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大人의 음식이다

술은 大人의 음식이다

 

김원하의 취중진담

 

 

천하에 인간이 하는 일이 많건만 술 먹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그 다음에 어려운 일은 여색을 접하는 일이요, 그 다음이 벗을 사귀는 일이요, 그 다음이 학문하는 일이라 한다.
즉, 酒·色·友·學 이 네 가지는 군자가 힘써 修行 해야 하는 덕목이라는 것이 선인들의 가르침이다.
요즘 자고 일어나면 술 먹고 사고 친 이야기부터 성폭력 사건, 친구나 상사를 배신한 이야기 등 보기에 민망하고 듣기에 소름끼치는 사건이 판을 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하는 일들이 다반사다.

그런데 끔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근저에는 상당부분 술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어 술 한 잔 하기도 조심스러워 진다. 술김에 그랬다는 것이 사고를 저지른 이들의 변명이 많기 때문이다. 왜 술을 먹으면 곱게 먹지 못된 짓부터 하려드는가.
술 먹고 사고를 치는 것은 소인배(小人輩)들이나 하는 짓이다. 술을 먹음에 있어 그 즐거움만 알고 그 법도를 모르는 까닭에 그 취기의 운행을 절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술이란 속인이 먹으면 마물이요 도인이 마시면 천명(天命)을 뜻하는 神物이 된다고 했다. 사마천(司馬遷)이 지은 <사기(史記)>에도 “세인의 말씀에 술은 대인의 음식이라 소인은 먹으면 안 된다.”고 한 것은 술 잘 먹는 것이 그 만큼 어렵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공자도 말하기를 “술 먹고 취하지 않았을 때와 같이 행동하기 어렵다”고 할 만큼 술은 무인이 먹으면 강락(剛樂)을 얻고, 군자가 먹으면 淸樂을 얻고, 도인이 먹으면 仙樂을 얻는다고 했다. 그러나 소인배들이 먹으면 흥락에만 관심을 갖게 돼 화나고, 슬퍼하고, 생각에 조리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불교에는 도덕적인 생활의 기준이 되는 오계가 있다. 살생 하지 말라, 도둑질 하지 말라, 음행을 하지 말라, 거짓말을 하지 말라. 술을 마시지 말라.
다섯 번 째 계는 술을 아예 먹지 말라는 의미보다는 술 때문에 정신을 흐리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조선 시대의 고승 진묵대사(震黙大師)는 곡차(穀茶)를 말술로 드시고도 정신이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고 한다. 술을 미화해서 곡차라 하는 게 아니라 대사는 술에서 에너지만 취했지 자신을 뺏기지 않았기 때문에 곡차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중국사에서 우리말의 ‘양반’에 해당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大人이다. 대인은 小人에 대한 높임말이지만 사람의 도리를 하고 못함에 따라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눌 때 흔히 군자(君子)와 소인배(小人輩)로 구분하고 있다.

소인배의 공통점은 소양이 부족 해 자신의 행위의 공공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 채 파괴행위를 하는 경우가 있다. 조선시대의 성리학에서도 마음이 좁은 자를 소인배라 했다. 그러나 대인은 자신보다 앞선 자를 인정 할 줄 안다. 대인은 의견을 펼치지만 소인배는 뒤에서 궁시렁거리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주석에서 상사나 동료가 화장실에라도 가고 없을 때 저 친구가 어쩌고저쩌고 하며 자리에 없는 사람을 험담 하는 사람 대부분은 소인배라고 보면 된다. 이런 소인배들은 술이 취하면 동료나 상사에게 술김에 대드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예로부터 술을 음식으로 취급했고 현재에도 대인(對人)관계의 주요 방법이 술을 통한 것이 많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 비해 술이 보편화되어 구하기도 먹을 기회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아직 정신이 미숙한 어린 아이들이나 어른이라도 정신 상태가 허약하다거나 인격이 부족한 사람이 술을 먹고 탈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술이란 분명 위험하고 어려운 음식이다. 불도 위험한 것이지만 이것을 잘 사용함으로써 문명을 꽃피었던 것처럼 술도 조심스럽게 잘 다룸으로써 인간의 격이 높아지고 문화와 정신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음식이다.
한 방울의 물이라도 뱀이 마시면 독이 되지만 양이 마시면 좋은 영양분의 우유가 된다는 교훈을 술에서도 느껴야 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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