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점주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박록담의 복원전통주스토리텔링 110번 째 이야기

 

백점주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백점주’는 ‘청서주(淸暑酒)’와 같은 이양주류(異釀酒類)의 하나로 여겨진다. 이양주란 술독이 아닌 다른 용기를 사용하여 술을 빚는 경우를 가리키거나 술독을 찬 물그릇에 담가놓고 발효시키는 방법 등이 있다.

예를 들면, 대표적인 이양주로 지칭되는 ‘와송주(臥松酒)’를 빚는 방법으로 <林園十六志>를 보면 “누운 소나무의 몸통 부분을 구유처럼 긴 원통형으로 둥그렇게 판 다음, 그 곳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파 낸 소나무 껍질로 뚜껑을 덮는다. 황토를 되게 개어 뚜껑 부분에 두텁게 바른다. 다시 기름종이로 싸매고, 새끼로 단단히 동여 맨 다음, 풀을 뜯어다 위를 덮어 비가 들어가지 않게 한다. 술이 익기를 기다렸다가, 밀봉한 종이와 흙을 벗겨내고 채주한다.”고 하였다.

 

또 <故事撮要>의 ‘청서주(淸暑酒)’ 빚는 법은, “찹쌀 1말을 곱게 찧어 아침에 흐르는 물에 담가둔다. 따로 누룩가루 2되를 물에 담가둔다. 저녁에 밥을 쪄서 서늘해 질 때까지 우물물에 씻는다. 물기를 없애고 물에 담가두었던 누룩가루를 체에 밭쳐 찌꺼기를 없애고 고르게 섞는다. 다음날 저녁에 냉수를 큰 그릇에 담아 술 빚는 항아리 가운데에 놓고, 날마다 물을 바꾼다. 다시 36일이나 37일이 지나면 항아리위에 맑게 된 것을 병에 넣고 항상 술병에 술을 넣고는 물에 채운다. 이 처방은 여름에만 쓸 수 있다.”고 하였다.

 

<양주방(釀酒方)>의 두말 빚이 ‘백점주법’은 ‘여름에 쓰는 법’이라 하여, 청서주와 같은 방법으로 빚는 술임을 암시하고 있다. 주방문을 보면, “시루의 고두밥에 구멍을 많이 뚫어놓고, 고두밥에 냉수를 골고루 뿌려서 고두밥을 차게 식힌 다음, 뿌린 냉수가 시루 밑으로 다 빠지길 기다렸다가, 고두밥에 가루누룩 1되, 끓여 식힌 물 적당량(?)을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방문 말미에 “술독을 찬데 놓고, 찬물을 그릇 밖에 헛트라(뿌려라)”고 되어 있어, ‘청서주’와는 또 다른 방문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와 같은 방문은 <양주방(釀酒方)>이 처음으로 생각된다.

 

이상의 ‘백점주’ 빚는 법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고두밥을 찬물로 씻어 냉각시킴과 동시에 끓여 식힌 물을 양조용수로 사용한다는 것인데, ‘청서주’에 비해 누룩을 적게 쓰는 대신 발효를 촉진시킬 목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운 여름철에 빚는 만큼 술독의 품온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술독의 겉면을 찬물을 뿌려 줌으로써 냉각효과를 유도하기 위한 방법임을 알 수 있다.

‘백점주’라는 주품명이 암시하고 있듯, 술 색깔이 희고, 찹쌀로 빚는 만큼 점성이 놓은 술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백점주’를 빚을 때 가장 중요한 일은, 찹쌀고두밥을 찬물로 식히는 과정으로, 시루를 떼어다 우물가에 가져다 놓고, 재빨리 주걱으로 고두밥을 찔러서 몇 군데 구멍을 뚫어 놓고, 즉시 찬물을 퍼부어서 차게 식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수돗물은 사용을 해서는 안 되고 우물물이나 지하수를 사용하는데, 여의치 않으면 수돗물을 미리 받아서 냉장고에 넣어 차게 식혀두었다가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술빚을 때 사용하는 양주용수(끓여 식힌 물)의 양을 짐작하여 넣어야 한다. 통상적으로는 1말~2말 정도가 사용되나, 여름철 술로서 특히 ‘백점주’가 되기 위해서는 5되~1말의 단위를 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술독은 여름철이라도 바람이 잘 통하고 그늘지고 찬 곳에 두어야 하는데, 마땅치 않으면 기다란 호수를 사용하여 술독을 칭칭 감고, 수돗물을 조금씩 흘려주는 방법도 좋다.

