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록담의 복원전통주스토리텔링 116번 째 이야기
춘주(春酒)의 특징 및 술 빚는 법
‘춘주(春酒)’는 흔치 않은 고급 청주류를 가르키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춘주라는 명칭은 중국 당나라 때부터 유래한 것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춘주’로 지칭되는 주품들의 주방문을 보면 다수의 주품에서 삼양주(三釀酒)인 것을 알 수 있고, 후대로 내려오면서 이양주(二釀酒)로 간소화된 것을 엿볼 수 있는데, 대부분은 술이름 끝에 춘(春)자를 붙이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다. 대표적인 춘주(春酒)는 ‘호산춘’, ‘동정춘’, ‘약산춘’, ‘노산춘’, ‘광릉춘’, ‘도화춘’, ‘두강춘’, ‘송계춘’ 등과 같이 춘(春)자가 맨 뒤에 오는 것인데, 단양주(單釀酒)로서 ‘춘주’가 있어 주목된다.
‘춘주(春酒)’라는 주품명과 함께 주방문이 수록되어 있는 기록은 <林園十六志>가 유일하면서 처음이다. 예외적으로 ‘춘(春)’이라고 하는 한 단어로 된 이름인 데다, 뒤에 다시 주(酒)자를 붙인 단양주법이어서, 이 ‘춘주(春酒)’를 춘주류에 포함시켜야 옳은지는 의문이 남는다. ‘춘주(春酒)’를 수록하고 있는 문헌은 <林園十六志> 외에도 <達生秘書>와 <東醫寶鑑>이 있는데, 이들 문헌에는 주방문은 수록되어 있지 않다. 다만 “술맛이 좋다. 아마도 지금의 삼해주(三亥酒)와 비슷한 것 같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히 <林園十六志>에 함께 수록된 ‘약산춘(藥山春)’ 또는 ‘호산춘(壺山春)’ ‘동정춘(洞庭春)’, ‘경액춘(瓊液春)’, ‘죽엽춘(竹葉春)’, ‘두강춘(杜康春)’, ‘봉래춘(逢來春)’, ‘신선벽도춘(神仙碧桃春)’ 등이 삼양주(三釀酒) 또는 이양주법(二釀酒法)으로, ‘춘주(春酒)’를 이들 주품들과 동류(同類)의 주품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어떻든 <林園十六志>의 ‘춘주(春酒)’는 주방문에 “춘주를 빚을 때는 누룩을 디딜 때 깨끗이 하여 곱게 빻고, 햇볕에 잘 말리는 것이 좋다. 정월 그믐날에 강물을 많이 길어 온다.”고 하고, “누룩 1말에 멥쌀 7말, 강물 4말의 비율로 담는다.”고 하였으나, 구체적인 술 빚는 법이 언급되어 있지 않다.
부득이 주방문에 근거하여 상법대로 술을 빚어 본 결과, 누룩냄새가 많이 느껴진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그 맛이 부드러워 소위 ‘달보드레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저장성은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었는데, 한창 맛이 들었다 싶어 아껴두었던 것인데, 7일이 지나지 않아 뿌연 부유물과 함께 탁해졌고, 그 맛이 시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이유가 고두밥이 고르게 무르게 쪄지지 않은 데서 온 문제였거나, 강물의 오염이 심했거나 하는 두 가지 이유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인과 보완 등 조치법을 생각해 보았는바, 다음 몇 가지를 지적할 수 있었다. 즉, 주방문의 설명대로 술을 빚는데 있어, 춘주와 같은 단양주일수록 강물을 떠다 바로 술을 빚지 말라는 것이다. 강물은 여러 가지 미네랄성분이 많아 발효를 촉진시켜 주긴 하지만, 그 외에 철분 등 불필요한 성분이 많기 때문에 감패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강물과 같은 물의 경우, 길어다 깊은 그릇에 담아두고 오랜 시간 방치하여 불순물을 제거한 ‘숫물’을 사용하는 방법이 요구된다. 또 불순물을 제거한 강물을 사용하여 수곡(水麯)을 만들 때도, 그 시간을 길게 하여 사용하는 방법을 꾀해야 한다. 주방문에는 고두밥이 식을 동안 누룩을 불려 사용하라고 되어 있으나, 쌀을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찌는 시간부터 고두밥이 완전히 식을 때까지 시간을 좀 더 길게 가지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대략 4~5시간이 걸리게 되므로, 수곡(水麯)을 만드는데 필요한 충분한 시간이 된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사실은 고두밥을 무르게 고르게 쪄야 한다는 것이었다. 매번 술빚기에 있어 가장 중요하면서 힘든 일이 ‘고두밥 짓기’라고 강조하였듯, 고두밥은 익은 상태가 고르고 무른 밥이 되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덜 익었더라도 전체가 고루 덜 익었거나, 밥처럼 질어 졌더라도 전체가 고른 진밥이라야 발효가 순조로워진다는 사실이다.
사실, ‘춘주(春酒)’의 문제는 고두밥의 증미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강물을 사용한 데서 오는 발효부진이 원인이었다. 강물에 섞여 있는 철분 등이 그 원인으로, 수돗물을 끓여서 사용하고 수곡의 침지시간을 좀 더 길게 한 술빚기에서는 강물을 사용했을 때와 같은 문제가 전혀 없었고, 그 맛과 향기도 여느 단양주와는 전혀 달랐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 술 빚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단양주가 오히려 더 어려운 방문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 춘주(春酒) <達生秘書>
술맛이 좋다. 아마도 지금의 삼해주(三亥酒)와 비슷한 것 같다.
◈ 춘주(春酒) <東醫寶鑑>
술맛이 좋다. 아마도 지금의 삼해주(三亥酒)와 비슷한 것 같다.
◈ 春酒方 <林園十六志(高麗大本)>
◇ 주 원료 : 멥쌀 7말, 누룩 1말, 물 4말
◇ 술 빚는 법①정월 그믐날에 강물을 길어다 그릇(독)에 4말을 담아 놓는다.②멥쌀 7말을 (백세 하여 물에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치고 고두밥을 짓는다.)③(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내어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④(고두밥이 식었으면 강물 4말에 누룩가루 1말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⑤(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킨다.)
* 방문 머리에 “춘주를 빚을 때는 누룩을 디딜 때 깨끗이 하여 곱게 빻고, 햇볕에 잘 말리는 것이 좋다. 정월 그믐날에 강물을 많이 길어 온다. 누룩 1말에 멥쌀 7말, 강물 4말의 비율로 담는다.”고 하였는데, 구체적인 술빚는 법이 언급되어 있지 않아 상법대로 방문을 작성하였다. 중국 문헌인 <제민요술>을 인용하였다.
박록담은
* 현재 : 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 전통주 관련 저서 : <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 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 시집 : <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