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신(酒神) 디오니소스(Dionysos) 신화 이야기

(포도나무와 디오니소스) (어린 나귀를 타고 입성하는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

南台祐 교수의 특별기고

 

술의 신(酒神) 디오니소스(Dionysos) 신화 이야기(29)

 

 

디오니소수 필자 남태우 교수

디오니소스에 관한 또 다른 신화에서는 죽은 디오니소스의 부활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디오니소스가 제우스와 데메테르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형태의 신화에 의하면 그의 어머니 데메테르가 절단된 아들의 사지를 연결하여 다시 청년으로 만들었다. 다른 형태의 신화에서는 그가 매장된 뒤 곧 죽음에서 부활하여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또 다른 신화에서는 디오니소스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누워 있는 것을 제우스가 소생시켰다고도 하고, 제우스가 디오니소스의 심장을 삼킨 다음 세멜레와 관계를 맺고서 새로이 그를 낳았다는 신화도 존재한다.

디오니소스에게 내려진 수난은 포도나무의 다음과 같은 수난, 즉 사람들이 가을에 포도를 수확해서 발로 밟고 또 봄이 되면 포도나무의 가지를 치는 것과 연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와인은 신의 피가 되며 그렇기에 디오니소스 축제 때에 사람들은 와인에게 경배를 드리는 것이다. 새 와인은 겨울철에 그리스인들에 기쁨을 가져다주는 술이다. 와인은 신의 피인 동시에 죽은 자들의 세계인 대지의 깊숙한 곳에서 뽑아 올린 수액(樹液)이기도 하다. 따라서 와인은 죽었다가 얼마 후 부활하여 모습을 드러내는 이들의 피를 상징하기도 하는 것이다. 아테네에서 디오니소스 축제들은 겨울 동안 계속되었으며, 새 와인과 죽은 이들을 긴밀하게 연결시켰다.

고대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축제는 연극의 기원이 되었고 인류 역사상 최초의 극장은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Acropolis) 남쪽 비탈에 세워진 디오니소스 극장이다. 매년 3월 말이 되면 아테네인들은 디오니소스 신상을 모시고 교외에서 출발하여 도시 중심부로 행진하였다.

지난 가을에 죽어서 겨울 동안 땅 밑에 있었던 디오니소스가 봄과 함께 다시 살아나서 돌아오는 것을 축하하는 이 행렬에는 존귀한 자들을 포함한 모든 시민들과 올림포스 신상들이 참여하였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축제가 얼마나 인기가 있었던가 하는 것은 클레이스테네스 시대부터 아테네가 멸망할 때까지(BC. 6세기~BC.5세기) 디오니소스 송가가 무려 5백편에 달했던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로마 바티칸 박물관에는 포도넝쿨을 쓰고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 그의 신상이 있다. 포도는 다산(多産)과 풍요의 상징이다.

 

Marble sarcophagus with the Triumph of Dionysos and the Seasons

로마에는 오래전 고대로부터 디오니소스와 유사한 ‘리베로(liber)’의 신화가 전래되고 있었지만, 기원전 200년경에 진탕 먹고 마시며 주지육림 속에서 난잡하게 노는 그리스의 종교적 신념인 디오니소스의 잔치와 신화의 명성이 로마의 그리스 정복과 함께 도입되었다. 리베르란 자유라는 것이기도 하고, 술을 마시면 온갖 근심과 고통이 잊혀지고 심신이 함께 자유를 느끼기 때문이라고도 하나 확실하지는 않다.

바커스는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정상적인 해방자(Eleutherios)로서 와인과 와인 잔, 술고래, 포도, 연극, 예배, 축제, 환희, 광적인 이벤트를 상징하고 고대 그리스 다산의 신에 와인제조가 더하여져 농업의 신이며, 영혼의 숭배와 죽은 자와 산자의 커뮤니케이션을 관장하는 신이다.