백점주법 <양주방(釀酒方)>

두말 빚이, 여름에 쓰는 법

 

술 재료:찹쌀 2말, 가루누룩 1되, 냉수 적당량, 끓여 식힌 물 적당량

술 빚는 법:①찹쌀 2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치고 익게 찐다.②고두밥이 익었으면, 시루째 떼어 넓은 그릇에 쳇다리를 걸치고, 그 위에 올려놓는다.③시루의 고두밥에 구멍을 많이 뚫어놓고, 고두밥에 냉수를 골고루 뿌려서 고두밥을 차게 식힌다. ④고두밥이 식고 뿌린 냉수가 시루 밑으로 다 빠지길 기다린다.⑤고두밥에 가루누룩 1되, 끓여 식힌 물 (적당량 ?)을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⑥술밑을 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찬 곳에 앉힌 후, 찬물을 술독 외벽에 뿌려 독을 차게 식혀가면서 두고 익기를 기다린다.

* 주방문 말미에 “술독을 찬데 놓고, 찬물을 그릇 밖에 헛트라(뿌려라)”고 되어 있어, ‘청서주’와는 또 다른 방문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와 같은 방문은 <양주방(釀酒方)>이 처음으로 생각된다.

 

 

박록담의 복원전통주스토리텔링 111번 째 이야기

팔선주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무병장수(無病長壽)’ 또는 ‘연년익수(延年益壽)’를 인간의 본능(本能)이자 끝없는 염원(念願)으로 인식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본능과 염원을 담은 음식과 약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인간의 삶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를 알 수 있다. 무병장수나 연년익수에 대한 상징적인 음식이자 약으로 술을 들 수 있는데, 소위 ‘신선주’로 대표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신선주는 ‘오선주’를 비롯하여 ‘칠선주’, ‘팔선주’, ‘신선주’, ‘제세팔선주’ 등이 전국에 분포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들 신선주류는 문헌이나 기록에서는 찾기가 힘들고, 전승가양주 형태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간 민간의 전승 가양주로만 알려져 왔던 ‘신선주류(神仙酒類)’ 가운데 ‘팔선주’가 문헌의 기록으로 등장하는 것은 <음식방문>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물론, <東醫寶鑑> 등에 ‘신선고본주’가 등장하고 있고, <林園十六志>에도 ‘신선주(神仙酒)’가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東醫寶鑑>의 ‘신선고본주’는 ‘고본주’의 이명(異名)이고, <林園十六志>의 ‘神仙酒’는 약재를 술과 곁들이는 것으로 되어 있어, 엄밀한 의미의 신선주류는 <음식방문>의 ‘팔선주’가 처음일 것으로 사료된다. 민간에 전승되고 있는 신선주류 가운데 <음식방문>과 일치하는 주품명의 ‘팔선주’는 전북 부안군 일대에는 ‘청림팔선주’를 비롯하여 ‘풍랑팔선주’, ‘신선대팔선주’ 등 3가지 ‘팔선주(八仙酒)’가 있다. 이러한 사례는 전국을 통틀어 유일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지역의 ‘팔선주’는 지리산 청학동으로 흘러들어가 ‘청학동 신선주(神仙酒)’와 장성군 황룡면의 ‘팔목주(八木酒)’를 낳기도 한다.

