 함께 17종의 주방문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녹타주’를 비롯하여 ‘션표향법’, ‘감졀주’는 매우 생경한 주품명으로 다가온다.

<음식방문>에 ‘녹타쥬법’ 주방문은 “미 일두 세작말야 물 세발의 죽 쑤어 국말 한되 진말 셔되 버무여 항의 너허다 삼일 후의 졈미 일두 세야 당거다 익게  셔를게 식켜 밋과 셕거 너허 온을 맛초와 열잇틀 만의  쓰라.”고 하였다.

먼저, ‘녹타주’는 주품명에서 ‘녹파주’의 오기일 것으로 생각되었다. 따라서 다른 문헌의 ‘녹파주’와 유사하여 주방문과의 유사성을 찾고자 하였으나, 주방문에서 공통점을 찾지 못하였다.

특히 <음식방문>의 ‘녹타쥬법’은 덧술의 쌀 양이 밑술의 2배이고, 밑술에 사용되는 밀가루의 양이 누룩의 양보다 매우 많다는 점에서, 주품명과 함께 주방문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음식방문>의 ‘녹타쥬법’과 가장 유사한 주방문을 ‘녹파주’에서 찾았는데, <봉접요람>을 비롯하여 <山家要錄>, <需雲雜方>, <是議全書>, <양주방>, <曆酒方文>, <禹飮諸方>, <酒方>의 ‘녹파주’ 주방문이 ‘녹타주’와 가장 가까웠다.

<봉접요람>을 비롯하여 <양주방>, <禹飮諸方> 등의 ‘녹파주’와 <음식방문>에 수록된 ‘녹타주’의 차이점은, ‘녹타주’가 쌀 2말에 대하여 누룩의 양이 1되, 밀가루 3되로서, 특히 밀가루의 양은 누룩양의 3배에 달하는데 비하여, ‘녹파주’는 밑술에 사용되는 누룩과 밀가루의 양은 각각 1되와 7홉으로, 밀가루의 양이 누룩의 양보다 적게 사용된다는 공통점을 띠고 있어, ‘녹파주’와의 공통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환언하면 ‘녹타주’는 ‘녹파주가 아니면, 녹타주라는 주품명에 담긴 의미를 찾기가 어렵고, 특히 밀가루의 양을 많이 사용하게 된 배경이나 목적, 의도를 이해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한글 붓글씨본 <음식방문>에 수록된 주품에 따른 주방문의 한 가지 특징적인 사실은, ‘화향입주법’을 비롯하여 ‘숑졀주법’, ‘삼일쥬법’을 제외하고는 이미 널리 알려진 ‘두견쥬법’와 ‘쇼국주법’, ‘감홍(향)주법’, ‘숑슌주법’, ‘과하쥬법’, ‘삼오주법’에 이르기까지 다른 문헌과 동일한 주방문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비교적 생경한 ‘삼칠쥬법’이나 ‘화주법’은 말할 것도 없고, 한글본 <음식방문>에만 수록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 ‘녹타주’를 비롯하여 ‘팔션주법’, ‘션표향법’, ‘쟘졀주법’에 대해서는 더 말을 해서 무엇하랴 싶다.

다만, 이미 수차례 다른 주품편에서 언급한 바 있거니와, <음식방문>은 <醞酒法>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가장 차별화된, 그리고 수록된 주품명과 그에 따른 주방문들을 근거로 살피자면, 특히 무엇보다 차별화를 시도했던 우리나라 사대부가의 양주수준과 가양주의 다양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로써 한글 붓글씨본 <음식방문>에 수록된 ‘녹타주’의 주방문에 따른 양주과정에 있어, 특기할 사항이나 크게 대두되는 문제점이 없고, 비교적 술을 빚는 과정도 쉽다는 점에서 구차스런 설명을 생략하므로 ‘녹파주’편을 참고하기 바란다.

◈ 녹타쥬법 <음식방문>

◇ 술 재료 ▴밑술:멥쌀 1말, 가루누룩 1되, 밀가루 3되, 끓는 물 3말

▴덧술:찹쌀 2말

◇ 술 빚는 법 ▴밑술:①멥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뺀 후) 작말한다(가루로 빻는다).②솥에 물 3말을 끓이다가 쌀가루를 고루 풀어 넣고, 주걱으로 저어가면서 팔팔 끓는 죽을 쑨다.③죽을 퍼서 넓은 그릇 여러 개에 나눠 담고,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④죽에 누룩가루 1되와 밀가루 3되를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⑤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3일간 발효시킨다.

▴덧술:①찹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말갛게 헹궈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②고두밥이 익었으면 시루에서 퍼내고, 고루 펼쳐서 싸늘하게 식기를 기다린다.③고두밥에 밑술을 한데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④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날씨가 차고 더운 것을 맞춰가면서 12일간 발효시켜 익었으면 채주하여 사용한다.

* 매우 생경한 주품명으로 느껴진다. 주품명에서 다른 문헌의 ‘녹파주’와 유사하여 주방문의 유사성을 찾고자 하였으나, 덧술의 쌀 양이 밑술과 동량이고 밑술에 사용되는 밀가루의 양이 매우 많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기가 힘들었다.

박록담은

*현재: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전통주 관련 저서:<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 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시집:<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 고만 싶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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