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수가 보인다

김원하의 데스크칼럼

 

싹수가 보인다

 

 

봄이 좋은 이유는 새싹이 돋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것만 봄이 되면 맘이 설렌다. 한 겨울 잎을 모두 떨궈 앙상하게 줄기만 남았던 나목에서 파란 잎사귀가 비짓고 나오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의 신비에 감탄한다.

죽은 줄만 알았던 고목에서도, 꽝꽝 얼어 모든 생명이 죽었을 것 같은 대지에서도 파란 싹이 나온다. 생각할수록 신비감이 돈다. 마치 처음 봄을 맞는 기분까지 든다. 코로나팬데믹으로 움츠려 들었던 마음이 새싹으로 기운이 돋는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열병을 앓고있어도, 수천 명의 아까운 생명이 전쟁으로 참화를 겪고 있어도 자연의 세계는 아랑곳하지 않고, 싹을 내 놓고 있다.

인간이 그들의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한 자연은 그들대로의 순리를 따라 영생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대선을 치룬 후 신·구정권의 인수인계에 온 신경이 집중된 느낌이다. 이른바 좌파 정부에서 우파정부로의 인수인계이니 생각보다 많은 진통이 따르는 모양이다.

이런 식의 정부 인수인계를 한두 번 경험한 것도 아니 것만 국민된 입장에서는 자꾸 신경이 쓰인다. 어련히들 잘 알아서 하겠건만 혹여 불협화음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은 지나친 노파심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고 역설했는데 과연 그대로 정치가 펼쳐졌는가.

문 대통령의 퇴임이 코앞인데 과연 우리 국민들은 정말 공정하고 정의롭고 평등한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지 문재인 정부 사람들은 되돌아 봐야 한다.

자기편 사람들의 잘못은 보이지 않아도 상대편 사람들의 잘못은 잘도 찾아내는 능력의 소유자들은 아니었을까.

이들을 추종하던 무리들은 아직도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말을 신주단지처럼 받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어느 정권도 초기엔 국가와 국민을 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겠지. 그래서 성공한 정부란 말을 듣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다가 세월이 흐르다보면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게 되고, 쓴 소리를 하는 사람은 멀리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미디어가 아무리 발달되었어도 최고 권력자가 눈여겨보지 않거나 옹폐(擁蔽)의 장막을 걷어내지 못하는 능력이 없으면 국민들은 괴롭다.

국민의 자존심이 깡그리 무너져도 아무 소리 못하는 정부는 더 이상 정부가 아니다. 하나의 집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5년이 흘렀다.

어리석은 사람은 동조하는 사람을 곁에 가까이 두고, 자신의 의견에 무조건 찬성하는 사람, 자신의 행동을 무조건 칭찬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그것에 만족해한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면 동조하는 이가 아니라 조화로운 이를 곁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 진리다.

그래서 공자도 “군자는 조화롭게 어울리지만, 반드시 같기를 요구하지는 않고, 소인은 반드시 같기를 요구하지만 조화롭게 어울리지는 못한다.”고 했다.

이제 곧 새 대통령이 대한민국 호를 이끌게 된다.

차기 정권을 이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워크숍에 참석해 “우선적으로 일을 시작해야 할 국정 과제 가운데 가장 중시해야 하는 것은 실용주의, 그리고 국민의 이익”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과거 김영삼 대통령이 ‘인사는 만사(人事萬事)’란 말을 자주 썼다. 김 대통령 스스로가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좋은 인재를 잘 선택해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일하게 하는 것이 모든 일을 잘 풀리게 하는 순리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말이다.

과거 정권이 말기에 쇄락 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인사다. 문고리인사니, 캠코더 인사니 하야 실력도 없는 사람을 중요 자리에 등용시켜왔다.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인사는 결국 순탄치 않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되돌아보면 조국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윤석열 정부가 태어났을까.

조선 말기의 왕족인 이하응이 젊었던 시절 술집에서 추태를 부리다 금군별장(종 2품 무관)

이장렴이 말렸는데 화가 난 이하응이 “그래도 내가 왕족이거늘 감히 일개 군관이 무례하구나!” 그러자 이장렴은 이하응의 뺨을 후려치면서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세월이 흘러 이하응이 흥선대원군이 되어 이장렴을 운현궁으로 불렀다. 이장렴이 방에 들어서자 흥선대원군은 눈을 부릅뜨면서 물었다. “자네는 이 자리에서도 내 뺨을 때릴 수 있겠는가?”

“대감께서 지금도 그때와 같은 못된 술버릇을 갖고 있다면 이 손을 억제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장렴의 말에 흥선대원군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흥선대원군은 이장렴을 극진히 대접하고 그가 돌아갈 때는 문밖까지 나와 배웅하면서 “금위대장 나가시니 앞을 물리고, 중문으로 모시도록 하여라.”

오직 나라를 생각하는 충신과 지혜로운 주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각 부처를 이끌어갈 내각이 들어설 것이다. “효자는 부모에게 아첨을 하지 않으며, 충신은 임금에게 아첨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진정 인재를 찾아서 등용한다면 퇴임할 때 박수 받고 떠나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근이었던 사람들이 좀 더 나은 인재를 기용하라며 자리를 비우는 모습이 보인다. 그야말로 싹수가 보인다.

<교통정보신문 · 삶과술 발행인 tinews@naver.com>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