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관제(獵官制)로 바라본 어공들에 대한 단상

세종시 금강의 아름다운 밤 풍경

『빈 술병』

 

엽관제(獵官制)로 바라본 어공들에 대한 단상

 

육정균(시인/부동산학박사)

 

 

한반도에 그간 마른장마가 이어지다가 한순간에 엄청난 물 폭탄이 쏟아져 서울, 인천 등 수도권과 전국적으로 사망사고까지 피해가 엄청나다. 예나 지금이나 치산치수(治山治水)는 국민의 민생과 안전에서 가장 중요한 통치행위이다.

따라서 태평성대만 부르짖으며 지나친 이념적 편향으로 국민을 편 가르면서 기본적인 민생문제까지도 등한히 하는 정치집단에게는 앞으로 국민들이 집권기회를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치산치수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통 큰 재정을 지속적으로 투입하여 끊임없이 건설하고 관리해야만 한순간의 엄청난 폭우나 장기간의 극심한 가뭄에도 전혀 문제가 없는 나라로 거듭날 것이다.

 

인재(人災)에 해당되는 엄청난 물 폭탄의 피해를 보면서 갑자기 늘공과 어공이 생각났다. 늘공은 직업공무원제로 늘 공무원들인 사람들이고 정년과 연금의 보장으로 묵묵히 치산치수를 실천할 국민들의 공복이다.

어공은 정치적으로 공을 세워 엽관제(獵官制)에 의해 통치권자의 인사에 따라 어쩌다가 공무원이 된 사람들이다. 우리나라는 직업공무원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공무원이 집권세력의 논공행상의 제물이 되는 엽관제도(獵官制度)를 지양하고 정권교체에 따른 국가작용의 중단과 혼란을 예방하고 일관성 있는 공무수행의 독자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공무원의 신분이 보장되는 공직구조에 관한 제도이다(헌법재판소 1989. 12. 18. 89헌마32, 33 전원재판부)

 

미국에서 발달한 엽관제는 워싱턴 대통령 때부터 시작하여 1820년 ‘4년 임기법(공직자의 임기를 대통령의 임기와 일치시킴)’에 의해 법적 기초가 마련되었다. 이후 1829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잭슨이 의회에 제출한 교서에서 엽관제를 국가의 정식 인사정책으로 채택하겠다고 선언한 데서 그를 흔히 엽관제의 시조로 본다.

엽관제는 민의(民意)에 충실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의 지지자들로 공약을 실현할 수 있다는 성격을 가진 반면, 정실(情實)에 따라 관직이 좌우되어 공정하고 안정된 행정이 능률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또한 행정의 계속성과 전문성이 훼손된다는 비판도 있다. 이 엽관제에 의해 임용된 공무원들의 전문성 부족, 정실주의, 매관매직, 부정부패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자 점차 이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직업공무원제도(실적주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정치적 임명을 하는 관직을 제한하고 일반 공무원에 대해서는 실적주의에 따르는 관행으로 점차 변화하였다.

 

우리나라도 정무직 공무원과 정부 산하 공기업 사장 등은 엽관제로 운영되고 있다. 엽관제는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은 사람이나 정당이 관직을 지배하는 인사 형태로,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가치를 공유하는 인물들을 장차관급 정무직이나 공공기관장 등 어공에 임명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이다.

전쟁의 전리품과 같이 선거에서 이긴 쪽이 정부의 정무직 등 공공기관장의 임명권을 다 가져가는 것이다. 또 그들은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다 같이 물러난다. 따라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같이 ‘임기를 채우겠다’고 버티는 것은 엽관제를 기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서 어공 입장에서 늘공을 주장하는 것으로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어느 정파든 다시 재집권했을 때를 위해서도 전혀 아니다.

대의 민주주의에서는 국민의 뜻에 따라 선출된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 철학에 맞는 인사를 임명하고, 그 통치행위를 통해 다시 국민의 뜻을 묻는다. 따라서 미국과 같이 대통령제를 실시하는 우리나라도 기본적으로 튼튼한 직업공무원제와 함께‘엽관제’의 속성을 띨 수밖에 없다.

 

정권이 바뀌면 사람도 바뀌게 마련이고, 선거 과정에서 공신에게 공직을 배분하고 정책적 성과를 거두고 그 결과를 다음 선거에서 평가받게 된다.

그런데, ‘민주당 정권’에서 ‘국민의 힘 정권’으로 정권교체가 되었는데도 장관급 정무직은 물론 수많은 정부 공사 등의 임원들이 임기운운하며 버티고 앉아 새로운 정권에 반대되는 정책적 소신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 작금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런 상태에서 나라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것이 또한 정상일까?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정권마다 그들이 갖는 통치철학을 공유한 공신들이 대통령의 임기동안 함께 일하고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어공의 입장에서 다음 정부에 자리를 비워주어야 하는 엽관제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제하에서 정권을 잡은 주체가 전리품으로 갖는 엽관제하의 장차관급 정무직과 정부 산하 기관장 등은 정권이 바뀌면 전임 정권 대통령과 같이 당연히 물러나서, 새로운 정부가 소신껏 일하도록 문을 활짝 열어주는 관행을 지켜야 다시 정권을 잡았을 때도 썰물과 밀물처럼 교대 가능할 것이다.

 

아울러, 치산치수와 같이 국민의 생존과 바로 직결되는 민생정책의 지속적인 집행은 정권교체와는 상관없이 계속성을 유지하여 몇 백 년만의 폭우가 쏟아져도 문제가 전혀 없는 나라를 만드는데 기여해야 한다. 이런 계속성 있는 치산치수 등 물관리 정책의 실현은 늘공들이 담당하고, 어공들은 늘공들이 소신껏 일하도록 정치적으로 이들을 지원하다가 정권이 바뀌면 깨끗이 물러나는 한국사회를 그리며, 맥주보다 더 시원한 금강의 막걸리 한 사발 들이켠다.

 

* 육정균 : 충남 당진 出生, 2000년 작가넷 공모시 당선,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詩), 2004년 개인시집 「아름다운 귀향」 출간, 2005년 현대인 신인상(小說), 부동산학박사, (전) 국토교통부(39년 근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부이사관), 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 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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