디오니소스의 신화와 향연문화를 도입한 로마의 디오니소스의 신화와 향연의 문화를 포도과일과 와인에 관련되는 ‘Bacchus’로 이름 붙였다. 원래 바커스는 그리스 올림포스 12신 중 하나인 ‘바케이아(Bakkheia)’ 신을 ‘berry(漿果)’를 의미하는 ‘bacca’와 연관 지어 파생되어진 이름으로 자연에 대한 은혜의 화신이지만 로마에 디오니소스의 신화와 축제문화가 도입된 이후 그 축제의 이름을 술 취한 환락의 형태를 나타내는 데 사용하게 되었다.

바커스는 단지 와인의 신만이 아니라 로마인들의 즐거운 잔치의 신으로 즐김과 흥청거림의 광대 놀이었다. 정치인들은 피를 흘리는 희생으로 만들어진 검투놀이를 포함한 바커스의 잔치가 모든 공공 행사에서 숭배되었고, 심지어는 영향이 매우 큰 교황까지도 신도에게 인기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바커스를 포함하는 로마의 여신들을 모시는 주요 12신전을 만들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바커스 잔치’는 많은 성적 강탈사고를 발생시킨 악명으로 인해 기원전 186년에 로마 상원에서 금지시켰다.

 

Dionysos 상징, 포도나무

 

디오니소스는 ‘포도나무, 포도와 포도주’의 신이다. 그가 인도의 뉘사산에 피신해 있을 때 처음 접한 식물도 포도나무였고, 포도주를 발견한 것 역시 디오니소스였다. 포도나무ㆍ포도주를 관장하며 술에 취하게 하는 힘을 상징할 뿐만 아니라 모든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의 신, 문명의 촉진자, 입법자, 그리고 평화의 애호자로 여겨지고 있다. 그를 상징한 포도나무와 관련된 다음과 같은 신화가 전해지고 있다.

 

어느 날 디오니소스가 길을 가다 나뭇가지 하나를 발견했다. 간직할 데가 마땅치 않았던 그는 이를 주워 처음에는 ‘새의 뼈’ 속에 감추어 두었다가, 나뭇가지를 다시 ‘사자 뼈’ 속에 옮겨 두었다가, 마지막으로 ‘당나귀 뼈’ 속에 감추어 두었다. 이렇게 감춰둔 장소를 번갈라가면서 숨긴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것은 도둑맞을까 걱정하는 마음일 것이고, 다음은 그 나뭇가지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며, 그리고 그 나무가 자기를 상징하는 상징성까지 알았기 때문에 세 번이나 감춘 장소를 옮겼을 것이다.

이것으로부터 그는 세 번 부활한다는 암시까지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이 나뭇가지가 후에 그리스의 낙소스(Naxos) 섬에 심어져 최초의 포도나무로 자라나게 되고, 이 포도나무에서 열린 포도로 최초의 와인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와인을 마시면 처음에는 새처럼 재잘거리다가 다음에는 사자처럼 난폭해지며, 마지막에는 당나귀처럼 우매해진다는 것이다.

 

(포도나무와 디오니소스) (어린 나귀를 타고 입성하는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

고대인은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제사를 매우 중요시했는데, 이때 술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면 왜 유독 포도주를 선택했을까? 먼저 포도주의 붉은 색상은 다른 술에는 없는 색이다. 붉은색은 ‘피’를 상징하며, ‘피’는 ‘생명의 필수 요소’다. 인간에게 생명을 주고 보호해 주는 신께 바치는 제사에서 붉은색의 상징성은 매우 그럴싸한 연계 요소였다.

또한 붉은색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권력과 왕권’을 상징했다. 고대 사회는 제사를 올리는 사제가 곧 권력자인 제정일치 사회였다. 아마도 왕과 귀족은 붉은 포도주를 마시면서 자신의 권력과 왕권신수설을 공고히 했을지 모른다. 아울러, 붉은색은 상서로운 색이다. 액운을 물리쳐 주는 색이기에, 그래서 경건한 제사에서 붉은색의 적포도주만을 사용했다.

