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신(酒神) 디오니소스(Dionysos) 신화 이야기(26)

요르단 암몬 제라쉬 디오니소스 신전. 가모 디오니소스 신전

南台祐 교수의 특별기고

 

술의 신(酒神) 디오니소스(Dionysos) 신화 이야기(26)

 

주신 디오니소스의 죽음과 부활

 

남태우 교수

신은 인간에게 와인을 선사하였다. 서구 사회에서는 와인을 가져다 준 신은 디오니소스로 묘사하고 있다. 올림포스의 12신들 중에서 이름 자체에 ‘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건 제우스(Zeus)와 디오니소스, 둘 뿐이다. ‘주신(主神)’ 제우스는 말 그대로 ‘신’에 어원을 두고 있으며, ‘주신(酒神)’ 디오니소스는 ‘뉘사(Nysa)의 신’이라는 의미이다. 증오와 질투, 시기 심지어는 그를 죽여 버리려는 헤라의 눈초리를 피해 뉘사의 요정들 손에서 성장하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스인들은 디오니소스가 이집트의 오시리스 신같은 식물신(植物神)들과 마찬가지로 폭력적으로 살해당했다가 다시 살아났다고 믿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신성한 의식 속에서 재현하였다. 원래는 쟁기를 사람이 손으로 끌었는데 디오니소스가 처음으로 소에게 쟁기를 끌게 하였다고 한다. 그러한 농사법을 가르쳐 줌으로써 그는 농부들의 수고를 덜어 주었다. 작물이나 재배법을 개발한 ‧‧‧‧‧‧‧‧ 디오니소스는 언제나 하층계급의 신이었다. 그래서 억압받고 핍박받은 사람들에게 알코올로 자유로움을 주고자 하였다.

 

디오니소스의 죽음은 여러 문헌들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되어 전해지고 있는데, 그의 죽음에 관한 크레타의 신화는 다음과 같다. 디오니소스는 크레타의 왕 유피테르(Iuppiter)의 서자(庶子)였다. 유피테르가 타국으로 가면서 왕좌와 왕관을 어린 디오니소스에게 양도했는데, 그 아내 유노(Juno)가 아이에 대한 질투심을 품고 있는 것을 알고서 자기가 신임하는 호위대에게 디오니소스를 맡겼다.

그런데 유노가 호위대를 매수하고 딸랑이와 거울로 아이의 환심을 산 후 아이를 덤불숲으로 유인한다. 그리하여 그녀의 시종들인 티탄들이 디오니소스를 습격하여 사지(四肢)를 토막 낸 뒤 여러 가지 향초를 넣고 몸뚱이를 삶아서 먹어 치워버렸다. 그녀의 자매인 미네르바(Minerva), 즉 지혜의 여신 아테나(Athena)는 그 행동에 가담하긴 했으나, 디오니소스의 심장을 빼돌렸다가 유피테르가 돌아오자 그 범죄를 폭로했다. 분노한 유피테르는 티탄들을 살해하고, 아들을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서 그 심장을 안에 넣은 조상(彫像)을 만들고 그를 기리는 신전을 하나 만들어 주었다.

 

요르단 암몬 제라쉬 디오니소스 신전. 가모 디오니소스 신전

 

디오니소스에 관한 또 다른 신화에서는 죽은 디오니소스의 부활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디오니소스가 제우스와 ‘땅(de)’의 ‘어머니(meter)’ 데메테르(Demeter)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형태의 신화에 의하면 그의 어머니 데메테르가 절단된 아들의 사지를 연결하여 다시 청년으로 만들었을 설화이다. 데메테르는 ‘다마테르(Damater)’에서 나왔는데 ‘다(Da)’는 땅이고, ‘마테르(Mater)’는 어머니다. 그러므로 데메테르는 ‘땅의 어머니’이기도 하고, ‘어머니의 땅’이기도 한 것이다. 땅은 자고로 풍요로워야 하며, 풍요의 상징은 어머니이다. 그러기에 어머니는 늘 ‘대모신(大母神)’으로서 ‘마그나 마테르(Magna Mater, 위대한 어머니)’라는 은혜롭고 위대한 이름으로 숭배되었다.

