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않은 ‘에움길’

데스크칼럼

 

생각지도 않은 ‘에움길’

 

 

누군가는 지름길을 택하고 또 누군가는 돌아가는 에움길을 택해 인생길을 걷는다. 지름길을 택한 인생은 남 보다 한발 앞서가면서 호사를 누릴 수도 있겠지만 뒤안길에 펼쳐지는 서사(敍事)는 느끼지 못할 것이다.

지름길을 택하든 에움길을 택하든 인간만사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어쩌다 보니 그런 길을 걷고 있음을 느낄 뿐이다.

며칠 전 경북 영천엘 다녀올 일이 있었다. 제2영동고속도로 여주 IC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갈 계획이었는데 무슨 생각을 하다가 여주 IC를 지나치고 말았다. 그렇다고 차를 돌릴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할 수 없이 중앙고속도로를 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일찍 출발한 관계로 영천에서의 약속시간에는 대갈 수 있어 가슴 졸일 일은 없었다.

모처럼만에 중앙고속도를 달리다 보니 중앙고속도로가 이렇게 아름다운 고속도로였나 하며 산천경계를 감상했다.

정상적인 코스 보다 수십㎞를 돌아가는 에움길이었지만 아름다운 6월의 산하(山河)를 감상하는 것으로 충분한 보상이 되었다.

우리는 철학자가 아니고 도를 닦는 인생도 아니 것만 때로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할 때가 있다.

어떤 이는 짧고 굵게 살고 싶어 하고 어떤 이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삶이 정답일수는 없다.

최근 연예인 송해 씨가 95세 나이로 별세했다. 보통사람들이 생각하기엔 건강하게 사시다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하겠지만 가족들 입장이나 연예계에선 아쉬워한다.

분명한 것은 故 송해 씨는 지름길을 걸어온 것 같지는 않다. 에움길을 걸어왔으며 뒤안길에서 숱하게 많은 사연도 봤을 테고 경험도 했을 것 같다. 그래서 입담 좋게 ‘전국 노래자랑’의 사회를 37년간이나 이어오지 않았겠나.

우리는 평생 길을 걷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굽어진 에움길보다는 지름길이나 곱게 뻗은 길을 택하기를 바란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빨리빨리 문화에 젖어 있어 정상적인 길이 있어도 지름길이 있으면 그 길을 택한다. 공원같은 곳에 잔디밭이 있고, 출입금지 팻말이 세워져 있다. 누군가 잔디밭을 질러 간 흔적이 있으면 얼마 안 있어 그곳에 길이 생겨난다.

아마도 먼 옛날 짐승들이 먹이 찾아다니던 오솔길이 도로로 발전했던 것과 같은 이치다.

인생길은 안 가본 길을 가는 여행객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길을 못 찾아 헤메고, 누군가는 잘못된 길로 가서 헤맨다. 그러나 누구는 한 길을 묵묵히 간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길도 있다. 탄탄대로가 있으면 막다른 골목도 있다. 세상에 같은 길은 없다. 나만의 길만 있을 뿐이다.

미국의 유명한 가수였던 ‘프랭크 시내트라’ 에겐 “yes, it was my way” 였고, “l did my way 난 내 방식대로 했다” 였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그의 명시, ‘가지 않은 길’ 에서 이렇게 술회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덜 다닌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문화예술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지름길 보다는 에움길을 걸어 왔고, 걸어갈 것처럼 보인다. 그래야 뒤안길의 서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의원들의 날선 비판이 웃음거리로 회자되곤 한다. 이들 상당수는 덜 익은 상태에서 출하된 자두 같다고나 할까. 잘 익은 자두는 입안에 퍼지는 향과 달콤함에 잠시 행복해지지만 덜 익은 자두는 맛이 없다.

지름길을 택한 사람들이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름길로 가면 일찍 그만큼 삶에서 누락되고 생략되는 게 많을 것이다. 에움길로 가면 늦지만 많이 볼 것이다.

꽃구경도 하고, 새소리 바람소리도 듣고, 동반자와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에움길. 지름길 보다 많은 것을 볼 수 있어 때론 좋은 길이기도 하다.

<교통정보신문․삶과술 발행인>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