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주라도 해석이 다르다

한석수의 사주팔자

같은 사주라도 해석이 다르다

 

사람이 태어난 일시(日時)가 사주팔자인데, 이 팔자는 바꿀 수 없는 고정불변이다. 그 사주의 적용 방향은 환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주로 채식 위주로 생활했던 옛 사람들에겐 요즘 얘기하는 성인병이 거의 없었다. 못 먹고 살았기 때문에 그 시기에는 단백질 성분이 있는 삼계탕이나 혹은 혐오식품인 개구리, 뱀 등을 약(藥)으로 사용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요즘엔 영양이 부족한 사람들은 거의 없다. 탄수화물과 지방의 과잉섭취가 문제인 현대인들은 그 옛날 보약으로 여겼던 음식들을 먹으면 몸이 좋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 이처럼 같은 음식이어도 생활습관이나 사회현상에 따라서 취해야 하는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진다. 사주 또한 마찬가지다. 사주팔자 그 자체는 고정돼 있지만 현상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많다. 그러나 과거의 해석방법을 따른다면 엄청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사주팔자는 모든 현상을 다 맞추는 만능이 아니다. 기질과 기운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 기운의 방향이 좋은 쪽으로 흘러가는지 안 그런지를 판단해 충고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주를 보러오는 사람들은 가만히 있어도 모든 문제를 다 알아서 풀어주길 바란다.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문진을 하고 각종 장비로 검사해 최종 결론을 내리는데 사주팔자는 가만히 입 다물고 있으면 다 아는 줄 안다. 방향이 너무나도 많은데 말이다. 단지 맞히는 게 목적이라면 굳이 못 맞힐 일도 아니지만, 현재 처해있는 현상을 맞춘다고 해도 그 자체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곤궁한 상황을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가 더 중요하고, 또 그것에 더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를 당할 수가 있다고 치자. 그럼 회사에 출근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현상을 맞추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그것을 알기 위해 상담하는 것 아닌가.

사주의 ‘경우의 수’는 51만8400가지다. 분류되는 가짓수가 많으면 그만큼 세분(細分)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밀해질 순 있다. 그러나 또 그만큼 오류가 많이 발생할 수도 있다. 쉬운 예로 혈액형의 경우 모든 현상이 오로지 4가지로 분류되니까 모든 사람이 다 적용된다. 그러나 가짓수가 많으면 오류도 그만큼 클 수 있는 것이다.

또 한 예를 들어보자. 어떤 사람에게 사고수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는 거시적인 입장에서 보는 것이기 때문에 그나마 쉬운 편에 속한다. 그러나 사고가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그 사람에게 미칠 것인가를 본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다리를 다칠 것인지 팔을 다칠 것인지, 아니면 타박상으로 끝날 것인지 등 다치는 상황을 세분해 들어간 후 잘 맞추면 정확하겠지만 아니라면 오차가 더 많아진다. 물론, 단순히 ‘사고’라고 말을 하면 다 맞겠지만 말이다.

사주를 볼 때 나이만 물어보고 풀이하는 건 쉽게 말해 12가지 경우의 수이고, 더 넓게 본다고 해도 60가지가 된다. 이렇게 풀이하는 건 현재의 상황을 거시적으로 예측할 순 있겠지만 문제해결에는 전혀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좀 더 나아가서 오행으로 풀이하면 더 디테일할 순 있겠지만 이 역시 초보 수준의 예측밖에 되지 않는다. 음양오행(陰陽五行)이 들어가야 경우의 수가 많아지고, 현재의 복잡한 상황을 그나마 예측할 수 있다. 예측만 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고 어떤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느냐가 사실 더 중요하다. 그 방향은, 의학적으로 설명하면 처방이라고 할 수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현혹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타당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전문성을 갖기 위해선 당연히 정확하고 정형화된 처방이 나와야 한다.

이처럼 사주의 해석도 채식생활을 하거나 못 먹었을 때, 또는 영양이 과잉돼 있는 상태의 처방이 각기 다르듯이, 같은 현상이라 해도 그 사람이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서 해석을 달리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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