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릉국방(襄陵麴方)

양릉국방(襄陵麴方)

 

중국 明代의 銘酒, 양릉주(襄陵酒)의 누룩

 

 


양릉국은 《임원십육지》(1827년경), 《농정회요》(1830년경), 《오주연문장전산고》(1850년경)에 수록돼 있다. 이 누룩 실습방문의 출처는 임원십육지이지만 이를 인용한 원전(原典)은 중국 명대(明代)의 고염(高濂)이 펴낸 《준생팔전(遵生八箋)》(1591년)이다. 여러 기록들에 따르면 중국 명대에 유명세를 탔던 주품(酒品)으로, 산서성(山西省) 양릉현의 양릉주(襄陵酒)용 누룩이다.

양릉주(襄陵酒)는 예부터 중국 천하에 알려진 유명한 황주(黃酒)였으며, 명대부터는 증류시켜 소주로 음용했다. 당시의 문헌 《오잡조(五雜俎)》에선 그 맛을 “심렬(甚冽)”,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청렬(淸冽)”, 《방추정잡기(傍秋亭雜記)》는 “천하의 술은 안으로부터 밖으로 발산한다… 산서의 양릉이 최고다… 양릉은 십여년 전에 북경에 알려졌는데 보다시피 제일이 되었다”라고 기록할 정도로 그 명성이 세간에 자자했다고 한다. 이렴(李濂)은 ‘제낙이양릉주방견시여법양조양가부차답의(弟洛以襄陵酒方見示如法釀造良佳賦此答意)’라는 시에서 “금쟁반에 떨어지는 이슬은 시리게 하얗고, 옥그릇에는 봄 향기가 한들거리며 피어오른다(金盤滴露冷冷白,玉碗浮春冉冉香)”며 양릉주의 색향미(色香味)를 감각적으로 묘사했다.

우리나라의 임원십육지와 농정회요는 누룩의 재료에 대해서만 간략히 기록하고 있는데,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누룩을 밤에는 이슬을 맞히고 낮에는 햇볕을 쪼인다. 맛이 엄열(嚴洌)하여 술량이 많은 자라도 5되를 넘기지 못한다”고 주품의 특징을 언급했다.

이 같이 중국과 우리의 기록을 보면, 양릉국으로 빚은 맑은 청주나 증류된 소주나 모든 술의 주질(酒質)이 좋다는 것이다.

현재 양릉주의 주방문(酒方文)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미 명대 이전부터 양조원료(釀造原料)로는 찰벼(糯稻)를, 누룩원료로는 소맥(小麥․밀)이나 미맥(米麥) 등의 혼합재를 썼다는 옛 기록들을 볼 때, 우리 전통주의 주방문 중에서 응용하려면 찹쌀로 빚는 감렬(甘烈)한 석탄향(惜呑香)이나 맑은 빛과 청량한 맛을 지닌 청명향(淸明香)과 녹파주(綠波酒), 소주다취로법(燒酒多取露法) 같은 소주 전용의 주품들을 참고해서 빚으면 될 것 같다.

양릉국의 주재료는 밀가루와 찹쌀로, 이전에 실습했던 설향국(雪香麴, 오주연문장전산고, 밀가루 6근․찹쌀가루 5근)과 비슷한 구성이다. 설향국으로 빚은 술들은 발효력이 약하고 맛도 무거운 편이었지만, 이런 단점이 꿀과 천초(川椒․초피나무의 열매껍질을 한방에서 이르는 말)가 더해진 양릉국에서 보완된 것을 볼 수 있다. 실제 우리가 만들어 본 결과, 발효가 완료된 상태도 양호하고 다른 누룩에 비해 황국균(黃麴․麯菌)이 눈에 띄게 많이 피었다. 약한 천초향과 고소하고 달콤한 분유(粉乳)맛을 느낄 수 있었고, 이것으로 빚은 술의 발효상태도 아주 좋았다. 이는 부재료인 천초의 맵고 강한 향미와, 살충(殺蟲)성분으로 일부 잡균의 증식이 억제된 후 선별된 균주의 영양원으로 꿀의 당(糖)이 공급됐기 때문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물론, 음주와 관련해 꿀의 해독(解毒)과 숙취해소 기능, 천초의 복통치료와 이뇨제로써의 약효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소량 들어가는 천초의 기름성분도 발효된 술의 청징도(淸澄度)에 영향을 주진 않았지만, 간접적인 가향재로써 향미(香味)의 효과는 컸다. 평소 향신료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선호할 듯한 맛이고, 정유성분(精油成分)은 소주 증류 시에도 방향(芳香)과 잘 어우러져 풍성한 향을 낸다.

양릉국을 보면서 궁금해진다. 이렇게 유명한 술이 왜 우리 문헌에선 누룩만 인용됐고 주방문은 소개되지 않았을까. 양릉주를 마시면서 분국(粉麴․麯, 밀가루누룩) 청주(淸酒)의 청아함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양릉국 만들기>

실습과정은 출처 원방문(原方文)을 바탕으로 이해하기 쉽게 세부설명을 추가해 편집했다.

출처 :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1827년, 113권 52책 필사본

 

조선후기 실학자 서유구(徐有榘, 1764~1845)가 완성한 종합농업기술서로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라고도 불린다. 실학사상이 반영된 19세기 농업기술과 사회문화를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연구자료다. 900여종의 우리 고전과 중국문헌을 인용(서목을 자세히 명기)했지만 주체적인 입장에서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도록 꾸몄으며, 좋은 제도와 방법들은 검토․참작해 모두 포함시켰다. 그중 정조지(鼎俎志, 41~47권)는 편찬 당시의 음식에 관한 식재료와 조리법을 분류해서 정리한 것으로, 누룩 13가지와 양조법에 따라 분류된 194개의 주품이 소개돼 있다.

(*참조 번역본 : 임원십육지-정조지 이효지․조신호․정낙원․차경희 편역, 2007, 교문사)

Tip.

① 꿀을 먼저 섞은 후에 수분 상태를 보고, 부족한 물을 보충해서 조절한다.

② 천초의 씨와 껍질이 분리되지 않는 것은 독성이 강해 쓰지 않고, 빻아서 붉은 가루만 쓴다.(동의보감)

③ 천초의 향이 강해서, 증류주가 아닌 발효주로 음용할 경우 그 양을 줄여서 넣는다.

재료 : 밀가루 150근, 찹쌀 3말, 꿀 5근, 천초 8냥
① 찹쌀을 깨끗이 씻어 물에 불린 후 건진다② 건진 찹쌀을 빻는다.③ 빻은 찹쌀을 체에 내린다.

④ 천초를 빻는다.⑤ 재료들을 준비한다.⑥ 밀가루와 찹쌀가루에 천초가루를 섞는다.

⑦ 꿀을 부어 섞는다.⑧ 고르게 혼합한다.⑨ 부족한 수분을 더한다.

⑩ 혼합한 반죽을 체에 내린다. ⑪ 틀에 넣어 성형한다.⑫ 완성된 애누룩.

⑬ 발효된 누룩.⑭ 누룩의 단면.⑮ 분쇄한다.

햇볕에 법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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