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감염병 시대정신에 맞는 술 산업정책(Ⅳ)

주류산업과 정책 이야기(32)

 

기후위기와 감염병 시대정신에 맞는 술 산업정책(Ⅳ)

 

 

조성기(趙聖基, Surnggie Cho, PhD. of Economics. MPH.)

 

원주한살림, 이사장
살림농산, 대표이사
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원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
한국할랄산업연구원, 공동원장

 

논의에 설득력을 추가하기 위해 정보를 더 모아 보자.

농식품당국과 기후에너지 당국은 함께 다시 살펴보자. 2012년과 2020년의 통계를 비교하자. 8년의 간격이다. 그동안 술의 원료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을까? 수입이 늘었다. 문제가 커진 것이다. 수입은 이동성을 늘리고, 술값을 낮춘다. 술값이 낮아져서 음주량이 늘어나면 과연 소비자 효용이 늘어난 것일까? 술은 다르다. 다른 재화와 달리 음주량이 늘면 건강이 나빠진다.

싼 술을 만들기 위해 멀리서 원료를 가져오면 밀림이 파괴된다. 농식품부의 정보로 주류제조 맥아의 100%가 수입 원료이고, 희석식 소주의 49.9%가 수입 원료인 주정이다. 자본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음인데 술에 관한한 그래서는 안 된다.

우리가 지금 마시는 주도주는 싼 원료를 사용해서 가격이 최대한 낮춘 희석식소주와 맥주다. 전통주가 늘고 있지만 전체 주류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그 중 에너지 절감형으로 ‘지역원료를 사용하는 전통주’는 또 그 일부에 불과하다.

주류시장은 희석식 소주 및 맥주의 출고금액 비중이 전체의 87.1%(2018년 기준)다. 희석식 소주 시장은 상위 5개 업체가 89.7%를, 맥주 시장은 상위 3개 업체가 99.3%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과점시장이다.

지역원료를 사용한 술이 포함된 2019년 탁주시장 규모는 출고금액 기준 약 4,429억 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탁주 시장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감소하다가 2018년에 다소 증가한 후 2019년에 다시 하락했다. 2019년 전체 주류 출고액은 8조 9,413억원. 탁주는 4,430억원 정도다.

그중 전통주로 조사된 술의 매출은 531억원(0.59%) 뿐이다.

이 숫자들이 의미하는 내용은 우리나라 술이 “대부분 수입 원료로 제조도고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인 즉 우리 술들이 “환경을 해치는 방식으로 제조한 원료”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가급적 싼 원료를 수입해서 제조하는 방식은 ‘발효 후 증류’를 하니 술의 품질에는 이상이 없다는 생각을 가능하게 했다. 과거에는 그것이 분명히 “원료생산성의 향상”이었다.

시대가 바뀌었다. 싼 원료는 건강유해 농약, 제초제 등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크고, 그를 재배할 산림이 파괴되고, 그 결과 원료 생산 농지를 과다하게 늘리게 되었다. 그 같은 생산방식을 버려야 할 때가 이미 왔고, 앞으로 더 그렇게 늘려야 지구환경이 보존가능하다는 것이다.

숫자를 더 관찰하면 탁주의 경우 수입원료 비율이 쌀 66.5%, 밀 96.3%이고 전체 69.9%다. 청주는 42.9%, 약주 6.1%가 수입 원료다. 대중적 탁주는 수입 원료가 대부분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희석식 소주는 ‘49.9%가 수입원료’인 주정이다. 주정의 원료인 카사바나 타피오카가 열대림을 파괴해서 제조량을 늘리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8년 전에는 희석식소주의 수입원료 비중이 49.0%였다. 그 새 1%포인트 정도가 늘었다. 맥주의 주원료 맥아는 100%가 수입 원료다. 전분도 100%, 호프도 100% 수입이다. 합쳐 보면 맥주 원료 중 88.4%가 수입원료다. 8년 전에는 맥주의 전체원료 중 91.0%가 수입이었다. 맥주 수입원료는 그새 9% 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 주류생산 전체를 보자. 수입원료 비중을 품목별로 보면 쌀 58.5%, 밀 96.3%. 호프 100%. 맥아 99.7%. 전분 100%이다. 전체로 보면. 수입의 합이 68.4%였다.

과거에도 정책당국은 꾸준히 맞든 틀리든 그때그때 판단한 시대정신에 맞춰 정책기조를 변화시켜왔다.

해방 이후 1965년에 시행된 양곡대상 술 정책은 모자라는 원료사용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었다. 6.25사변 이후 1960년대가 되어도 식량사정이 여전히 나아지지 않자 정부가 쌀 술 제조를 금지하고 쌀 막걸리 제조사들을 시장에서 퇴출시켰다. 그 이후에는 품질규제, 면허 및 시설규제 등을 통해 생산과 유통을 통제했다.

 

그 때 싼 주정을 수입해서 소주, 주정산업이 술 산업을 주도하는 불균형 왜곡발전이 되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싼 원료를 찾아 이동하는 반 환경적여정이 시작된 것이었다. “싸고 좋은 술을 잘 마시고 왜 지금에 와서 딴소리인가?”하고 불만을 말할 수 있지만 시대가 바뀌면 정책방향도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1988년 올림픽이후 술 시장이 글로벌화 되었다. 수입주류가 증가하고 주류소비량도 크게 늘었다. 전 세계의 술들이 자유롭게 이동하기 시작되었다. 소비량증가로 인한 건강문제가 불거지자 건강정책이 쟁점이 되었다.

