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은 시한폭탄이다

 

김원하의 취중진담

 

음주운전은 시한폭탄이다

 

 

추석이나 설에 술이 빠질 수 없다. 차례를 지낼 때는 물론이고 모처럼 만난 동기간(同氣間) 이나 친지(親知)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것은 오랜 풍습이기 때문이다.

차례를 지내면서 술을 올리는 것은 조상님들과 교신하기 위한 것이요, 오랜만에 만난 동기간이나 친지들과 술잔을 나누는 것은 그동안 쌓아두었던 회포(懷抱)를 풀기 위함이다.

이처럼 인간사회에서 술이란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없어서는 안 될 음식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술이란 다른 음식과는 달리 먹으면 먹을수록 취하는 것으로 자칫 자신의 주량을 넘기면 실수를 하거나 몸이 망가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술은 적당한 때 적당히 마시면 팍팍한 사회에 윤활유가 되지만 때도 없이 퍼 마시면 독이 되는 것이다.

아마 금년 들어 술로 인해 본인은 물론이요 나라망신을 시킨 윤창중 사태야 말로 두고두고 후회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이 같은 사태를 보고 많은 공직자들 가운데서는 금주를 선언했다는 후문도 들리고 있다.

윤 씨 사태 이후 청와대엔 “반주(飯酒) 외에 따로 술집에서 2차를 하는 일은 자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한다. 주당들이야 죽을 맛이겠지만 술로 인해 더는 나라망신을 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된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런데 반주도 지나치면 취한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올 추석연휴에도 경찰들은 특별 방범 활동과 교통관리 단속을 하느라 쉬지도 못하고 비상근무를 하느라 고생이 많았는데 일부 몰지각한 경찰관은 음주운전을 하다가 동료들한테 적발당하는 일이 벌어져 옥에 티가 되었다.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는 당부를 하고 있는 경찰이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채근담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지기추상 대인추풍(持己秋霜待人春風)’ 즉, 스스로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상대방에게는 봄바람처럼 대하라는 말이다. 공직자들 특히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경찰관은 물론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새겨두어야 할 만한 말이다.

이번에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충북지방경찰청 모 경찰서 소속 이모(34) 경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0.137%였다고 한다.

또 18일 성남수정경찰서 모 파출소 소속 이모(55) 경위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주민과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은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로 불구속 입건됐는데 이 경위의 혈중알코올농도 역시 0.158%로 만취 상태였다고 한다.

술을 과음하게 되면 쓸데없는 배짱이 생기고 사리판단이 흐려져 경찰관의 신분을 잊고 핸들을 잡게 된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김기선 새누리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3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단속된 사람은 전국에서 1만9천845명으로 집계됐다니 큰일이다. 이는 상습 음주 운전자에 대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선심 쓰느라 음주전과를 없애준 것과도 무관치 않다고 본다.

자료에 의하면 3회 적발이 1만4천29명, 4회 4천274명, 5회 1천145명이었으며 6회 이상 적발된 사람도 397명이나 됐다고 한다. 이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이들은 자기 생명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도 앗아갈 수 있는 준 범법자들이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강력한 단속도 중요하지만 예방차원의 대책마련도 시급하다. 예컨대 운전자가 술을 마셔서 알코올농도수치가 일정이상 올라갔을 경우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던가 하는 대책이다. 비용은 들겠지만 사람목숨을 건질 수 있다면 해볼 만한 것 아닌가.

중국 송나라의 학자 소옹(邵雍)이 읊은 시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좋은 술 마시고 은근히 취한 뒤(美酒飮敎微醉後)/ 예쁜 꽃 보노라, 반쯤만 피었을 때(好花看到半開時)’ 라는 말을 주당들이 알아둔다면 음주운전을 하겠다는 배짱은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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