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지만, 어떤 술 좋아하세요? “아! 네 예술이요”

즐거운 크리스마스 장식이 빛나고, 아름다운 캐럴 송이 기다려지는 겨울

『빈 술병』

실례지만,

어떤 술 좋아하세요? “아! 네 예술이요”

육정균 (시인/부동산학박사/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겸임교수)

 

반갑고 반가웠던 ‘코로나19와 함께’가 전 국민의 대부분이 백신을 맞았는데도 다시 확진 자가 7천명 대를 연일 넘어서 전문가들은 “연말 3만 명 확진될 수도”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또 백신을 맞아야 하고 수도권이나 비수도권이나 6명으로 사적모임이 제한되지만 그래도 연말이니 소모임으로 모일 수밖에 없고 만나면 약간의 술도 먹을 수밖에 없다.

그런 모임에선 문득 “무슨 술을 제일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이 있어 필자는 가벼운 농담도 어려운 식사 자리에선 그냥 “네 막걸리나 소주를 즐깁니다”하고 불편하지 않게 받았고, 친구들이나 농담을 해도 괜찮은 자리에선 “응 난 아름다운 여인의 ‘입술’을 좋아하지”하고 장난스런 답을 했지만 나이를 먹다보니 그도 할 만한 농담이 될 수 없고 술도 삼가는 지라 “네 ‘예술’을 제일 좋아합니다.”라고 형이상학적인 답을 하고 있다.

한해를 건강하고 멋지게 보낸 모든 분에게 바치는 감사의 꽃

이때 사람들은 “에이 여보시오 ‘예술’이 무슨 술이요? 말장난이 지나치오?”하고 정색을 할 수 있지만, 음식처럼 먹는 술은 매슬로우가 말한 인간의 욕구 중에서 가장 하위단계인 생리적 욕구 수준이므로 그보다 가장 높은 차원의 자기실현 욕구 수준의 척도인 문학, 음악, 미술 등의 ‘예술’은 가장 고차원의 술에 해당하므로 틀린 말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욕구는 무엇일까? 이런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에이브러햄 매슬로우(Abraham Maslow)는 1943년 인간 욕구에 관한 학설을 제안했다. 이른바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Maslow’s hierarchy of needs)’이다. 매슬로우의 이론에 의하면 사람은 누구나 다섯 가지 욕구를 가지고 태어나며, 이 다섯 가지 욕구에는 우선순위가 있어서 단계가 구분되는데, 칼 로저스(Carl Rogers)의 현상학과 같이 인본주의이론으로 유명하다.

매슬로우의 욕구 피라미드(1943)

첫 번째 단계는 생리적 욕구이다. 숨 쉬고, 먹고 마시고, 자고, 입는 등 우리 생활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이 포함된 단계이다. 사람이 하루 세끼 밥을 먹는 것, 때마다 화장실에 가는 것, 그리고 종족 번식 본능과 섹스 등이 이 단계에 해당한다.

두 번째 단계는 안전 욕구이다. 우리는 흔히 놀이동산에서 롤러코스터를 탈 때 “혹시 이 기구가 고장이 나서 내가 다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한다. 신체적, 감정적, 경제적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고 싶은 욕구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안정망도 중요하다.

세 번째 단계는 소속과 애정의 욕구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욕구, 어느 한 곳에 소속되고 싶은 욕구, 친구들과 교제하고 싶은 욕구, 가족을 이루고 싶은 정신적 안정 욕구이다.

네 번째 단계는 존경 욕구이다.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대통령 등 명예욕, 권력욕 등이 이 단계에 해당한다. 누군가로부터 높임을 받고 싶고, 주목과 인정을 받으려 하는 욕구이다. 그런데 존경 욕구 중에서 더 높은 욕구는 역량, 통달, 자신감, 독립심, 자유 같은 자존감이다.

다섯 번째 단계는 자아실현 욕구다. 매슬로우는 최고 수준의 욕구로 이것을 강조했다. 모든 단계들이 기본적으로 충족돼야만 이뤄질 수 있는 마지막 단계로 자기 발전을 이루고 자신의 잠재력을 창조적 경지나 이상향으로 끌어내어 극대화할 수 있는 단계라 주장했다.

사람은 가장 기초적인 욕구인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를 맨 먼저 채우려 하며, 이 욕구가 어느 정도 만족 되면 안전해지려는 욕구(safety needs)를, 안전 욕구가 어느 정도 만족 되면 사랑과 소속 욕구(love&belonging)를, 그리고 더 나아가 존경 욕구(esteem)와 마지막 욕구인 자아실현 욕구(self-actualization)를 차례대로 만족하려 한다는 것이다. 즉, 사람은 5가지 욕구를 만족하려 하되 우선순위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욕구부터 차례로 만족하려 한다는 것이다. 물론, 욕구의 퇴행, 각 단계 요구의 중첩 현상을 등한시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러한 인간 욕구 5단계는 경영학 등에서 두 가지 의미로 널리 사용된다. 하나는 인사 분야에서 승진이나 보너스, 주택 전세금 대출 등 사원들에게 동기부여를 위한 다양한 보상 방법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다른 하나는 마케팅 분야에서 소비자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단계별로 다른 마케팅 전략을 적용하는 데 사용한다. 예를 들면, 채소를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안전의 욕구를 중시할 때, ‘건강’에 기초한 마케팅 전략을 기획하여 고객의 욕구보다 더 높은 수준의 가치를 제공한다면, 고객 만족을 실현할 수 있는 지름길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은 인간이 무엇을 위해 사는가에 대한 답을 주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자문하게 만든다. 이 이론은 한계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리학, 마케팅, 정치학 등 많은 분야에서 널리 활용하고 있다. 요컨대 대통령은 국민의 생리적 욕구는 물론, 미처 만족할 수 없는 국민의 욕구를 끊임없이 추적해서 이를 만족시켜줄 행정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먹고 마시는 쾌락의 생리적 욕구나 출세를 위한 ‘처세술’과 ‘통치술’ 정도의 존경 욕구를 훌쩍 넘어선 자아실현 차원의 ‘예술’적 승화가 훨씬 더 멋지지 아니한가?

* 육정균 : 충남 당진 出生, 2000년 작가넷 공모시 당선,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詩), 2004년 개인시집 「아름다운 귀향」 출간, 2005년 현대인 신인상(小說), 부동산학박사, (전) 국토교통부(39년 근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부이사관) 전 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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