바이러스가 오기 전에 전 세계의 술들과 수입원료가 문제를 안고 찾아온 것이었다. 그때는 이 정도로 심각한 일이 발생할 것인지를 예측하지 못했다 다만 알코올의 과다 섭취로 인한 국민건강 위해성을 줄여야 한다는 정책이 중요해졌었다.

 

국민건강증진법과 함께 술 건강정책이 구체화 된 것이 1995년 9월이다. 기재부 산하의 국세청은 술로 인한 건강폐해를 줄이기 위해 주류산업도 나서야 한다고 행정지도를 했다. 그 결과 1997년 주류산업의 ‘주류소비자보호사업’이 시작된다. 같은 해 7월에 청소년보호법이 통과되면서 청소년의 음주피해문제가 세간의 관심사로 등장하게 된다. 주류정책의 관심사가 음주건강과 청소년보호 등 소비분야로 확대된 것이다.

그 후 21세기에 접어들어 규제완화와 시장경쟁 위주의 정책이 꽃피었다. 글로벌 자본이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해 가면서 한국으로 진출했다. 맥주사 2개 중 하나를 해외자본이 차지했다. 병마개제조사도 진입이 허용되어 수가 늘고 전통주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되었다. 제조와 도매 등의 시설규제와 면허규제 완화문제도 함께 제기되었다. 이 규제완화 과제들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21세기 최우선 순위에 놓아야 할 정책 사안이 바로 환경문제가 되었다. 먼저 주류 공병재사용과 주류제조 쓰레기처리 문제가 불거졌다. 2006년경의 일이었다. 주류산업도 소주와 맥주를 중심으로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해 ‘공병공동사용’을 2009년 추진하였다. 재사용 횟수 증가를 위해 관련단체도 결성이 되고 공병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공병보증금 인상도 추진되었다. 이 공동병 사용약속이 2019년경에 깨지기 시작하고 있어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환경단체의 표적이 되고 있다.

 

공병이 낳는 환경 문제는 공병 공동사용으로 줄기 시작했지만 그 당시는 원료의 이동문제까지는 생각지 못했었다. 이제 원료의 이동성이 낳는 폐해에 관심을 추가해야할 때가 되었다.

정부가 개입해야 할 일이다. 시장에만 맡겨서는 주도주가 변하지 않을 수 있고 변해도 매우 시간이 많이 걸릴 일이다. 인식변화 만으로 주도주를 바꿔내는 일은 쉽지 않다.

시장의 실패에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국산 원료사용 제조주에 주세 0세율을 부과하고 유리병 공동사용을 유도 하며, 유리병 포장을 한술을 적당히 마시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마신 술병은 친환경적으로 재사용하도록 하는데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주세는 이제 그 비용에 쓰는 것이 맞을 것이다. 기획재정부, 국세청, 환경부, 농식품부, 보건복지부 등이 함께 나서야 할 것이다.

 

주류정책당국의 주력은 지난 40년간 국세청이었다. 하지만 주류정책이 다양화 되자 정책당국도 다각화 되었다. 국세청은 주세로 부터 주류산업의 합리화, 품질관리, 유통질서 문제 등 다양한 과제를 통괄관리 했었다. 행정당국의 다각화로 농식품부와 식약처가 해당관청으로 등장했다. 이제는 기재부 ‘기후에너지세과’가 콘트롤타워가 되면 될 것이다. 소관처는 지금과 달라질 필요가 없다. 다만 더 명시적으로 그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들의 선처도 관건이다. 싼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이 소비자효용의 증대가 아니다. 지역원료를 사용한 술을 적당가격으로 적당량 마셔야 한다. 주류산업체들도 소위 ESG 경영에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 포장상자를 재생용지로 교체, 운반, 소비과정의 환경 경영과 사회적 책임 이행 등이 관건이다. 물 관리, 자매농업 활성화도 관심가질 일이다. 유기농 원료와 후계 청년 농부 양성 지원, 탄소 배출량 감축계획도 필요하다. 공장에서 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 설치도 중요하다.

 

캔, 페트병 등 용기도 체계적 재활용하고 분리 배출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넘어 진정한 ESG경영은 원료를 국산화에서 시작할 것이다. 그래서 땅을 살려야 한다. 고기와 커피 만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맥주의 원료를 수출하는 호주가 토양의 오염도나 농작물 생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대기오염(Air Pollution)’ 부문에서는 평가 대상 180개 나라 중 125위를 기록,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선진국이란 다양하고 복잡한 체계를 갖추고 더 이상 발전할 곳이 없는 수준 높은 국가다. 술이 많은 나라도 아니고 술을 통해 돈을 많이 버는 나라도 술산업의 진흥을 목표로 뛰는 나라가 아니다. 손을 맞잡고 머리를 고도로 작동시켜 선진국의 술을 주도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지금 선진국 한국은 과연 술정책도 선진국일까?” 답은 “아니다.”이다. 술 정책의 수립을 위해 시대정신을 읽고 방향성을 잡아하 한다. 정리하자. 전환의 시대에 맞는 술 과세 정책은 “국산 지역원료를 사용하는 술”에 “0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술정책은 농업과 식량문제의 해결, 한식문화와의 연계, 포장재 혁신 등을 포함하는 환경사회문화 경영과 연결되어야 맞다.

조금은 복잡하더라도 방향이 그래야 선진국이다. 정부, 산업, 소비자가 함께 나서야 한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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