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빚은 작품 가양주작(주) 金恩聖 대표
동네방네 소문난 양조장겸 무인주점 ‘가양주작’
김은성(金恩聖, 56). 경기도 군포시 대야1로에 위치한 ‘가양주작(家釀酒作)’ 양조장 대표다.
가양주작은 우리의 술, 막걸리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직접 주조하면서 무인으로 주점을 운영하는 곳이다. 금요일, 토요일은 인당 2만원이면 배터지게 술을 마실 수 있고, 담소도 나눌 수 있는 휴식 공간이다. 가양주작이 빚어 손님에게 내 놓는 술은 예사 막걸리와는 근본부터가 다르다. 김은성 대표의 열정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4호선 대야미역 앞은 비교적 한가한 곳이다. 거주 주민이 1만여 명에 지나지 않아 번잡하지 않은 이곳에 양조장을 차린다는 것은 상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무모한 짓이다. 그런데도 여기에 터 잡고 있는 사람들이 뜻을 모아 작은 양조장을 차렸다.
애초부터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동아리 모임을 하면서 마실 것이 필요했고, 어쩌다 김은성 대표가 담근 술이 기가 막히게 맛있더란다. 그래서 동아리 회원 25명이 십시일반 추렴해서 양조장을 차리게 되었다고 한다.

누구한테 술빚기를 배웠냐는 질문에 인터넷을 통해 독학으로 배웠다고 김 대표는 설명한다. 그러다보니 시행착오도 숱하게 겪었다고 한다. 빚어 놓은 술들이 제 맛을 내지 못해 많은 술들을 버리기 일쑤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술 맛이 좋아지고 자신감도 생겨 본격적으로 양조장 일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술은 음식이다”라며 김 대표가 가족에게 먹일 음식을 만드는 것처럼 술을 담근다. 그러다 보니 입소문이 동네방네 퍼지게 되어 진정 전통주 애주가들에게는 가보고 싶은 양조장이 되어 버렸다.
기자 역시 바람결에 들려오는 소문을 듣고 가양주작을 찾게 되었다.
‘수리산’ 막걸리 ‘수암’ 약주엔 화학적 첨가제 NO
며칠 강추위가 가는 겨울을 잡고 있더니 가양주작을 찾는 날은 바람결이 한결 따스하다. 가양주작은 4층 건물 4층에 자리 잡고 있다. 양조장 치고는 독특하다.
김 대표는 작은 양조장이라고 하지만 규모면에서는 그렇게 작은 양조장은 아니다. 있을 것은 다 있고, 발효를 끝낸 술들이 몇 개월 째 숙성되고 있다.

농업회사법인 가양주작(주) 김 은 성 대표
가양주작이 출시하고 있는 대표 술은 ‘수리산(10%)’ 막걸리와 ‘수암(14%) 약주다. 그리고 직접 증류한 소주에 아로니아 열매를 추출한 리큐르가 있다. 현재는 알로이 레드(40%)와 블루(25%), 그린(18%)을 출시하고 있는데 역시 주력 상품은 수리산과 수암이다.
수암은 조선비즈가 주최한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20년과 21년 연속 대상을 수상할 만큼 객관적으로 인정받은 술이다.

수리산 막걸리는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쌀과 약간의 효소와 효모, 우리 밀 누룩만으로 빚는다. 7일간 발효하고 3개월이상 숙성시킨후 짜낸 술에 절반의 물만 가수하고 일체의 첨가물을 넣지 않는다. 알코올 도수가 10%로 일반적인 5~6%의 막걸리와는 차별된다.
운전 때문에 아주 작은 잔으로 맛을 보니 듣던 대로다. 이런 것을 두고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고 하던가.
달지 않다. 향이 살아 있다. 이는 아스파담 같은 첨가제가 들어 있지 않아서 일게다. 아스파탐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화학적으로 가미된 맛과 자연에서 얻어지는 맛은 차이가 있다.
때문에 수리산을 처음 맛본 사람들은 놀라워한다.
수리산 막걸리가 주는 진하고 풍부한 맛 때문에 ‘막걸리가 이런 맛이야?’야 하며 마치 요구르트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서 밍밍한 시중 막걸리들을 어떻게 마실지를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자신했다. “조금 많이 드셔도 다음날 숙취가 없고 속이 편해서 두 번 놀라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자청이나 포도즙을 섞어 달고 상큼한 막걸리칵테일로 즐기셔도 좋다.”고 한다.
수암주는 알코올 14%의 약주다. 7일간 발효한 술을 사계절 5도로 유지되는 황토숙성실에서 3개월에서 6개월간 숙성시키고 맑게 뜬 술만 따로 덜어내어 여과시킨 술이다.
황토숙성실은 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직접 벽돌을 날라다가 정성스럽게 지어서 만든 숙성실인데 4계절 온도의 변화가 거의 없어 최적화된 상태에서 술이 익어간다고 했다. 숙성실을 돌아보니 술향이 연인의 향기만큼이나 참 좋다.