먼저, 상서면 일대에 전승되고 있는 ‘청림팔선주’는 오가피 1.2Kg을 비롯하여 마가목·노나무 · 음정목 각 600g, 우슬 600g, 위령선300g, 창출 500g, 석창포 400g 등 여덟 가지 약재를 물 75리터에 넣고 오랫동안 달여서 물이 25리터가 되면 차게 식혀 놓고, 멥쌀 2말 5되를 백세 하여 하룻밤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고두밥을 짓고, 익었으면 퍼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고두밥에 약 달인 물과 누룩가루 1말 2되 5홉을 한데 합하고 고루 버무려서 술밑을 빚고, 여름철은 11일, 겨울철에는 14일간 발효 숙성시킨 후 채주하여 마신다고 하였다. 또한, 진서면 풍랑리를 중심으로 한 ‘풍랑팔선주’는 위령선 대신 바람풍나무를 사용하고, 진서면 석포리를 중심으로 한 ‘신선대팔선주’는 우슬과 창출, 석창포 위령선 대신 바람풍나무와 엄나무, 참빗살나무, 초피나무를 약재로 사용하고 있어, 지역마다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음식방문>의 ‘팔선주’ 주방문을 다시 살펴보면, 오갈피·우슬·송절·위령션·함한피·마가목의 껍질을 벗겨 각각 물에 달여 졸이고, 창출과 우슬은 깨끗이 씻어 다듬고, 각각의 약달인 물과 함께 다시 삶아서 차게 식힌 후에 4일간 물에 담가 불려두었던 쌀을 쪄서 식기를 기다렸다가, 쌀 1말당 섭누룩 3되와 약 달인 물 5사발을 한데 섞어 술을 빚는데 9일간 발효시킨 후, 증류하여 소주로 마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변산지방의 전승가양주 ‘변산 팔선주’와 <음식방문>의 ‘팔선주’는 약재의 종류와 쌀, 누룩 등 비율에서 차이가 있으나 술을 빚는 방법이 한 가지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들 주방문을 통해서 알 수 있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약재를 가능한 오랫동안 진하게 달여서 약성을 높이는 한편으로, 그 성질을 변화시켜서 술빚기에 사용한다는 것이고, 약재의 양이 많은 것과 관련하여 누룩의 양도 비교적 많이 사용된다는 것이다. <음식방문>의 ‘팔선주’가 특별하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약용약주를 그냥 마시지 않고 증류하여 소주를 내린다는데 있다고 하겠다.

대개의 약용약주류는 그 맛과 향기를 즐기기 보다는 약효를 얻고자 한데서 발효주 상태로 즐겨온 것과는 달리 증류하여 소주를 마심으로써, 약효도 강화시키고 음주에 따른 흥취도 얻고자 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팔션주법 <음식방문>

 

주 원료:멥쌀 (1말), 약재(오가피 · 송절 · 위령선 · 함한피 · 마가목) 적당량(각 1근), 섭누룩 3되, 물 (10사발)

술 빚는 법 : ①멥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3일간 불려 놓는다.②오가피·송절·위령선·함한피·마가목을 껍질을 다듬어 각각 조각낸다. ③창출과 우슬은 정히 다듬어 물에 깨끗하게 씻어낸다.④물 (10사발)에 오가피·송절·위령선·오가피·송절·위령선·함한피·마가목·창출·우슬을 한데 넣고, (5사발이 되도록 오랫동안) 달인다.⑤(약 달인 물은 고운체에 밭쳐 찌꺼기를 제거한 후,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⑥불린 쌀을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고, 익었으면 퍼내고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⑦쌀 1말당 약달인 물 5사발과 섭누룩 3되를 고두밥에 한데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⑧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서늘한 곳에 앉혀두고 9일간 발효시킨 후, 술을 걸러서 탁주를 만들어 놓는다.

증류 :①불을 지핀 솥에 예의 방법대로 탁주를 담아 안치고, 소줏고리를 얹는다.②솥과 소주고리, 냉각수 사이를 소주번을 붙여 김이 새는 것을 막는다.③소줏고리에 냉각수를 붓고, 불을 조절한 후에 증류를 한다.④상법대로 소주를 내리는데, 쌀 1말에 2식기씩 받아내고 단단히 밀봉하여 더운 곳에 두었다가, 삼일 후부터 마신다.

 

* 주품 명에서는 전북 변산 지방의 ‘신선대팔선주’나 ‘풍랑팔선주’ 등과 유사하나, ‘약용증류주’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술 빚는데 사용되는 주요원료인 약재와 달이는데 사용되는 양주용수의 양이 구체적이지 않다. 따라서 약재와 양주용수의 양은 임의대로 계량하여 주방문을 작성하였음을 밝혀둔다. 그리고 주방문 말미에 “백병이 침식하리.”라고 하였다.

 

 

박록담은

* 현재 : 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 전통주 관련 저서 : <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 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 시집 : <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 만 싶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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