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음주문화 만들어보자
김원하의 취중진담
술을 가리켜 ‘백약지장(百藥之長)’이라고 하고 ‘패가망신지근원(敗家亡身之根源)’이라고도 한다. 술은 그만큼 마시는 사람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는, 극과극의 양면성을 지닌 특별한 음료다. 그래서 일찍이 그리스의 철학자 아나카리시스는 “술 한 잔은 건강을 위하여, 두 잔은 즐거움을 위하여, 석 잔은 방종을 위하여, 넉 잔은 광란을 위하여 마시는 것”이라고 갈파했다. 이런 특성을 지닌 술을 잘 다스리기 위해 우리나라는 오래 전 ‘향음주례(鄕飮酒禮)’를 만들어 조상들의 술 마시는 예절이 무척 훌륭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좋은 예절은 사라지고 추잡하기 짝이 없는 취객들의 작태만 목격되고 있으니 한심할 뿐이다. 〈삶과술〉은 이 같은 작태를 근절시켜 건전한 음주문화를 만들어보겠다는 신념으로 태동한 술 전문 신문이다.
요즘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어린이 성폭력이나 살인 등을 저지른 범인들 상당수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니, 이런 사람들에게 있어 술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요 독약인 것이다.
세종대왕도 술을 삼가라는 ‘계주문(戒酒文)’을 팔도에 공포하면서 “신라는 포석정에서 망하고, 백제는 낙화암에서 멸했다”고 했다. 불경의 법화경(法華經)에도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고, 취기가 돌면 술이 술을 마시고, 마침내 술이 사람을 마신다.”고 지나친 술 마심을 경계하고 있다.
유태종 박사도 일찍이 “술은 비와 같다. 진흙 속에 내리면 진흙을 더 더럽게 하나 옥토에 내리면 그 곳에 꽃을 피게 한다.”고 했다.
이는 어느 술이고 주성분은 알코올 즉, 주정(酒精)인데 精이 정신(精神)의 정과 같은 것처럼 영어, 불어, 독어에서도 주정을 표현하는 말이 스피릿․에스피리․가이스트 등으로 모두 정신이란 말로 되어 있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술은 사람에게 신비로운 존재인 것이다.
술은 우리 일상에서 부드러운 윤기를 내는 특수 음료이다. 단순히 물은 세상 사람들을 분리시키지만 술은 그들을 융합시킨다. 때로는 술로 인해 아름다운 예술이 탄생하기도 한다.
고어에 ‘전의고주(典衣沽酒)’란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옛사람들도 돈이 없을 때는 옷을 전당잡히고 술을 마셨던 모양이다. 그래서 술꾼들은 “날씨야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 사먹지”라며 술집 앞을 떠날 줄 모르는 모양이다.
처음 통성명(通姓名)한 사이라도 술잔이 오가면 금세 형 동생하며 친해질 수 있는 것은 술이 가지고 있는 순기능 때문이다. 뿐인가 낭만이 깃들인 술잔이오가다 보면 근심 걱정은 바람결에 날려 보내고 하루를 즐겁게 마감할 수 있는 고마운 술이 있어 인생은 살만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사회에서는 술의 순 기능면보다는 역 기능면이 지나치게 강조되다보니 술이 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경제가 어렵다 보니 주류업계도 덩달아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런 때에 주류업계에서도 사회에 봉사하는 미담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삶과술〉이 창간된 지는 오래되었으나 그동안 발행을 접어 두었다가 복간 호를 낸지 어언 1년이 되었다. 복간호가 발행되자 많은 분들로부터 격려와 따끔한 질책을 받아왔다. 술 관련 신문이 전무한 상태에서 전문신문을 제작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건전한 음주문화를 만들어보겠다는 신념으로 갖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복간 1년을 맞는 감회는 남다르다.
특히, 지난 1일을 기해 ‘술라이프닷컴’(www.soollife.com)이 문을 열게 된 것 또한 기쁘다. 시작은 비록 초라하지만 우리의 꿈은 창대하다. 언젠가 이 사이트가 전 세계 주류업계의 허브가 될 날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애독자 여러분의 꾸준한 지도편달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