김 대표는 “50리터 술덧에서 고작 10리터 정도만 얻을 수 있는 귀한 술이라면서 숙성을 마친 약주는 여러 가지 과일향이 나며 드라이하면서도 깊은 맛이 난다.”고 했다. 옛날 가양주는 단맛의 공급처로 여겼기에 단맛을 중요하게 여겼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반주로서 좋은 음식과 함께 먹는 술을 필요로 하고 있고 음식과 함께 먹는 술은 너무 달면 음식의 맛을 해쳐 상당수의 전통주가 아직까지 외면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반주로서의 시장을 드라이한 와인이나 소주, 사께 등에 점령당해 전통주는 명절에나 차례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가양주작의 술들은 드라이한 전통주로 이 반주로서의 시장에 도전하는 술인 것이다. 따라서 가양주작의 술들은 다른 전통주가 아닌 소주와, 와인, 사께와 경쟁하려 하는 술이다.


가양주작은 술도 빚고 마실 수도 있는 하우스 전통주점이다
김은성 대표는 연세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사회에서는 수면관련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회사를 운영했다고 한다.
당시 자녀들이 둔대초등학교를 다녔는데 학생 수가 적어 둔대초교를 폐교하고 이웃 대야초등학교로 합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래서 학부모 사이에서 둔대초교를 살리자는 대책반이 형성됐다. 이 대책반은 후에 마을공동체의 텃밭인 대야미마을협동조합으로 발전했다. 조합 안에서 다양한 20여개의 동아리가 형성 되었고 가양주작도 그중의 하나인 전통주 동아리였다. 조합은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를 위한 경제 사업이 필요했었고 “그래서 마을 사업을 통해 자족력을 키우면 어떨까 싶었죠. ‘우리가 직접 주점도 만들고, 양조장도 만들어 보자’, ‘지역에서 공동체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보자’ 그렇게 시작했어요.”
때맞춤 2016년 2월 주세법 개정을 통한 ‘하우스막걸리’제도화가 마련되었다.
10년간 취미로 가양주를 담가온 김 대표를 중심으로 10명의 마을주민들이 매주 모여 막걸리와 약주를 담그며 친목을 도모해오다가 마을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주점을 열기로 의기투합했다.

2016년 2월 첫 사업설명회에서 출자자를 모집하고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한다. 회원과 출자자들의 솜씨로 인테리어 공사가 마무리되고 오랜 씨름 끝에 탁주와 약주제조면허를 부여받아 본격적인 술만들기에 들어가게 된다. 친구와 특별히 약속을 하지 않아도 부담없이 한잔 할 수 있는 곳, 마을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가 있는 곳, 마을 사람들이 주인이 되어 마을공동체를 위해 기여하는 곳이 바로 ‘가양주작’이다.
처음에는 ‘하우스막걸리’(소형주류면허)로 허가를 받을 생각을 했는데 하우스막걸리는 여러 가지로 제약을 받는 것이 많아서 일반양조장 허가를 받았지만 가양주작은 전국에서 처음 설립된 하우스막걸리 전문점이다.
가양주작은 현재 탁주와 약주제조에 대한 면허를 취득하였고 2019년에는 리큐르면허도 받아 증류주를 생산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건비 절약 할 수 있는 무인주점 운영
주명인 ‘수리산’과 ‘수암’은 경기 안양시·군포시의 경계에 있는 수리산(489m)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수리산에서 세 번째 높은 봉우리가 독수리 모양의 수암봉이다. 봄이면 진달래가 많이 핀다. 수리산은 군포시민은 물론이고 안양, 안산 시민들에게 마음의 안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수리산은 군포시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군포시의 진산으로 2009년에 경기도의 세 번째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술은 물맛이라고 한다. 수리산 줄기에서 뻗어 내린 군포시 대야미는 물맛이 좋다. 그러다 보니 주명을 자연스럽게 ‘수리산’으로 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수리산 명칭 유래는 수리산의 빼어난 산봉우리의 바위가 마치 독수리 같아 ‘수리산’이라 하는 설이 있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오기 전만 해도 매출은 양조장을 운영할 만큼 올랐다. 술맛 좋지 일류 셰프(특급 호텔 경력자)가 제공하는 안주, 담소를 나누기엔 최적화된 공간이었다.
그러나 여느 소상공인들이 그렇듯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매출이 급감하고 인건비 지출이 어려워 술 자판기를 도입했다.

자판기 원리는 카드를 자판기에 꽂고 먹을 술을 꺼내고 문을 닫으면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시스템이다. 안주는 고객들이 알아서 사오든지 배달로 주문하면 된다.
주점문은 항상 열려 있으니까 누구든지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무인주점이 탄생한 것이다. 주점으로서의 명맥은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금요일, 토요일에는 1인 2만원에 술, 안주를 무제한 먹을 수 있는 뷔페를 운영한다.
가양주작은 우리의 술, 막걸리와 약주를 고집스레 전통적인 방식으로 직접 주조하는 양조장이다.
김 대표는 “사람들과 함께 막걸리를 빚기도 하고, 그리고 막걸리를 함께 나누는 곳. 막걸리 커뮤니티를 통하여 못 다한 이야기를, 못다한 노래를 이곳에서 나눕니다. 술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가양주작입니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스타일의 양조장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하루 빨리 바뀌어 가양주작이 술꾼들로 시끌버끌 했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오겠지만….
글·사진 김원하 기자 ti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