태초에 색 중의 색, 생사의 지배자, 색의 왕인 빨강이 있었다. 인도 유럽어권에서 빨강(rot)은 ‘루드(rudh)’라는 어근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와 같은 색을 지칭하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널리 퍼진 명칭은 인도 태풍의 신 ‘루드라(Rudra)’를 그 속에 숨기고 있다. 켈트족 전사인 ‘루아드’에서도 마찬가지로 해당된다. 혼란스럽고 모순적이기까지 한 의미를 지닌 다른 색의 명칭과는 반대로 빨강은 항상 그리고 어디에서나 명백히 빨간색, 즉 피의 색을 의미 했다.

빨간색은 사람들의 본능적인 면과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사람이 격한 감정에 사로잡히면 얼굴이 붉게 물든다. 토마토, 딸기, 수박, 앵두, 등 입맛을 자극하는 과일류나 잘 숙성된 쇠고기도 붉은색이며, 맛있는 스파게티처럼 음식 중에 유난히 빨간색이 많은 것은 모두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을 비롯한 많은 음식점에서는 고객의 식욕을 자극하기 위해 인테리어 컬러로 빨간색을 즐겨 사용한다.

또한 사람들은 열정적인 사랑을 표현할 때에도 빨간색을 흔히 사용한다. 이렇게 빨간색은 식욕, 성욕, 감정과 같은 인간의 통제할 수 없는 본능을 대표하는 색이라고 할 수 있다. 빨간색은 역동적인 에너지와 귀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으니 절대 권력을 치장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색상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빨간색은 훈장, 휘장, 국기에 사용되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으며, 파티를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흔히 사용된다.

 

 

유럽 최초의 문명이라 할 수 있는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에는 디오니소스와 바쿠스라는 포도주의 신이 단독으로 등장한다. 그것만 보더라도 포도주가 인간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그리스-로마 신화와 유다교, 그리고 그리스도교로 이어지는 일련의 종교의식은 오늘날 세계 와인산지 거의 대부분이 그리스도교 문명국가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이후 2,000년간 포도주는 그리스도교의 핵심 음료로 자리 잡게 됐다.

포도주는 많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 성찬 전례에서 포도주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포도주는 미사 중에 거행되는 성체성사를 통해 ‘그리스도의 피’를 상징한다. 결국 포도주는 새로운 계약을 맺기 위하여 흘리신 예수님께서 흘리신 피에 대한 성사적 표지가 된다. “또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모두 이 잔을 마셔라.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태 26,27-28).” 또한 포도주는 그리스도의 사랑에 참여하고 그분 안에 머무르게 하는 계약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 잔은 너희를 위하여 흘리는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루카 22, 20).

성경에서 예수는 특별히 새 포도주에 관해 언급하였다. “또한 아무도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도 부대도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마르 2,22). 여기서 새 포도주는 예수가 선포하신 복음에 비유한 것이다. 새 포도주는 구원받았을 때의 삶의 기쁨과 풍요로움과 관련돼 있다.

포도주와 부대를 수식하는 ‘새’라는 부사도 다른 의미를 지녔다. ‘새 포도주’라는 단어에 사용된 헬라어 ‘네오스(neos)’는 양적인 면에서 새로운 것을 의미한다면, ‘새 부대’에 사용된 헬라어 ‘카이노스(kainos)’라는 단어는 질적인 면에서 새로워진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다’라고 말할 때도(1코린 5,17) 이 단어가 쓰였다.

이것은 전혀 다른 새로운 하나를 의미하는 것이다. 복사 품이나 모조품이 아니라 종류와 질에서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된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부대에 넣으면 새 포도주가 그 가죽부대를 터뜨려서 포도주는 쏟아지고, 가죽 부대를 못 쓰게 된다는 것도 같은 논리이다. 그래서 새 포도주는 반드시 새 가죽부대에 보관해야 했다. 결론은 새로운 내용은 새로운 용기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복음을 과거의 율법 그릇에 담을 수 없다는 말이다.

