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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정책의 민주화와 산업발전을 위해

주류정책과 정책이야기(34)

 

주류정책의 민주화와 산업발전을 위해

전제와 방향성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조성기(趙聖基, Surnggie Cho, PhD. of Economics. MPH.)

 

원주한살림, 이사장

살림농산, 대표이사

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원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

한국할랄산업연구원, 이사, 연구센터장

 

술은 특별한 물질, 사전적 국민적 합의가 없는 정책결정

 

이런 저런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술은 매우 중요한 물질이고 누구나 자연스레 마실 뿐 그 누구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구원의 대책을 종합적 시각 하에서 제대로 제시하고 못하고 있는 정황이다. 정책의 책임을 맡은 정부가 나서야 하나 각 부처의 대처상황을 보면 정부도 상당기간 우리에게 구원을 주지 못할 것 같다.

당장에는 민간이 나서서 준비하는 것이 답일 듯 하지만 민간도 각자도생에 바쁘다. 항상 사회문제가 커졌을 때 문제해결은 민간이 스스로 하는 절차를 밟아왔고, 임진년 왜란 때도 의병이 큰 구실을 했던 이유가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다.

정부는 포괄적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단편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그만일 때, 그것이 시장을 움직이는 영향력 있는 정책일 때 대책이 묘연하다. 불황이 와서 일자리가 필요할 때 수제맥주 부문에서 청년고용을 늘리기 위해 수제맥주에 대한 규제를 풀고 좋은 일이 있기를 기다리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수제맥주 종사자들에게는 도움이 일시적으로 되었을지 모르지만 일반적인 규제완화 주장으로 이어져 청소년 음주문제나 다른 음주관련 규제완화의 민원이 계속되는 상황을 만들게 되었다면 그 정책은 좋게 평가받을 수 있을까?

기술의 신이 전자반응 술 자동판매기를 만들었을 때 정부는 그 제조자에게 기술진보를 선도한 대가로 슈퍼에서의 설치 사용권을 주겠다고 하였다. 소위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어 소위 합리적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젊은 행정 관료를 나무라기 어렵다.

하지만 결국은 그 폐해가능성 등에 대해서 심층 검토하기보다 기술발전이나 소비자 편의성 제고 등에 선뜻 손을 들어 준 셈이니 경륜이 짧은 것만이 문제는 아닌 것이다. 술에 관한한 기술발전에 대해 정책적 대응이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합의가 전체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술 판매에 대해 규제완화가 된 것이니 관련자 모두의 문제였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 때 그 때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정책을 채택했을 뿐이고 술 문제나 주류정책 전반을 다루는 전제에 대해 합의를 하고 추진하지는 못했으니 정책개발 프로세스 자체를 재점검해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 또한 단순히 정부 관료들의 힘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그러니 민관학연 관련 전문가들이 함께 나서서 모이고 토의하고 큰 길을 개척해 가는데 모여야 한다는 주장이 옳게 된다.

최근 불거진 ‘스마트오더’ 본격 허용에 관한 논란도 복기해 보자. 세상이 어려워지고 일자리 문제가 커지니 정책당국은 다짜고짜 규제완화를 외치는 분위기다. ‘완화 방향’이 당연히 옳다는 전제하에 기재부와 국세청은 ‘주류규제개선’을 발표하고 ‘주류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적극적 지원을 선언하고 나섰다. 물론 산업경쟁력의 제고와 생산성 향상은 산업혁명 이래의 숙제다. 하지만 “술 산업이 다른 산업과 분명히 다르다.”는 생각을 왜 해보지 않고 있는 것일까? 적극적 규제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 전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왜 생각해 보지 않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정책당국자들이 해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사후적 정책결과나 발표 자료들을 보면 고민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

 

게다가 ‘통신판매 전체’에 대해 전격적으로 전면적인 규제완화를 할 조짐이 보인다는 사실도 걱정거리다. “본래 술은 ‘대면거래’가 원칙이 아니던가?”하고 묻고 싶다. 요즘 같이 분위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 시대에 대면거래 원칙이란 무슨 망발인가?”라고 답변한다면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술에 관한한 ‘상황보다는 원칙’을 고려해야 해요!”하고 하면, 아마 고리타분한 선비 취급을 받을 수 있다. 사실 ‘대면거래의 원칙’은 ‘청소년’이나 ‘만취한 취객’ 등 ‘문제 있는 음주’, 각종 사건 사고, 가정폭력 등 ‘해로운 음주’의 발생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지고 지켜지고 있었던 사회적 원칙이었던 것이다. 원칙을 잊었을 때는 상황이 더 우위에 서게 된다.