다른 형태의 신화에서는 그가 매장된 뒤 곧 죽음에서 부활하여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꼭 예수의 부활과 닮은꼴이다. 그렇다면 예수는 디오니소스의 후예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도 포도주를 신성시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마지막 만찬에서도 포도주는 등장하면 그의 피로도 상징한 것은 의미롭다.

 

디오니소스와 예수의 부활 닮은꼴

 

예수가 돌아가신 후 부활하였다는 것이 기독교이다. 그런데 예수 당시 이집트와 그리스 등에는 이런 부활에 대한 신화 혹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고, 서로 유사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성찬례에 사용되는 ‘포도주’도 모두 중요한 이야기의 소재이다. 즉 부활은 기독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비슷한 이야기의 소재라는 것이다.

특히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는 예수와 닮은 공통점이 많다. 그도 예수처럼 인간의 모습을 한 신이며, 죽었다 살아났고, 그가 겪은 과거의 사건이 살을 먹고 피를 마시는 행위로 재현되었다. 영혼의 불멸성과 재생이라는 기적과 연관이 있는 신이라는 점도 같으며, 종교의 전파가 열정적이고 급속도로 진행됐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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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디오니소스는 인류의 원시적 종교관을 반영하고 있는 신이며, 생명과 농경을 연결 짓는 고대 신비 제의의 비밀을 간직한 ‘반인반신’이라는 특이한 위상을 가지는 신이라 볼 수 있다. 포도주 역시 단순한 술의 일종을 넘어, 그 어떤 술보다도 인류의 농경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며, 죽음과 재생, 영생이라는 신화적 테마를 품은 술이라 하겠다.

 

디오니소스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크레타인들은 2년마다 제전을 거행하여 그의 수난을 상세히 재현했다. 디오니소스 숭배자들은 살아 있는 황소를 이빨로 갈래갈래 찢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숲을 돌아다녔다. 그들 앞으로 디오니소스의 심장이 담겨있는 상자가 운반되어 오면 피리와 심벌즈의 거친 음악에 맞추어 어린 디오니소스를 죽음으로 이끈 딸랑이 소리를 흉내 내었다.

 

디오니소스의 부활을 믿는 사람들도 그의 부활을 의식으로 재연했다. 그리고 부활의 교리 혹은 영생의 교리를 숭배자들에게 가르쳐 준 것으로 보인다. 어린 딸을 잃고 그 죽음을 슬퍼하던 아내를 달래는 글에서 플루타르코스는 그 디오니소스 신비 의식을 가르치며 그 의식에 담겨 있는 영혼불멸 사상으로 그녀를 위로하고 있다.

그리스의 주신 디오니소스는 그의 기원, 그의 특유한 존재 양식, 그가 창시한 종교적 경험의 형태 등에 있어서 그리스의 다른 주요 신들과 구분된다. 디오니소스는 독특하게도 거듭 태어난 자이다. 즉 처음에 제우스와 인간 여성인 세멜레(Semele) 사이에서 태어났다가, 다시 두 번째로 제우스에게서 태어난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오니소스는 ‘두 번 태어난 자(Dimeter)’란 이름을 고대로부터 가지고 있다.

첫 번째 탄생은 포도나무가 땅에 심어져 자라기 시작하는 뜻이고, 두 번째의 탄생은 포도송이가 무르익는 것을 뜻하는데, 따라서 디오니소스는 땅에서 태어나 포도로 다시 태어난다고 여겨진다. 그리스인들에게 디오니소스가 갖는 역설적 이중성은 디오니소스의 출생에 있다. 즉 죽어야 하는 존재인 세멜레가 신을 낳았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디오니소스의 고유한 존재 양식에 내재한 역설에 있는 것이다.

