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하의 데스크 칼럼
강하면 부러진다
욕(辱)은 참으로 종류가 많다. 욕 하는 사람의 품격에 따라 상대방에게 저주를 퍼 붓는 욕도 있고, 칭찬(?) 하는 욕도 있다. 동물을 비유해서 하는 욕이 의외로 많다. 개가 듣는다면 기분 나빠할지 모르겠지만 흔하게 하는 욕이 ‘개새끼’다. 하필이면 ‘개새끼’일까. 소새끼(송아지), 말새끼(망아지)도 있는데 말이다. 아! 있다. ‘쥐새끼’다.
따지고 보면 ‘개새끼’는 ‘개의 새끼’ 즉, 강아지다. 강아지는 보편적으로 귀엽고 예쁘다. 그런데도 ‘개새끼’라는 소리를 들으면 화를 낸다. 이 나이 먹도록 ‘개새끼’가 왜 욕으로 변질(?)되었는지 그 연유를 모른다.
욕속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된 것도 많다. 흔히 “엿이나 먹고 떨어져라”라는 말은 입 다물고 있으란 말이다. 실제로 엿을 먹으면서는 말을 할 수는 없다. 어렸을 적에는 “×할놈”이라고 뜻도 모르고 했던 욕이 어른이 돼서 이 말의 뜻을 알고부터는 “×할놈”이라고 하면 “고맙다”고 해야 할까. ‘×못 할놈’보다는 백배 좋지 않은가.
욕가운데 심한 욕중 하나가 “야! 이 거적을 쓸 놈아”이라는 것이 있다.
요즘 젊은 세대는 ‘거적’이란 물건을 잘 모를 수도 있다. 거적을 대체할 비닐이란 것이 발명 되기 전만 해도 거적은 요긴하게 사용되던 물건이다. 거적은 짚을 두툼하게 엮거나, 새끼로 날을 하여 짚으로 쳐서 자리처럼 만든 물건이다. 이것으로 허드레로 자리처럼 쓰기도 하며, 한데에 쌓은 물건을 덮는데 사용했던 물건이다. 길거리에서 가끔 거적을 쓰고 있는 걸인도 있긴 하다. 때문에 “거적을 쓸 놈”이라고 하면 거지가 되라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50-60년대 교통사고 등으로 객사한 사람들은 일차적으로 거적으로 덮어 놓았다. 이런 의미에서 “거적을 쓸 놈”이라고 하는 욕은 ‘객사’하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한창 벌이고 있을 때 인터넷에 떠도는 플래카드 하나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충남 서부 탱크지회가 비조합원을 향해 내건 플래카드 문구는 너무 살벌했다.
“지금 일하고 있는 의리 없는 개쌍놈들아, 오늘 길바닥에서 객사할 것이다!”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향해서 하는 욕 치고는 너무 지나친 욕이 아닌가 여겨진다. 아무리 자신과 다르게 행동한다고 해도 같은 운전대 잡고 일하는 사람에게 ‘객사할 것’이란 악담은 도에 지나치지 않은가 싶다.
이런 품격 없는 막말들이 쌓여서 결국 민심을 얻지 못하고 백기투항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함박눈이 내리는 날 산속을 거닐다 보면 “딱~”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다. 깃털처럼 가벼운 눈송이가 쌓여서 소나무가지를 짓누르면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가지가 부러진다. 버드나무는 소슬 바람에도 가지가 흔들거리지만 눈이 내려도 몇 번 춤을 추고나면 눈이 쌓이지 못하고 제 모습을 유지한다.
노자(老子)는 이런 모습을 보고 유능제강(柔能制剛)이라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뜻이다. 노자의《도덕경(道德經)》78장에 나오는 말이다. 노자의 스승 상종(常樅)이 노자에게 했다고 전해진다. 이(齒)가 아무리 단단해도 혀를 이길 수 없다는 뜻에서 생겨난 성어다.
참 많이 들어본 말이 ‘강하면 부러진다’는 말이다.
“진짜로 너무 강하면 부러지는 것일까?”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너도나도 강해지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정치가들이 있지도 않은 일을 사실인양 떠벌린다. 한방에 상대방을 날려버릴려다 거짓이 탈로 나서 망신을 당한다. 정치가들의 얼굴은 후판(厚板)처럼 두꺼운 모양인가. 사실이 아니고 거짓으로 밝혀져도 사과는커녕 얼굴내밀고 거리를 활보한다.
어렸을 적 읽었던 이솝 우화 중 ‘해와 바람’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서로 힘이 더 강하다고 다투던 해와 바람이 지나가던 나그네의 외투 벗기기 내기에 나서는 내용이다. 결말은 잘 알려진 대로 바람은 강한 돌풍으로 나그네의 옷을 더욱 여미게 만들었지만 해는 따뜻한 햇살을 통해 나그네의 옷을 벗겨 내기에서 이겼다는 것이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교훈을 얻을 수도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통해 얻는 교훈은 ‘강압보다는 때론 설득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강하면 부러진다. 세상에는 강한 것만 살아남지 않는다. 아무리 약육강식의 논리가 설득력이 있다고 할지라도 사람 사는 세상에는 양면이 있고 중간도 있다.
힘을 가진 것이 강하게 보이고 그 강함이 일시적 매력을 줄지는 몰라도 결코 약한 것을 이길 수 없고 중간 것을 이길 수 없다. 강한 만큼 부러지는 것도 쉽고 빠르게 찾아오는 법이다.
<교통정보신문․ 삶과술 발행인 ti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