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수명이 80세?

데스크칼럼

적정 수명이 80세?

변호사라면 보통 사람보다도 공부도 많이 했을 테고 예의범절도 올바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범부만도 못한 말을 내 뱉고도 얼굴처들고 다니는 꼴을 보니 세상이 참 하수상하다.

나이 먹어 가는 것이 죄를 짓는 것도 아니련만 정철승(51) 변호사란 사람이 한 말 때문에 오래 산 사람들이 마치 죄를 짓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측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다는 정철승 변호사가 김형석(101) 연세대 명예교수가 최근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은 데 대해 “이래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 것”이라고 비난했다.

들을수록 해괘하다.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니 세상 어디에서도 들어 보지 못한 말이 아닌가. 정 변호사의 가족에 대한 자료가 없어서 그런데 만약에 정 변호사 부모가 살아 계시다면 정 변호사의 나이에 비추어 얼추 80은 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부모 면전에서도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한번 해보시지.

사회에서 추앙받고 있는 원로학자에게 이런 불손한 말을 하고도 내심 꺼리 김이 없다면 참으로 대단한 변호사다.

문제의 발단은 최근 정 변호사가 페이스 북을 통해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김 명예교수 기사를 링크한 뒤 “어째서 지난 100년 동안 멀쩡한 정신으로 안 하던 짓을 탁해진 후에 시작하는 것인지. 노화현상이라면 딱한 일”이라고 했다.

김형석 명예교수는 최근 일본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언론 압박을 비판하면서 공산주의 체제의 북한·중국처럼 “가족들 사이에서도 진실을 말할 수 없게 되면서 진실과 정의, 인간애가 사라지게 된다”고 했다. 대일 정책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항일 운동을 하듯이 애국자로 존경받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했다.

또 변호사는 “김 명예교수는 이승만 정권 때부터 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60여 년 동안 정권의 반민주, 반인권을 비판한 적이 없었는데 100세를 넘긴 근래부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들을 작심하고 하고 있다고 한다”며 “이 무슨 1945년 8월 16일부터 독립운동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나는 늘 적정한 수명에 대해 관심이 많다. 고대 로마의 귀족 남성들은 자신이 더 이상 공동체에 보탬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되면 스스로 곡기를 끊어 생을 마쳤는데 그것을 존엄을 지키는 죽음, 즉 존엄사(Dignity Death)라고 불렀다. 그 나이가 대략 70대 중반이었다고 한다. 요즘 나는 약 80세 정도가 그런 한도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글을 올렸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정철승 변호사를 향해 “곡기를 끊어야 할 나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 북에 정 변호사의 ‘적정한 수명’ 관련 발언이 담긴 기사 내용 일부를 발췌해 올리며 “적정한 수명이야 각자 다르겠지만 정 변호사는 벌써 존엄하게 곡기를 끊어야 할 나이에 도달한 듯”이라고 했다. 정 변호사가 이날 페이스 북을 통해 올린 글을 인용해 비꼰 것이다.

이 같은 정 변호사의 비판에 대해 김형석 명예교수의 둘째 딸로 알려진 A 씨는 정철승 변호사에게 “인신공격은 말아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써 공개했다.

A씨는 “나이 일흔이 넘은 볼품없는 대한민국의 한 할머니”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아버지는 이북에서 할머님과 두 명의 삼촌, 고모 한 분을 모시고 남하해 흙집을 지어 20여 명의 식구를 데리고 사셨다”며 “아버지는 김일성도 만났을 뿐 아니라 인간으로 살 수 없는, 자유가 없는 나라가 북한이라는 생각이 뼛속 깊이 박혀 있으신 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 정권을 지나오며 저는 봤다. 형사들이 퇴근하는 아버지를 연행해간 것은 한두 번 겪은 일이 아니다. 어떤 때는 삼 일 만에 집에 오신 적도 있다”며 “정권에 불리한 강연을 하신 탓”이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가) ‘그 나이가 되도록 조용하다가 늙어서…’라고 운운한 것은 잘못 안 것”이라는 얘기다.

나이 50을 넘었으면 지천명(知天命)을 알만한 나이 아닌가.

공자(孔子)가 나이 쉰에 천명(天命), 곧 하늘의 명령을 알았다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천명을 안다’는 것은 하늘의 뜻을 알아 그에 순응하거나, 하늘이 만물에 부여한 최선의 원리를 안다는 뜻이다.

정 변호사가 지천명을 알만한 나이에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 것”이라고 비난한 것은 정 변호사는 오래살고 싶지가 않은 것인지 세월가면 늙어지는 하늘의 이치를 모르고 한말인지 모르겠다.

나이든 늙은이들 모두는 젊어 봤다. 당신은 늙어봤나.

<교통정보신문·삶과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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