 

천지창조와 더불어 사람이 이 땅에 생겨난 후 약 천년쯤 지나, 하나님의 물 심판이 온 천하에 도래한다. 다 죽고 노아의 식구 여덟 명 만 달랑 살아남았다. 600살 된 노아와 그의 아내, 그리고 노아의 아들 셋과 며느리 셋, 그렇게 여덟 명이 대홍수 속에 덩그러니 살아남았다. 그 기막힌 사실[!]이 한자에 그대로 상형화되어 남아있는데, 그게 바로 ‘배 선(船)’자에 담긴 ‘창세기의 비밀’이다.

작은 배를 뜻하는 ‘배 주(舟)’에 ‘여덟[八] 식구[口]’가 붙으니 큰 배를 뜻하는 ‘배 선(船)’자가 된다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기가 막히게 부합되는 문자이다. 노아의 식구 여덟 명이 ‘노아의 방주(Noah’s Arc)’ 안에서 살아남은 역사적 사실이 바로 ‘배 선(船)’자 한 글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사실! 은 경이롭다. 창조주 하나님의 눈에 잘 보여 크게 은혜를 입은 노아이다. <구약성경 창세기> 6장은 이렇게 노아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노아는 [주]의 눈에 은혜를 입었더라(But Noah found grace in the eyes of the LORD). 그렇게 전하는 <창세기> 6장은 인류 역사의 은밀한 구석 또한 가감없이 기술하고 있다.

 

취태의 배경에 대한 다른 이야기도 전해진다. 성경에서 최초로 포도주에 대해서 언급한 구절은 대홍수가 끝나고 노아(Noah)가 정착하여 농사를 시작할 무렵이다. 성경에 의하면, 노아가 홍수 후에 한 최초의 활동 중 하나는 포도나무를 심고 포도주를 주조하는 것이었다. 포도나무를 심고, 경작하고, 추수하고, 포도를 가공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을 것이기 때문에, 방주에서 나온 <창세기> 9장 18절과 21절의 사건 사이에는 적어도 몇 달의 기간이 흘렀음에 틀림없다.

인류 역사상 술을 마시고 죄를 범한 최초의 사람도 노아가 처음이다. 홍수가 지나고 세월이 흐르면서 노아의 가정은 이제 세상에 어느 정도 적응을 시작하였다. 노아는 방주 밖으로 나왔을 때 아담이 에덴동산으로부터 가져온 포도나무를 발견한다. 그는 그것에서 포도를 맛보았다, 그리고 맛이 좋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포도나무를 심고 재배하기로 결심했다. 그날에 그는 포도를 심었고, 나무는 열매를 맺었으며, 그는 그것을 포도 틀에 넣어 주스를 만들었다, 그것을 마셨으며 많이 마셔 취했다, 그리고 명예를 잃었다. 하루 만에 그렇게 되었다. 노아는 포도주로 인하여 경건성을 점점 상실하고 있었다.

<창 9:20-23>에 노아가 농업을 시작하여 포도나무를 심었더니, 포도주를 마시고 취하여 그 장막 안에서 벌거벗은지라. 가나안의 아비 함(Ham)이 그 아비의 하체를 보고 밖으로 나가서 두 형제에게 고하매, 셈(Shem)과 야벳(Japheth)이 옷을 취하여 자기들의 어깨에 메고 뒷걸음쳐 들어가서 아비의 하체에 덮었으며, 그들이 얼굴을 돌이키고 그 아비의 하체를 보지 아니하였더라는 내용이다.

 

노아는 완전한 자이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자였다(창 6:9-10). 이렇게 완전하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자가 포도주를 마시고 취해서 하체를 드러내는 추태를 보였다.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노아는 거듭난 자의 모형이라는 것으로 그리스도인들은 해석한다. 완전한 자이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자로서 하나님의 나라가 그에게 임한 자이다. 그래서 그의 행동은 우리 육신에 속한 사람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라도 그런 행동의 배경에는 하나님이 허락하심이 있고 인도하심이 있다는 것이다.