 

전화, 온라인 등을 통한 통신판매는 정해진 원칙을 전제로 사회가 정한 엄격한 규제였었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에 해당하는 ‘전통주’에 대해서만 우리 술의 소멸을 막기 위해 허용한 것이었다. 지켜야 할 술이기도 하지만 판매량도 많지 않아서였다. 우리 술의 판매량이 소주나 맥주와 같이 컸다면 그 조차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마트오더’도 실행이후 모든 술에 적용되어 형평성 문제가 없는 정책이라는 장점을 부각시켰지만 결국 와인위주로 판매가 늘고 있는 것이 실제다. “수입주류가 판매량이 늘어난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술 소비량이 늘어난 것’과 ‘술 구입을 편리하게 하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검토했는가?”라는 질문이 필요했던 것이다. 주류 산업진흥이나 소비자효용의 증대가 주류정책의 핵심방향이라고 보고 있는 정부의 시각에 대해 합의여부를 묻는 것이다.

 

술은 본래 “편하게 마셔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 음주문화 속의 주도에 남아있었다. 우리는 술을 어른 앞에서 어렵게 배워야 했었던 것을 잊었을까? 술 마시기 전에 서로 절하고 마시는 조선시대의 향음주례는 ‘술 마시는 절차’를 까다롭게 하여 정신 차리고 술을 마시며, 술 마시는 행위를 오히려 불편하도록 했었던 것이 다시금 생각해야 할 점이다. 정부의 발표문에 대한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정책결정 이전에 ‘사전적 국민적 합의’를 했는가?”, “그럴 필요성을 논의한 적이 있는가?” 등의 질문을 근본적으로 하는 것이다.

사실 「삶과 술」이니 이런 글도 게재 가능하다. 다른 지면에서 이런 의견을 다루기나 할 것인가?

 

 

주류제조 설비의 ‘위탁제조’ 문제를 보자. 제조를 편리하고 낮은 비용으로 가능하게 하고 설비투자여력이 부족한 중소업체들도 사업이 가능하게 하였다는 점에 좋은 평가를 가진 정책이다. 외관상 중소기업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적 의사결정으로 보인다. 게다가 규제를 더 풀어 ‘신제품 출시기간도 줄이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원가절감, 시설투자 부담의 완화 등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이 누구를 위한 정책일 것인지 더 신중하게 논의하는 절차는 필요하다. 탁상에서 쉽게 추진할 일은 아닐 것이다. 왜? 그 결과가 결국에는 대기업을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술의 생산량을 늘려 국민건강에 위해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생산설비 대형화를 유도하여 고 생산성 장치산업으로 주류산업의 위상을 자리 잡게 했었다.

그래서 싼 가격의 소주와 맥주가 대량 공급되는 상황을 맞았다. 일본인들이 “한국 맥주는 왜 그렇게 싸요? 소주도요?”라고 고개를 갸우뚱 하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한 적이 있다. 다품종 소량, 적정량 생산시대가 오면 과거의 설비들의 가동율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 가동율 문제와 신규진입 중소업체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정부에서 그런 정책결정을 했을 수 있다.

하지만 올곧게 전통방식을 고집하며 전통주를 제조하는 제조자들의 시장이 막히는 결과도 가져올 수 있다. 대형업체 설비를 이용하여 핵심제조역량이 없는 제조자들이 양산될 경우 지속가능생산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지속가능성, 적정음주와 국민건강, 전통주 보호 등의 정황들에 대해 과연 다각적인 검토를 면밀하게 했었는지 궁금하다.

 

이제 ‘물류업체 차량을 이용한 주류 유통’도 규제완화 내지는 개선 대상이다. 제조분야를 넘어 유통분야도 전반적으로 완화 모드로 접어들고 있다. 주류 제조 유통의 모든 규제가 사라질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기술적 경제적 문제가 해결된다면 ‘일반 물류업체’도 ‘주류유통업체’로 합당하다는 주장이 이내 나오지 않겠는가? “술은 달라!”하던 시대는 이제 과거사의 한 페이지에 적히고 말 수도 있다.

