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 속으로 날아간 별

김원하의 취중진담

 

술잔 속으로 날아간 별

 

 

본지 발행인밤하늘에 영롱하게 떠 있는 별은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사랑하는 애인에게 가장 좋은 선물로 별을 따다 주겠다하질 않는가.

이처럼 별은 우리 인간사회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때문일까. 군대의 계급에서 별은 가장 놉은 계급이다. 직업 군인에서 별은 희망이다. 별을 달면 100여건이 넘는 특권(?)이 생긴다고 하니 장교로 들어간 군인들은 별을 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한다.

그런데 하물며 하나도 아닌 별 네 개(대장)를 단 장군이 과도한 음주 때문에 하루아침에 별을 날린 사건은 음주문화에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이미 많은 보도를 통해 아려진 일이긴 하지만 신현돈 육군 1군사령관(대장)이 군사 대비태세 강화 기간에 근무지를 이탈해 과도한 음주를 한 사실이 적발돼 전격 경질됐다는 것이다.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신 전 사령관은 지난 6월19일 모교에서 안보강연 후 모교 교사들과 무리한 음주를 하고 휴게소에서 민간인과 문제를 일으켜 군의 품위를 손상해 전역 조치를 당했다.

​군에서 별을 하나만 다는 것도 힘든 일인데 별 넷을 단다는 것은 본인은 물론 이려니와 문중의 자랑 거리인 것이다. 그런데 과도하게 술을 마신 것이 문제가 돼 하루아침에 별 넷이 술잔 속으로 날아가 버린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신 전 사령관이 어울린 술자리에 어떤 사람들이 참석했고, 몇 명이 모였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마도 동문들을 비롯한 교사 등 많은 사람이 모여서 술을 마셨을 것이 뻔하다. 이쯤 되면 주인공인 신 전 사령관에게 술 한 잔씩만 권해도 순간 여러 잔이 집중됐을 것이다. 주인공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받아 마셔야 되는 것이 인지사정 때문이다.

술이 센 사람도 이런 집중 포화(?)를 당하면 견디어 내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가령 20명이 모인자리에서 “내술 한 잔 받으시오”하며 건네기 시작하면 뒤질세라 여기저기서 술잔을 건넨다. 건네는 사람은 혼자라고 생각하지만 받아 마셔야 하는 입장에선 20잔을 마셔야 한다.

에로부터 술에 장사가 있겠는가. 이쯤 되면 사람이 술을 마시다가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마시게 되는 꼴이다.

이런 양상은 비단 우리나라만 있는 풍습은 아니다. 니콜라 랑크레의 ‘정원에서의 점심 파티’ (1735년께, 캔버스에 유채, 보스턴 미술관)를 보고 있노라면 모처럼 일곱 명의 나리들이 한데 모여 대낮부터 술파티를 벌이고 있다. 식탁을 야외에 차린 걸 보면 아주 끝장을 보겠다는 심사다. 모두 홍조 띤 얼굴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거나하게 취한 상태다. 상아래 늘어선 술병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짐작할 수 있다. 참으로 가관이다.

성인(聖人)으로 평가받는 공자(孔子)도 무척이나 술을 좋아했다고 한다. 공자의 음주 습관을 논어 향당편(鄕黨篇)에서는 “주량이 무량이되 난잡하지 않았다”고 했다. 조선 22대 국왕인 정조는 공자의 음주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고 한다. “술을 마시지 않아야 할 때 술을 마시지 않는 용기가 있어야 하는 것이고, 술을 마셔야 할 상황이 되었을 때 기쁘게 한껏 먹는 것, 이것이 공자의 음주법”이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용기가 없다. 술자리에서 아무리 집중 포화를 당해도 요령껏 마시거나 사실을 이야기 하는 용기가 없기가 없다.

이제는 술자리에서 주빈에게 집중 포화를 퍼 붓는 습관은 고칠 때가 되었다. 지금 쯤 신 전 사령관에게 너도 나도 술잔을 건넸던 이들은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모교의 자랑스러운 인물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 일에 일조를 했으니 말이다.

별 네게가 술잔 속으로 살아져 버린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음주문화가 형성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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