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win’in in the ‘술그리다’

音酒동행

Blowin’in in the ‘술그리다’

문 경 훈 교사(지혜학교)

 

소심, 유약, 우유부단, 내성적, 모두 내가 나를 바라볼 때 떠오르는 수식어들이다. 지금에야 후천적 노력으로 많이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순진을 넘어 바보 같을 정도, 그야말로 호구의 전형이었다.

지금도 남의 부탁을 거절할 때나 싫은 소리를 할 때면 속에서 심장이 쿵쿵대는 통에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연인관계를 비롯해서 사람은 원래 나랑 다른 사람에게 끌리는 게 본능이라고 한다.

나랑 유전적으로 비슷한 형제자매에겐 학을 뗀다거나, 내가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은 사실 나랑 비슷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거나 하는 일들이 그 말을 입증해준다. 그러니까 ’우린 참 비슷해서 잘 만나는 거 같아‘라고 말하는 연인들은 사실 유전적으로는 거의 반대에 가까워서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오죽하면 god는 ‘반대가 끌리는 이유’라는 노래도 불렀을까. 여하튼 그런 이유로 나랑 달리 강하고, 확고하고, 주관이 뚜렷한 사람들을 나는 멋지다고 생각하고 또 좋아한다. 그래서 사심을 가득 담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이 중에는 지금까지 좋은 연을 이어오고 있는 사람도 있고, 일면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있지만 공통적으로 모두 멋있는 사람들이다.

김지윤 사장님의 ‘술그리다’, 술은 백날 설명 듣기보다 직접 마셔봐야 알 수 있다는 사장님의 굳은 신념으로, 술을 주문하기 전에 시음을 해볼 수 있다. 아지트이자 놀이터, 광주에 내려오고 가장 그리운 곳이다.

먼저 ‘술그리다’의 김지윤 사장님. 합정역 8번 출구 쪽에서 조금 걸어가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찾을 수 있는 보석 같은 주점 ‘술그리다’의 오너이다. 주당들 사이에서는 이미 이름이 많이 알려진 곳으로 사람들이 지금처럼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았을 때부터 꾸준히 우리 술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곳이다.

우연보다 운명을 믿는다는 사장님의 철학이 100퍼센트 반영된 ‘술그리다’는 때론 전통주 체험의 장이면서 학술 모임의 장이 되기도 하고 또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놀이터이자 조용히 술 마시고 싶은 사람들의 아지트가 되기도 한다.

가장 매력적인 점은 혼자 가도 외롭지 않은 곳이라는 점이다. 사장님을 비롯하여 주점에 놀러온 다른 손님들과 합석해서 이 술, 저 술 마시다보면 술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고, ‘술그리다’에 취하게 된다.

사장님은 내가 아는 한 그 누구보다 전통주를 사랑하고 진심으로 전통주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또 실행하는 사람이다. 세상에 돈보다 소중한 것이 있음을 알고 있는 멋진 어른이다. 지금도 자신의 가치관과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여러 사업들을 기획 중이신 걸로 알고 있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이나 직업, 신분, 벌이를 초월해서 늘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정말 본받고 싶다. 사장님과의 소중한 연 덕에 배운 것도 받은 것도 많아 늘 감사할 따름이다.

장인 정신이 필요한 직업의 특성일 수도 있겠지만 술 빚는 이들 중에도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홍천의 조미담 선생님을 빼놓을 수 없다. 적극적인 마케팅과 홍보를 통해 이름난 전통주가 많지만 조미담 선생님의 술들은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져 있다.

조미담 선생님의 송화주, 연엽주, 미담석탄주. 연엽주의 산미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송화주를 제일 좋아한다. 가격대는 좀 있지만 전통주를 좋아한다면 꼭 마셔봐야 할 술이다.

그러나 조미담 선생님의 연엽주나 송화주를 한 번이라도 마셔 본다면 이 술들이 왜 그리 극찬을 받는지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술은 빚는 사람을 닮아간다더니 직접 뵌 미담 선생님은 그 술맛처럼 꼿꼿하셨으며 장인의 아우라를 지니고 계셨다. 신념이 확고하셨지만 술 앞에선 한없이 겸손하고 또 적당한 타협이 없으셨다. 그리고 돈보다 술을, 술보다도 술을 마시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분이셨다.

음악인들 중에서는 어떨까. 물론 대부분의 뮤지션들이 강한 아우라를 내뿜지만 이 순간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밥 딜런(Bob dylan)이다. 2016년 당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지명된 밥 딜런은 수상자로 선정된 자체가 혁명적이었지만, 정작 본인은 선약이 있어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결국 받았지만-세간에서 역시 밥 딜런이라는 평을 자아냈다.

그리고 내한 공연 당시 관객들에게 어떠한 말도 없이 2시간 가까이 정말 노래만 부르고 퇴장한 이야기는 밥 딜런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일화다. 대중 음악가수로서는 최초의 노벨무학상 수상자, 포크의 전설, 노랫말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시인, 저항과 반전의 상징 모두 밥 딜런을 일컫는 말들이다.

그러나 딜런은 절대 과거에 안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통기타 대신 일렉기타를 들어 계란세례를 받으면서도 포크락을 시도했던 인물이며, 79세의 나이에 신보를 발표한 현재진행형의 뮤지션이다. 고전문학은 누구나 대단하다고 칭송하지만 누구도 읽지 않는다 했던가. 사실 부끄럽지만 40장 가까이 되는 밥 딜런의 앨범을 전부 들어보지는 못 했다. 영어를 못 하니 가사만 듣고 훌륭함을 느끼기 어렵고, 딜런의 가창력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몇 곡 추천하자면 김광석이 불러 유명해진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의 원곡 ‘Don’t think twice it’ all right’, 이연실이 부른 ‘소낙비’의 원곡인 ‘A hard rain’s a gonna fall’, 역시 트윈폴리오가 번안 곡으로 발표했으며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blowin’ in the wind’, 말이 필요 없는 불후의 명곡 ‘like a rollingstone’, 역시 전설의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가 리메이크한 ‘All along the watchtower’, 21세기 최고의 디바 중 하나인 아델이 리메이크해서 유명해진 ‘Make you fell my love’ 등이 꼭 들어볼 딜런의 명곡들이다. 앨범으로는 ‘blowin’in the wind’ 등이 수록된 2집 ‘The Freewheelin’ bob dylan’, ‘like a rollingstone’이 수록된 6집 ‘highway 61 revisited’, ‘make you feel my love’가 수록된 30집 ‘Time out of mind’,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앨범이지만 26집 ‘oh mercy’처럼 락킹한 앨범 등이 모두 꼭 들어보길 권하는 앨범들이다.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처럼 언젠가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혹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일까? 모르겠다. 그저 부지런히 닮아갈 뿐이고 다 떠나서 그냥 함께하는 시간들이 좋을 뿐이다. 어쨌든 우리 모두가 밥 딜런처럼 전설도, 한 분야의 장인도 되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그들의 작품을 즐기는 것만큼은 마음껏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음에 ‘술그리다’에 놀러 가면 연엽주를 마시고 ‘blowin’in the wind’를 들어야겠다. 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을 테니까.

◇ 필자 문경훈

문경훈

▴1990년 출생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 졸업▴한국전통주연구소 가양주반 수료

▴한국가양주연구소 전통주소믈리에 자격 취득 ▴한국가양주연구소 명인반 수료▴(현) 지혜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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