성인 인증을 거치는 경우 구매자 주민등록번호 인증을 제외하는 문제도 전통주 통신판매에 국한한다고 하지만 시작일 수 있다. 그 변화가 ‘규제개선’인지 ‘개악’에 대해 논의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주류정책의 민주화다. 민주화는 어렵고 불편하지만 술에 관한한 그리 하자는 약속이 있었다. 물론 그 약속도 “시대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지?”조차도 검토대상이다. 변화가 너무 빠르고 규제는 쓰나미처럼 통째로 완화되고 있다. 술관련 정책에 대해서 이렇게 대응하는 정부가 과연 정책의 기본을 충실히 검토하고 있는 지 의문이 가져야 할 때이다.

 

코로나가 밀어닥치고 시장이 아주 어렵다. 기술발전은 너무 빠르다. 정신 차리고 논의할 시간조차 없다. “세상이 모두 빠르고 쉽고 편리해 지는 데 주류분야만 조선시대처럼 살아가란 말인가?”라고 외치면 반박하기 힘들다. 그런 세상이다. 정부의 관료들은 대체로 높은 수준의 학문을 연마하고 첨단 행정기술을 숙련한 노련한 고수들이다. 이들이 주류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한다. 그런데 그들의 의사결정능력에 시시비비를 가린다는 것이 과연 말이나 되는 일일까?

 

하지만 정부는 술정책은 다른 산업의 정책과 다르고, 술에 관한 한 깊은 ‘속셈’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정신과 의사들이 알코올과 뇌의 관련성 연구를 배우지 않았듯이 최고수준의 정책당국자들도 술 정책은 배우지도 경험해 보지도 않았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심층을 다루어야 하는데 표층만 다루고 만 것이 아닌가? “복안이 있다!”는 흔적, 자취, 증거가 잘 안 보인다. “술은 일반 물질과 다르고 아무나 쉽게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과 ‘특별한 물질’이라는 인식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정보를 공유하자는 것이다. 주류정책에 관한한 “국민적 합의, 정책적 방향에 대해 이해와 공감”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저 “쉽게 술을 싸게 쉽게 편리하게 많이 제조하고 유통하고 마구 시도 때도 없이 누구나 마시면 큰 사단이 난다!” 그 전제를 꼭 다루면서 정책적 의사결정에 나서자.

 

정리해 보자. 규제강화든 완화든 논의하는 자리에서 그 논의의 전제를 생각하고 합의해야 하자는 것이다. 국민들은 일반적으로 정책의 최종 결정도 중요하지만 “무슨 근거를 가지고 정부부처에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를 더 궁금해 한다. 정책당국이 통신판매규제를 전면 완화한다고 하자. 지금은 전통주 만 규제에 예외인 상황이다.

이를 소주, 수입산 맥주, 와인, 수제맥주 등 다른 술에 대해서도 적용했을 때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국산과수입품 전체에 대해서 전화, 온라인 등으로 주문하고 배달 라이더들이 집 앞까지 배달할 수 있게 할 때 ‘그 전제가 무엇이에요?’ 하고 묻는 것이다. 그저 “기술이 발전하였고, 성인인증을 할 때 부정을 저지를 확률이 매우 줄어들었다”는 이유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탁상에서 논의하고 규제를 완화시키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저런 일이 발생할 때 정부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에서 그리 하자고 하더라도 민간부문의 주류관련 전문가들이 정책의 전제, 과정, 결과, 효과를 꾸준히 연구하고 논의해서 그 결과와 국민의 시선과 의견 등을 사전에 정부에 전달해야 한다. 정부는 너무 바쁘다. 민간은 본래 국본이 아니던가?

정책결정의 전제와 기준이 “기술발전의 수용일까? 일자리 소멸에 대한 걱정일까? 주류산업에서도 인공지능의 사용을 증대해야 하는 것일까? 술 수출을 통한 부가가치 증대일까? 술로 인한 폐해의 감소일까? 청소년의 술 접근성 문제일까?”… 등등 그 중 어떤 것일까? 그 자리에서 “술 정책은 다른 재화나 서비스의 정책과 다르지요. 술은 마시면 취하고, 많이 마시면 사고가 발생하는 위험한 물질이다.”라는 이야기도 분명히 나누어야 한다. 요즘은 하나 더 늘었다. “술 마신 후 발생하는 산업폐기물이나 공해상으로 투척되는 환경문제와는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전에 나누어야 할 이야기가 참 많다. 그냥 지나치지 않아야 하는 때가 이미 성큼 우리 앞에 다가온 것이다.

<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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