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양조장
서울에서 작은 양조장 차리기(3)
최우택 대표 (전통주양조장 ‘같이’)
음식점에서 밥을 먹을 때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대표적인 의문이 있다.
“왜 같은 메뉴라도 점심에 먹는 것이 저녁에 먹는 것보다 싼 것인가?”
초밥이나 프렌치 같이 구성이 다른 코스가 아닌 점심에 백반으로 먹는 메뉴를 저녁에 안주로 먹으면 비싸지는 이유를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회전율, 순환율에 있기 때문이다.
보통 점심식사는 10~20분정도의 시간이 소요돼서 한 시간에 몇 팀의 손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박리로 다매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것이다. 반면 저녁 같은 경우 손님의 식사 시간이 길기 때문에 저절로 음식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양조장도 이러한 공식이 적용될 것일까?
답부터 말하면 “yes”이다.
물론 양조장의 경우 손님이 와서 식사 시간에 따라 생기는 회전율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10~20분의 점심식사 2~3시간의 저녁시간과는 비교되지 않는 회전율이 존재한다.
쌀에서 술까지 되는 시간 말이다.
그렇다면 이 회전율이 왜 중요한 것인가. 바로 부동산 땅의 넓이랑 밀접하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한 달에 100병을 만들 수 있는 양조장 있다. 이 양조장은 최소 200병을 만들어 팔아야 손익분기점이 넘는다고 가정을 할 때, 이 양조장은 어떤 식 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
3가지의 경우를 잡을 수 있다.
첫째,가격이다. 가격을 2배로 받으면 생존 할 수 있다. (완판을 전제로)
둘째,시간이다. 보름에 100병씩 만들어 한 달에 200병을 채우면 된다. (맛이 유지된다는 전제)
셋째,용적률을 올리면 된다. 이 글의 핵심이다.
산업화 이전 엘리베이터가 발명 되기 전까지 수많은 인류들은 대도시에 밀접하게 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와 고층빌딩 기술이 발명되며 수직의 공간을 누릴 수 있으며 대도시의 인구문제가 상당 수 해결되었다.
넓은 공간에서 자동화, 반자동화 기계를 사용한 일반양조장에서는 굳이, 용적률을 올리는 쪽이 오히려 비효율적이지만, 태생자체가 좁은 공간에서 양조해야 하는 소규모 양조장은, 용적률을 올리는 쪽이 상당히 효율적인 행동이다.
대부분의 소규모 양조장들이 사진의 하단부의 110ℓ짜리 발효조만을 사용하지만 위에 까지 사용하는 순간 용적률을 3~4배 늘어나며 보관과 생산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또한 대형 용기보다 소형용기를 사용하며 횟수를 늘리면, 술이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의 감소나, 술의 회전율, 종류의 증가등 기타 다양한 장점 또한 다양하게 존재 할 수 있다.
110ℓ 발효 조를 이용해 한 탱크에 한 달에 80ℓ씩 출하 할 수 있는 양조장이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이 양조장에서 탱크를 4개를 사용해 매주 80ℓ씩 술을 출하 할 수 있다면 매주 375㎖ 유리병 200개를 출하 할 수 있는 샘이다. 즉 한 달에 4번 최대 4가지를 각각 200병을 만들 수 있는 것이 그 공장의 생산능력일 것이다.
반대로 110ℓ 발효 조를 넣을 수 있는 공간에 용적률을 올려 20ℓ 짜리 발효 조를 한 층에 3개씩 3층을 올렸다 가정을 해보자. (사진참조) 우선 발효조의 크기는 20×3×3으로 180ℓ로 바뀌고 20ℓ의 발효 조에 15ℓ(375㎖ x 40병)의 술이 나온다고 가정을 했을 때 최대 40병씩 9개의 제품이 나올 수 있다. 즉 한 달에 최대 1440개의 술을 만들 수 있는 생산능력이 생긴다.
이로 인해 얻는 장점은 단순히 생산능력의 확대뿐만 아니다.
110ℓ 발효 조를 사용 했을 때는 발효조가 한 개이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의 작업만 실행하면 된다. 반대로 말하면 전업양조장 치고는 일주일에 여백의 시간이 많이 발생한다. 생산업에서 투자할 수 있는 노동시간 역시 중요한 생산량의 요소이기 때문에 손실이 일어 날 수밖에 없다.
반대로 20ℓ 발효 조를 9개를 사용한다고 가정을 하면 일주일에 최대 9번의 양조가 가능해지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품종 소량시스템으로 운용하며 소비자의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한 개의 제품을 대형 발효 조를 이용해 한 달에 800개를 만들었을 때 완판이 된다면 타격이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제품이 계절적으로, 시기적으로 또는 비슷한 경쟁상품이 시장에 출시되어 제품의 수요가 줄어들었다면, 매출의 감소 할 것이다. 흔히들 경제학에서 말하는 분산투자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올라가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작은 발효 조를 이용해 ‘계란을 따로 담는’ 분산투자 정책으로 양조장을 운용하면 어떠한 결과가 발생할까.
전달에 인기가 많아진 술은 20ℓ 발효 조를 3~4개 더 할당하여 해당제품 생산량을 늘리면 되고 인기가 적어진 술은 반대로 줄이면 된다. 그리고 남는 발효 조는 계절에 적합한 한정판을 양조하여 기존의 제품 생산량을 서포터 해주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다.
구미의 유수 그래프트 맥주 양조장이 끝없이 한정판과 신상을 양조하는 이유도 같은 이유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하나의 상품의 수명이 지속적이라면 끝없는 마케팅과 영업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소규모 양조장은 그러기에는 많은 자본과 시간이 투자된다.
때문에 새로운 제품을 많이 출시해 본인의 회사와 상품의 수명을 연장해나간다. 한정판 산 김에 일반판도 같이 사갈수 있게 하는 방식 말이다. 일예로 유럽의 미켈러 같은 양조장은 출시된 술만 1000가지가 넘는다.
정리하자면 커다란 발효조대신 작은 발효 조 여러 개를 아파트처럼 중축하여 용적률을 올리면
사람의 몸은 약간 피곤하고, 일이 많아 질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생산량은 늘고, 분산투자 정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수요에 즉각적으로 대응 가능해지며, 제품수를 늘려 다양한 소비자 층 공략이 가능해진다. 술병에 술을 집어넣는 주입기나, 포장하는 기계인 포장기계는 어차피 고정적인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남은 공간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결국은 자신의 양조장의 부동산 크기와도 직결 된다는 것이다.
필자 최우택
▴전통주양조장 같이 대표 ▴2015 강릉단오제 대상 ▴2015~2020 한국전통주연구소 산하 공방운영▴건국대 와인양조학석사랑▴2020 주인선발대회 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