노아의 행위를 육신적인 눈으로만 본다면 장막에서 술 취해서 하체를 드러낸 것 그것이다. 그러나 노아의 이런 행동에는 영적 의미가 숨어 있는 것으로 종교 학자들은 해석한다. 그것은 노아가 마시고 취한 포도주란 일반 포도주가 아니라 ‘성령의 포도주’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아는 성령에 충만하여 보인 행동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를 비롯하여 함의 눈에는 일반적인 포도주를 마시고 술 취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즉, 가나안에 대한 노아의 저주와 관련된 <노아 미드라쉬(Noah Midrash)>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사실은 포도나무를 발견하게 하고 심게 하고 기르게 한 것은 타락한 천사인 ‘사탄(Satan)’이었다. 사탄의 기원은 다소 신비 속에 가려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도 피조된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가장 품위 있는 모습으로 창조되었다. 타락하기 전에 사탄은 기름 부음을 받은 덮는 그룹이었다.

사탄은 ‘사마엘(Samael)’이라 불리우는 ‘타천사’로 ‘신의 악의’ 또는 ‘신의 독’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대적하는 자’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사마엘’은 제 6계급 ‘능천사’였으며, 현재는 7가지 대죄들 중 하나인 ‘분노’의 위치에 서있다. ‘어둠의 지배자’로 불리는 로마 제국의 수호 악마이며, 동시에 망자들을 이끄는 ‘죽음의 천사’로도 알려져 있다. 이러한 처지에 놓인 사탄이 포도를 심는 데 일조하였으니 포도주에 취한 결과 타락처사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아담과 하와가 그냥 포도 열매를 먹은 게 아니라 포도를 발효시켜 포도주를 마셨다 하며, 포도주는 <요한계시록>에서 ‘간음’을 의미하며, 때로는 ‘신의 분노’를 의미하기도 한다. 즉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사마엘’은 인간들에게 포도주를 준 범인이라는 말이 된다. 아담과 하와는 이 ‘금단의 맛’을 알게 된 탓에 신의 분노를 사서 낙원에서 추방되고 말았고, 그리고 그런 죄를 짓게 한 포도나무를 일부러 낙원 중앙에 심은 ‘사마엘(Samael)’도 천계에서 추방되었다. 이를 불쌍히 여긴 천사가 지팡이를 꽉 쥐고 눈물을 흘림에 그 눈물이 지팡이를 타고 내려 땅으로 스며들어 뿌리내리고 생겨난 나무가 포도나무라고도 한다.

꽤 낭만적인 스토리이다. 포도는 저주가 풀려지고 축복을 받았지만 ‘사마엘’은 타락 천사로서 ‘죽음의 천사’라 불리게 되었다. 나중에 사탄은 초자연적인 존재로의 ‘대적자’, 즉 악마의 고유명사가 되었다. 이렇듯 포도나무를 재배하는 일에서 노아의 조력자는 바로 사탄이었다. 사탄은 그가 발견한 꺾꽂이 가지를 심는 데 열중하고 있었던 매우 중요한 순간에 우연히 나타났다. 아담에게도 사탄이 와서 죄를 짓게 한 그 길을 노아도 걷고 있었다. 사탄과 노아는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사탄; 무엇을 심으려고 하느냐?

노아; 포도나무를 심으려고 한다.

사탄; 포도를 심어서 무엇 하려고 하느냐?

노아; 포도에서 포도 열매를 따려고 한다. 포도는 그대로 먹어도 말려서 먹어도 달다. 특별히 포도주는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사탄; 좋다. 내가 같이 가서 포도농사를 같이 지어주겠다.

노아; 그렇게 하여 준다면 환영하마!

 

 

남태우 교수

▴문학박사/중앙대학교 명예교수▴음주문화칼럼니스트

◇ 음주관련 저작리스트:▴비틀거리는 술잔, 휘청거리는 술꾼이야기(1998)▴주당별곡

(1999)▴술술술, 주당들의 풍류세계(2001)▴알코올의 야누스적 문화(2002)▴음주의 유혹, 금주의 미혹(2005)▴주당들의 명정과 풍류(2007)▴홀 수배 음주법의 의식과 허식(2009)▴술잔의 미학과 해학(2013)▴은자의 명정과 청담세계(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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