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食品이다
이대형 연구원의 우리술 바로보기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개발과 농식품 가공팀)
주류 안전관리업무, 지난해 국세청서 식약청으로 이관
올해 말까지 주류제조업체 대상의 위생상태 지도․점검
이번 기회에 많은 양조장서 위생의식 전환 이뤄졌으면
지난 2010년 6월 1일 국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 간에 중요한 MOU(양해각서)가 체결됐다. ‘주류의 모든 안전관리에 대한 업무를 식약청으로 이관키로 한다’는 내용이다. 주류 안전관리 업무가 45년 만에 국세청에서 식약청으로 이관된 것이다. 이 MOU에 따라 국세청은 주류 세원관리와 함께 주류 제조·유통 관리 등의 업무에 집중하고, 식약청은 주류의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이에 따라 주류도 식품위생법상 식품의 범주에 포함시켜 법령규정에 보다 충실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식약청은 MOU 이후 많은 주류 생산업체들을 방문하고 실태파악을 했다. 그 결과 주류업체의 문제점을 크게 4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과학적 관리 시급.(주류 안전관리체계 수립을 위한 과학적 기반 마련 필요, 국민 주류 섭취 실태조사 및 주류․유해물질별 노출수준 평가) 둘째, 체계적 관리 및 인프라 구축 필요.(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주류제조업체 안전관리기반 취약, 식품안전관리 취약) 셋째, 주류의 특이성을 반영한 안전관리 필요.(주류 제조자 및 종사자의 기본적인 식품위생의식 부족으로 교육훈련기회 제공 필요) 넷째, 주류 안전관리에 대한 인식 미흡.(주류제조 시 알코올이 살균소독 효과가 있어 안전하다는 잘못된 인식) 이와 함께 기존의 산업 중심에서 사람․안전 중심으로, 제품․공급자 중심에서 사람․수요자 중심으로 전체적인 추진 방향을 잡았다.
이에 식약청은 4월 26~29일까지 각 지역을 순회하면서 주류제조업체 관계자들에게 ‘주류 제조업체 위생․안전관리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설명회에선 △주류 안전관리 종합계획 △주류 안전관리 개선방향 △주류제조업체의 중점 위생관리 항목 등을 설명하고, 현재 양조장의 위생상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지금부터 진행할 위생관리에 대해 소개했다. 특히, 5월부터 올해 말까지 주류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위생상태에 대한 지도․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전체적인 내용은 지금까지 위생에 취약했던 양조장을 일반 식품회사의 기준으로 지도․점검하겠다는 것이고, 이에 맞춰 중점 위생관리 항목 리스트를 작성해 배포했다. 여기에는 시설위생관리(건축물, 출입구, 화장실, 급수시설, 방충․방서시설), 일반위생관리(원료 수불 및 생산기록, 수질검사, 이물관리, 건강진단, 위생관리), 원․부 재료관리(원료관리, 빈병), 기구류, 제조공정관리(작업장 위생), 제품관리(보관, 검사, 운송, 표시기준) 등의 항목이 기재돼 있고, 개선기한은 즉시, 1주일, 1개월, 1년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예전의 주류업체들은 몇몇을 제외하고 위생에 취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위생 개념이 약한 양조업체에 식품업체의 위생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물론, 많은 양조업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있지만 제품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얻기 위해선 당연히 진행해야 한다. 식약청의 지도․점검을 안이하게 생각하는 양조업체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까지 해온 방식대로 운영해도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곳이 있다는 얘기다.
식약청의 위생 관련 지도․점검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위생관리 항목 리스트를 살펴보니, 기존 양조장을 상당부분 개보수해야 하는 것도 있고 지금보다 개인위생과 주변 위생을 청결히 하지 못하면 업체에 상당한 불이익이 생기는 조항도 있다. 그런 까닭에 양조장들도 이번 식약청 지도․점검을 귀찮은 행정절차쯤으로 생각하지 말고 이번 기회를 통해 위생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계기로 마련했으면 한다. 이제 술의 위생은 식품의 범주에서, 더 나아가 소비자 측의 입장에서 모든 일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기존에 가졌던 인식을 전환해 새로운 인식을 가져야 한다.
식약청도 무조건적인 점검보다 처음 취지에서 밝혔듯이 상당기간 동안의 지도․점검으로 양조장들의 의식을 변화시켰으면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식약청의 지도․점검을 기반으로 위생이 강화되기 때문에 양조업체들은 이에 대해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