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작은 양조장 차리기(완)

우리 동네 양조장

서울에서 작은 양조장 차리기(완)

최우택 대표 (전통주양조장 ‘같이’)

부재료

사실 전통주 하면 기성양조장들이 쌀·물·누룩으로만 만든 지고의 극치인 것처럼 표현하고

가향주는 순곡주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취급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 일부 편협한 양조장과 양조인들의 시각이고, 우리나라 조상 분들도 가향주를 많이 담가 드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예로 규합총서에는 약 30여개의 술 이야기가 있는데, ‘술 먹기 좋은 날’ 이나 ‘술을 먹으면 안 되는 경우’ 같이 신변잡기적인 경우 5~6개의 경우를 생략하면 순수 레시피는 약 20여개가 남는다. 이중 절반이상이 가향주로 진달래, 도화, 송순, 연잎처럼 계절감을 나타내기 위한 술부터 개의 뼈처럼 보양의 목적으로 담가지는 가향주까지 그 쓰임과 방향성이 가지각생이다. 여기서부터 작은 양조장에서 나아가야 하는 방향의 단초가 있다.

즉, 계절감을 살리기 위해 부재료를 넣을지 아니면 보양의 목적으로 특수재료를 사용할지 이다. 하지만 술따지면서 건강 마케팅 하는 것만큼 (에탄올 자체가 1급 발암물질) 바보 같은 일이 없으니 제외하면, 결국 부재료 술은 계절감을 알리고 살리기 위한 방향 위주로 갈 수 있다.

또 다른 단적인 예로 도화주(복숭아 꽃)가 규합총서 외에도 수운잡방이나 고사촬요 등에 적혀있다는 것을 보면 과거 사람들이 매년 돌아오는 봄, 또는 떠나는 봄을 그리워하며 꽃을 술에 녹여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여기서 하나의 의문점이 생길 것이다.

① 계절감을 살리기 위해 그 계절에만 팔 것인가.

② 장기 숙성 냉동 보관 등을 통해 그 계절 외에도 팔 것인가이다

답부터 말하자면 ‘답은 없다’이다. 하지만 ②번은 지난번에 걸쳐 말한 “서울의 비싼 임대료”로 공간이 상대적으로 제약된 양조장에서는 선택하기 힘든 방향성이다. 하지만 걱정은 마라 세상은 바뀌었어도, 당신보다 더욱 더 좋은 시설과 능력을 가진 업자들이 좋은 부재료를 관리하고 보관하며 출하시켜 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재료는 4계절 수급이 가능해진다. 거기다 일부 재료는 원산지가 외국이기 때문에 수입되는 쪽이 월등한 품질을 자랑하는 부재료 또한 존재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일까?

바로 소비자한테 주어줄 대의와 명분이다. 사시사철 귤과 딸기 수박을 먹을 수 있는 시기가 있지만 겨울이 돼야 사람들은 귤과 딸기를 찾기 시작하고 여름이 돼야 수박을 찾기 시작한다.

즉 맛, 가격, 계절감이 주는 만족성 때문에 계절과일이 비교우위에서 다른 과일보다 위이기 때문에 사먹는 것이다. 생과조차도 이정도인데 생과를 넣어 만든 가공품인 술을 어떨까? 비교우위에서 한참 밀리는 것이 당연한 소리가 되는 것이다.

즉, 계절감을 살리고 싶으면 과감히 살려라, 비교우위가 있기 때문에 더 비싼 가격을 받아도 되고 계절감이 처지면 알아서 빠져라. 그러면 남은 계절은 다른 부재료를 사용하면 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제품을 제품으로 끝나지 않는 하나의 스토리 아래서 녹이면 된다.

즉, 브랜딩이 필요하고 스토리가 필요한 것이다. 본인 회사 제품역시 계절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제철과일을 잔뜩 넣은 ‘딜라이트’ 시리즈가 있는데 아주 잘 팔리는 제품임에도 해가 바뀌고 샤인머스킷 철이 끝나자 과감히 발행종료를 결정하고 겨울과일로 바꾸는 변화감을 주었다.

사실 과일이 태생적으로 수분 덩어리기 때문에 쉽게 물러지고 이로 인해, 재료수급의 여러 차질이 있기 때문이지 그렇다면 수분덩어리가 적은 부재료는 어찌할까? 다행하게도 수분만 적으면 품질의 차이 없이 사시사철 수급도 받고, 딱히 계절감이 있지만 계절감을 안 느끼면서 잘 먹는 부재료들이 잔뜩 있다.

국화는 가을꽃이고 쑥은 봄나물이지만 식품수준으로 너무 많이 침투를 해서 그것을 먹으며 계절감을 절실하게 느끼지는 않는다. 홍차나 허브처럼 태생적으로 계절감도 없으며 상하지도 않는 부재료 또한 존재한다.

그렇다면 계절감이 없기 때문에 다른 이미지로 이 부재료 시리즈의 스토리를 선택해야 한다.(사진1 연희시리즈) 그것이 지방의 스토리 기반으로 풀어낼지, 색감으로 풀어낼지 그건 생산자가 고민해야할 일이다.

즉, 식약청에서 넣지 말라는 재료를 제외하고서는, 어떤 재료를 넣을지 말지는 생산자 맘이다.

계절감을 살릴지 말지 역시 생산자 맘이다. 하지만 최소한 어떤 부재료를 넣을 때 부재료를 넣는 이유와 명분을 스토리라 브랜드로 풀어라. 그러면 소비자는 이해할 것이고 구매해줄 것이다.

필자 최우택

최우택

▴전통주양조장 같이 대표 ▴2015 강릉단오제 대상 ▴2015~2020 한국전통주연구소 산하 공방운영▴건국대 와인양조학석사랑▴2020 주인선발대회 금상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