 

디오니소스에게 내려진 수난은 포도나무의 다음과 같은 수난, 즉 사람들이 가을에 포도를 수확해서 발로 밟고, 또 봄이 되면 포도나무의 가지를 치는 것과 연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와인은 신의 피가 되며 그렇기에 디오니소스 축제 때에 사람들은 와인에게 경배를 드리는 것이다. 새 와인은 겨울철에 그리스인들에 기쁨을 가져다주는 술이다. 와인은 신의 피인 동시에 죽은 자들의 세계인 대지의 깊숙한 곳에서 뽑아 올린 수액(樹液)이기도 하다.

 

따라서 와인은 죽었다가 얼마 후 부활하여 모습을 드러내는 이들의 피를 상징하기도 하는 것이다. 아테네에서 디오니소스 축제들은 겨울 동안 계속되었으며, 새 와인과 죽은 이들을 긴밀하게 연결시켰다. 여기에서는 술의 신, 즉 주신(酒神)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하였다. 굳이 이야기라고 한 것은 신화이거나 야사에 가까운 전설이기기 때문이다. 와인에는 특별한 성격을 지닌 이야기와 상징이 가득하여 신들이 들어와 마음껏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필요 충분한 조건들이 갖추어져 있다.

 

신화에 의하면 디오니소스의 탄생일이 12월 25일로 되어있다. 그날 탄생하자 불가사의한 일들이 벌어졌는데, 예컨대, 세상의 물이 와인으로 변한 것(changing water into wine)과 12인물 중 하나로 둘러싸여 나타났고, ‘Father(하느님 아버지)’와 ‘Savior(구세주)’로 묘사되었다. 또 죽은 다음 3일 만에 부활하였고 이윽고 승천하였다고 전한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디오니소스를 예수와 동일한 인물로 보고 있는데, 이러한 속성은 신약과 예수의 경외(經外) 전설에 발견된다.

 

  • Dionysos는 12월 25일 또는 동지(winter solstice)날에 처녀의 몸에서 태어났다.
  • 그는 거룩한 아버지의 아들이다.
  • 거룩한 아들로서 Dionysos는 짐승들 가운데 구유(cradle/crib/manger)에서 태어났다.
  • Dionysos는 기적을 일으키는 선생으로 여행하였다.
  • 그는 주신(God of the Vine)으로 물을 와인으로 변화시켰다.
  • Dionysos는 당나귀를 타고 개선 행진을 하였다.
  • 그는 다산과 정화 성체식에서 죽임을 당하고 먹히는 신성한 왕이었다.
  • 신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지하세계를 여행했는데, 죽은지 3일 만에 지상에 서 승천하였다.
  • Dionysos는 3월 25일(기독교 부활절)에 죽고, 하늘로 승천하였다.
  • Bacchus를 ‘Father’,‘Liberator’그리고‘Savior’로 간주하였다.
  • Dionysos는 ‘독생자(Only Begotten Son)’, ‘왕중의 왕(King of Kings)’, ‘모든 신의 신(God of Gods)’, ‘죄의 담당(Sin Bearer)’, ‘구세주(Redeemer)’, ‘기름부음을 받은 자(Anointed One)’ 및 ‘알파와 오메가(Alpha and Omega)’로 간주 되었다.
  • 그는 숫양이나 어린 양으로 간주되었다.
  • 그의 ‘수상 돌기(Dendrites)’ 또는 ‘나무의 젊은이(Young Man of the Tree)’이라는 희 생제물은 나무에 메달려 있거나 십자가에 못 박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호 계속>

 

남태우 교수:

중앙대학교 명예 교수▸음주문화칼럼니스트

음주관련 저작리스트:▴비틀거리는 술잔, 휘청거리는 술꾼이야기(1998)▴주당별곡

(1999)▴술술술, 주당들의 풍류세계(2001)▴알코올의 야누스적 문화(2002)▴음주의 유혹, 금주의 미혹(2005)▴주당들의 명정과 풍류(2007)▴홀 수배 음주법의 의식과 허식(2009)▴술잔의 미학과 해학(2013)▴은자의 명정과 청담세계(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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